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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

trex 2013. 12. 14. 13:16




아무래도 엔딩롤 직전의 마음은 [매트릭스 리로디드] 당시와 흡사하였다. 객석의 웅성거리는 소리는 물론이거니와, 이렇게 마무리 되었으니 이 숱한 갈래길의 떡밥을 모두 수거하고 대단원의 막바지를 짓겠지?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키우는 것 말이다. 매트릭스의 경우, 이 기대감은 3편으로 산산조각이 났었다. 피터 잭슨은 그래도 좀 나을 것이다. 아무튼간에 오리지널 반지 시리즈 3부작도 훌륭히 연출해낸 이라 큰 실망은 주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지금도 여전히 [반지원정대]를 제일 1위로 치는 것이고 - 큰 문제는 아니다 - 다른 문제는 어쨌거나 [호빗]은 영화화로써의 3부작을 하기엔 지나친 프로젝트라는 생각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이건 여전히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화 자체는 특출하다. 술통 액션 장면을 그렇게 기가 막히게 처리할 줄 몰랐고, 엘프 무쌍은 탄성이 나올 지경이다.(질투심과 중2의 기운에 동시에 질식할 정도다) 스마우그는 [드래곤 하트]의 숀 코넬리 용과 [드래곤 길들이기]의 보스 용에 이은 단연 스타급 디테일과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은하계 질서를 유린하려던 칸의 위엄서린 목소리를 간직한 컴버배치는 이번에도 적역이었다. 이제 등장인물들은 갈래길에서 각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신이 셔틀에 지나지 않았음을 이제서야 깨달은 빌보와 - 그, 그래도 난 바,반지를 가졌다고! 이게 내 용기의 원천이다! - 목적의식에 사로잡힌 개그 캐릭터(...) 소린, 사우론의 개선된(! ㅎㅎ) 실루엣과 조우해야 하는 간달프, 그만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등록한 킬리, 영주의 견제를 받으며 기회를 노리는 바르드, 심지어 아조그까지도 묵직한 임무를 지닌 것으로 원작과 달리 묘사된다. 여기에 정신파탄급(...) 엘프 수장 스란두일 등의 사정까지 끼어드니 2시간 40여분은 그야말로 훌쩍이다.

가히 장관이나 피터 잭슨은 애초부터 장관 자체가 목적이었던 듯 신규 캐릭터(와 로맨스)를 삽입하고 이 시리즈를 자신이 만든 반지 3부작에 걸맞는 서사시로 그리려 한다. 소급하자면 피터 잭슨은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프로젝트를 만들던 그 마음가짐으로 이 프로젝트에 임한 듯 하다. 거대한 서사시와 그 서사시를 가능케 한 전사 3부작의 배치. 이 방법을 톨킨팬들이 반겼을까? 당장에 톨킨 당사자가 이 광경을 생전에 목격했다면 그리 반기진 않았을 듯 하다.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진 알 수 없으나 당장에 몇몇 장면은 과연 이걸 반지 3부작과 어떻게 아귀를 맞출까 싶기도 한 대목들도 보인다. 그거라도 해낸다면, 아니 웬만큼이라도 지금까지 해온대로만 만든다면 호빗 3부작의 마무리도 장관일 것이다. 하지만 따라가기 무작정 편한 길은 아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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