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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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7화

trex 2011. 5. 12. 09:37
+ 음악취향Y 게재 : http://cafe.naver.com/musicy/13737

20회라는 턱에서 넘어갈랑말랑하는 [노래 한 곡과 A4지 한 장] 시리즈에 이은 새로운 기획.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입니다. 이 시리즈는 한 사람의 청소년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음악 편력기를 통해, 취향이 한 인간의 성장과 사고 전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인류학적 고찰...이 아닌 그냥 글을 써서 흔적을 남기는 성질머리의 한 예시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이 연재물을 통하여 이문세, 뉴키즈온더블럭, 건즈앤로지스, 신해철, 마를린 맨슨, 툴 등의 다양한 뮤지션들을 알차게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적기엔 너무나도 죄송할 뿐입니다. 아무튼 시작합니다.

 



[지난회 줄거리] 고등학교 입학한 소년 아닌 그냥 고딩은 보이즈 투 멘, 컬러 미 배드 등의 보컬 그룹의 음반을 사듣기는 한다. 인생의 음악이다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함을 느끼긴 하지만...


2011/05/09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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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학년이 되었다. 음악평론가라고 하기엔 뭐하고, 팝 칼럼니스트라고 칭하면 어느정도 맞을 김광한씨가 당시 KBS2 채널에서 진행하던 [쇼 비디오쟈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방송으로 인해 전국 방방곡곡에 위력을 발산한 투 언리미티드(2 Unlimited)의 'Twilight Zone'라는 테크노 넘버가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온 남성 랩퍼와 여성 보컬로 구성된 2인조 팀이었다. 아마 국내에도 내한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이 앨범도 싱겁게 구매했는데 말 그대로 그냥저냥한 앨범이었다. 나를 춤추게 할 사람은 바비 브라운 밖에 없어!라는 웃기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정말 바비 브라운의 앨범이 92년도에 발매가 되었다.

 

앨범 [Bobby]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만치 자신만만한 타이틀과 커버 사진을 내건 물건이었다. 내용물은? 메인 싱글이라 할만한 'Humpin' Around'은 전작보다는 조금 못했지만 그런대로 좋았는데, 나머지 곡들은 좀 그랬다. 이 앨범엔 심지어 당시에 부인이었던 휘트니 휴스턴과의 듀엣곡도 있다.(Something in Common) 지금 들으면 그렇게 좋을 것도 없는 노래니 넘어가도록 하자. 문제는 이 앨범에 수록된 두번째 싱글 'Good Enough'가 당시 발매된 국내 버전엔 없었다는 것. 훗날 알고보니 그냥 런닝 타임 문제였단다. 참으로 대단한 직배사 한국BMG.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덕분에 그 곡은 간혹 라디오에서 틀어주면 - 팝 프로그램이 많기나 하면 말을 않겠다 - 녹음하는 수 밖엔 없었다.

 

 

2학년 급우들 중에는 그래도 음악 이야길 할 애들이 조금이나마 있었다. 음악 이야길 하게 된 촉발이 된 앨범이 마침 발매된 탓도 있었으리라. 그게 넥스트의 데뷔 앨범 [Home]이었다. 'TV엔 절대 안 나오고, 해체를 하게 된다면 음식 메뉴 고르기 때문'일거라고 호언장담하던 음악 잡지 기사를 아직도 기억한다. 당시 신해철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이 3인조 밴드의 데뷔반을 앞.뒷자리 애들과 같이 구매하였다. 그리고 당시 테이프로도 적지 않은 내용물이었던 가사집을 보면서 '세계최고 동양최대'라는 가사('Turn Off The T.V)를 따라하며 낄낄댔고, '증조 할머니의 무덤가에서'에 나오는 교통사고 효과음을 따라하곤 했다. 별걸 다했다. 작은 아버지 카스테레오를 통해 들었던 신해철 솔로 2집은 사촌동생과 히히거리며 들었던 일종의 BGM이었는데, 넥스트 1집에 와서야 신해철이라는 사람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도시인'의 가사를 가지고 만든 '꽃게랑' TV 광고에 대해선 그냥 기억에만 남겨두겠다.

 

92년 하면 사실 다른 이들은 이 앨범을 더욱 중요하게 떠올릴지 모를 일이다. 임백천이 진행을 맡았던 한 연예보도 프로그램(요즘 말로 하자면 예능에 더 가까운 분위기였지만)에 얼굴을 알리고, 다음날부터 자신들의 이름으로 도배가 된 세상을 만든 서태지와 아이들의 1집이 그랬다. 나 역시도 테이프를 샀고, 뒷 급우 녀석이 'Blind Love'의 영어랩을 노래방에서 마스터 했다는 자랑도 들었다. 대구 MBC에서 하던 지방방송에서도 달성공원이었던가, 암튼 그런 곳에서 '난 알아요' 야외 촬영할 정도였으니 대단하긴 했었다. '환상속의 그대' 리믹스 버전이 TV 무대에 나온걸 녹화했다고 급우 녀석 집에 보러 떼지어 가기도 했었다. 실제로 [Live & Techno Remix] 앨범이 더 근사한 부분이 분명 있었다. 개인적으로 1집은 '내 모든 것'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이미지 출처 : www.maniadb.co.kr / 사이즈 수정 및 편집 

 

그런데 전언한 급우들 중 한명이 친구들 몰래몰래(?) 메탈을 이것저것 듣던 녀석이었으니, 이 녀석이 준 Queen 라이브 녹음 편집 테이프 덕에 음악 듣기 취향이 다소간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급기야... [110511]

 

[8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