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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부당거래]

trex 2010. 11. 9. 09:00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류승완이 다른 지점으로 건너갔다. 물론 충청도의 한 지방도시가 쇠망해가는 과정을 주먹의 교환으로 보여주기도 했고, 대한민국 하늘 아래 두 남자의 인생이 링에서 겹치는 광경도 보여준 현실 감각이 있었지만, [부당거래]는 아예 새롭게 닿은 영역 같다. '공공의 적'을 확실히 감방에 쳐넣을 '강철중'은 애초에 없으며, 형사-검사-건설업자의 삼각형은 서로간의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서로간의 숨통을 겨눈다. 푸른 하늘은 변함없지만, 든든하게 버티고 서있는 빌딩 기둥숲은 전망을 흐리게 한다. '--를 위한 나라는 없다.' 남자들은 요릿집에서 젓가락질을 하고, 시계를 선물하고, 전화로 커넥션을 당기거나 느슨하게 한다. 누구는 계단을 오르며 저벅저벅 상승하고, 누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강한다. 그 사이에 있는 주먹은 류승완 영화들에서 보던 주효한 승부수가 아니라, 잠시간 남자들의 관계를 지연시키는 도구에 불과하다. 막판까지 치닫는 이야기의 힘은 [다크 나이트]가 부럽지 않을 지경. 서로간의 목적에 의해 '짝패'가 되었지만 실은 '피도 눈물도 없'을 지경의 사이, 그 파국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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