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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trex 2010. 9. 12. 22:31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에는 빈번하게 이성간에 또는 동성간에 상대방의 '유방을 움켜쥐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런 젖가슴으로 대표되는 '표면적인' 여성성은 말미에 해원이 거실에서 드러누운 실루엣의 여체와 무도의 모습이 겹칠 때 절묘하게 강조된다. 무도는 남성들의 폭력이 횡행하는 곳이지만, 기실 그것들을 은폐하게 묘하고 불쾌하게 눙치는 여성들의 커뮤니티의 악마성이 더욱 도드라지는 곳이다. 영화는 그것을 (여성들의)'불친절함'과 '방관'이라는 점에서 도시의 숱한 범죄들과 자연성으로 대표되는 무도가 사실 차이가 없음을 고발한다. 물론 이것은 남성 감독의 여성성에 대한 오해에 기인한다. 언뜻 퀴어 코드를 소환하는 듯 하지만, 해원과 복남을 묘사하는 낯간지러움은 문예 영화와 에로스의 만남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덜컹거림과 미숙함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굉장히 흥미롭게 만든다. [추격자]에서 자신의 머리가 '절단'되고 딸만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서영희는 이 영화에서 반대로 남성들의 머리와 팔, 복부를 마음껏 도려내나 그 원인은 '딸'의 죽음에 있다. 희생자의 자리에서 무도 안의 미치광이로 남을 수 있었던 복남에게 '복수'의 기운을 수혈한 것은 사회적 자각이 아닌 기이한 원초성이다. '태양을 째려보니 말을 걸대'라고 뱉은 복남이 이내 도륙 잔치를 벌일 때 무도는 가히 '이어도'의 신비성과 만난다. 남편들을 잡아먹은 바다 대신 복남은 남자들을 그야말로 신나게(!) 썰어대고 가해자든 목격자든 가리지 않고 여지없이 처단한다. 컬투쇼의 사연이 나오는 이태원 밤거리의 '근대성'으로 시작한 영화가 복남의 처단 행진이 시작될 때 '전근대성' 또는 '토속성'의 위치로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닌 듯 하다. 머리를 늘어뜨리고 (해원의 것이었는지 알 수 없는)하얀 원피스를 입은 복남이 우리가 숱하게 봐온 한국적 귀신과 원혼의 변주로 보이는 것은 나만 그랬던 것일까.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양보없는 복수극으로써, 임상수의 [하녀]가 못다한 지점까지 가는 듯 하며 최근 나온 김지운의 [악마를 보았다] 등의 한국영화들에서 속절없이 죽어나간 여성들의 대리복수극으로써 나름 충분하다. 물론 복수를 위한 방법론에 여전히 초법적이고, 귀기를 동원할 수 밖에 답답한 현실과 '그녀들'을 달래는 애상 깊은 진혼곡이 고작 [메기의 추억] 같은 청승 넘버라는 사실은 못내 걸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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