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아이폰5 발표 이후 생각들. 본문

생각하고뭐라칸다/시사/매체/게임등등

아이폰5 발표 이후 생각들.

trex 2012. 9. 13. 22:07



아이폰3G3 사용자가 되고, 아이패드1 사용자가 된 이후 뭔가 애플에서 발표를 하면 한마디 거드는게 나만의 관례가 되었다. 내 거드는 한마디의 무게는 세상사 속에서 표도 나지 않는 한없이 가벼운 것이지만 말이다. 올해는 자정이 지나 잠을 청했다. 잠시 일어나 트위터에서 돌아가는 분위기만 보고 언급을 덧붙이다 또 잠을 청했다. 다음날 일어나 보도 자료들을 보니 넓어진 4인치 화면의 강점을 들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스크린샷을 보여주는 컷이 있었다. 음? 애플이라면 의당 '픽사'의 작품을 예로 들 줄 알았다. 소니의 신규 라인업도 아니고 뜬금없이 스파이더맨 화면이라니. 이 또한 애플 변화의 단초라고 해석하면 설레발 추가인가.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기기에 대한 루머들은 거의 맞아 들어갔다. 가장 웃겼던 루머 영상 중 하나는 홈 버튼을 통한 지문 인식 기능을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진지한 톤에 비해 너무 열화 상태의 CG라 코미디에 가까운 영상이었지만, 사람들이 스마트폰 라인업에 바라는 혁신의 핵심어가 어떤 것임을 짐작하게 하는 영상이었다. 아무튼 뭐든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적인 상상력의 소산이 아닌, 외형과 사이즈 등에 대한 루머 예상치들은 맞아 들어갔다. 루머를 통한 붐 조성을 의도적으로 연출하지 않는게 회사의 기본 입장이라면,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은 분명 좋은 징조는 아니다.


아닌게 아니라 변한건 사실이다. 키노트 중 보여준 영상에선 아이폰5 사용자 편의에 대한 '감성적 전달'이 아닌 스위스 시계 기술자들을 연상케하는 세밀한 공정의 장인 정신을 강조하였다. 기기는 여지없이 매력적으로 보였고 혹하는 기술의 포인트는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애플 답게 "CPU는 듀얼 코어일까, 그래. 분명 쿼드 코어는 아니겠지. 그건 그렇고 왜 메모리 이야기 안 할까." 등등의 궁금증을 야기하는 애플식 연막도 있었다. 즉 스펙에 대한 강조는 더욱 강화되었는데, 애플답게 의뭉스럽게 넘어간 포인트도 제법 있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Siri'처럼 사람 입을 벌리게 만드는 매혹의 순간이 없었다. 한국 사용자들도 이젠 바보가 아니라서 저 3D 지도가 국내에서 적용되기 어려운 것 정도는 안다. 그 정도를 빼놓고도 놀랄만한 별도의 포인트는 없었다. 평자들 말마따나 이제 '올라갈만큼 올라가서 더이상 올라갈 데가 당분간은 없는' 스마트폰의 스펙 상향평준화 정체 상태가 열린건가. LTE 덕에 통신 속도는 향상 되겠고, 내부 처리속도도 빨라지겠지만 소유욕을 정당화할 뭔가가, 그 무언가가 없었다! 한편... 달라진 커넥터? 너무 뻔한 꼬투리거리라 생략하겠다.








다른 한편 놀랐던 점은 아이팟 터치 신규 라인업의 대폭적인 변화였다. 아이폰만큼은 아니지만 바짓가락을 덥석 잡을 수준만큼의 추격이다. 물론 아이폰 이상의 스펙은 결코 허용치 않는 역할 분배는 당연하다. 대신 다양한 배색과 Loop라 불리는 악세사리 등은 굉장히 캐쥬얼한 발상이었다. 간만에 다소 정체되어 보였던 아이팟 라인업에 좋은 숨결을 불어넣었다. 모바일 디바이스 라인업의 통합 보다는 아직까지는 적정한(애매한?) 역할 분배를 당분간 택한 모양이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팟 나노는 애플 디자이너들이 노력을 안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증거물 같다. 


아무튼 아이폰5는 잘 팔릴 것이다. 4는 안테나 게이트 홍역이 있었음에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구매를 주저하던 사람들의 4S 구매를 자연스럽게 유도하였다. 근간에 삼성과의 법정 다툼이 있었고, 애플은 짜증이 제법 쌓였는지 뒷편에서 안드로이드 인형극을 하던 구글을 이제는 본격적으로 라운드로 올리고 싶어한다. 윈도우8은 만드는 당사자들도 뭘해야 할지 아직 제대로 못 정한 듯 하고, 애플은 애초에 군소 업체들을 대놓고 신경쓰지 않기로 한 듯 하다. 아직은 애플의 탐식욕과 전투력이 먹히는 시장인 것이다.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는 호사가들의 단골 질문 메뉴다. 새로운 아이팟 나노는 디자이너들의 태만으로 기억될 듯 하고, 달라진 제품 소개의 방식은 조금씩 애플의 과거와 미래를 가를 균열로 보인다. 함부로 애플의 하향세를 진단하는 것보단, 지금 시점에선 달라진게 맞다는 결론을 내릴련다. 당장에 보더라도 팀 쿡과 스티브 잡스는 다른 사람이 아니던가. 잡스는 일종의 락스타였다. 앨범 별점이 낮으면 해당 저널의 기자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고, 새로운 앨범이 발표되면 '이게 우리 밴드 최고의 걸작이 될거다'라고 호언장담하는 뻥쟁이 락커. 팀 쿡의 애플은 결국 다른 바이오그래피를 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