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BS 스페이스 공감 - 야마가타 트윅스터 : 불온함과 건전함. 본문

음악듣고문장나옴

EBS 스페이스 공감 - 야마가타 트윅스터 : 불온함과 건전함.

trex 2014. 2. 9. 22:32

지난 2월 4일 화요일에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에 다녀왔다. [더 블루스] 공연 이후 참으로 간만인데, 그래도 바라는 공연은 챙겨볼 수 있게 되니 매번 고맙게 여기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에는 공감을 둘러싼 부침이 있었지 않았는가. 이번은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공연이다. 공감과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만남이라. 뭔가 올 것이 왔음을 알리는 새 바람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가. (하아)



이 범상치 않은 뮤지션의 평소 퍼포먼스가 공감이라는 안락한 공간에 재현될까부터 궁금해졌다. 과연 무대 위에서 펄펄 끓는 짜파게티 시식이 이뤄질지, 공연하다 일순 관객들을 모두 이끌고 거리로 뛰쳐나갈 것인지, 궁극의 트랙 「내숭고환 자위행위」가 공중파 EBS에서 가능이나 할 것인가. 이런저런 궁금함을 안고 '하필이면 기온이 전일 대비 내려간' 저녁 시간대, 현장에 도착하였다.



그를 본 마지막 기억은 음악취향Y와도 각별한 인연을 지닌 클럽 '바다비'였다. 예의 급소를 손에 한 웅큼 쥔 채, 자유롭게 하반신을 교란하는 몸짓으로 객석을 뜨거운 눈빛으로 집중시켰던 그때에 이어 현재의 퍼포먼스 역시 여전하였다. 다만 그에게나 '당첨 관객'들에게나 EBS라는 이름이 주는 은연중의 뻣뻣함이 초반 공기를 지배하고 있었다. 게다가 가수 본인이 '본방 사수'를 애당초 시원하게 포기한 듯, 첫 곡 「국가강시」에서부터 밀양과 강정의 메시지를 얼얼한 우리에게 내내 던지고 있었다.



쫀득한 에로티시즘을 여과 없이 발산하며, - 몇 년 전 Y-콘서트 당시엔 그의 넘버들을 처음 들으며 가사에서 근친애 비슷한 내음도 감지한 적도 있었다 - 초심자들을 당황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는 불온하기도 하다. '민중의 마이클 잭슨'으로서 혼미한 댄스 비트를 빌어, 두리반을 필두로 여러 '필요한 무대'에 올라올 때마다 밀양과 강정, 심지어 '과거(?)'의 대추리까지 호명한다는 점에서 그는 일부 어르신들에게도 불온한 존재다.



그의 가사가 들려주는 고민은 같은 시대 오지은이 부른 노래 「누가 너를 저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만들었을까」나 윤영배의 음반 동명 타이틀 「위험한 세계」의 가사 '저기 철탑 위에 오르는 사람이 보이는가. / 내 마음보다 더 높은 다짐들.'의 질문들과도 공명한다. 누가 이 시대에 자꾸만 힘없는 민중들을 절박한 상공으로 내모는 걸까. 누가 자꾸만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들'을 양산하는 걸까. 이 질문을 계속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음악은 일면 건전한 존재이기도 하다.



애플의 GarageBand 애플리케이션에서 추출한 사운드 소스로 만들어진 트랜스하고 도취적인 그의 댄스 넘버들은 반복되는 가사로 때론 몽환성을, 때로는 명료한 메시지를 주입한다. 「감탄사」의 첫 가사는 밑도 끝도 없는 '감탄사 내놔라' 라는 호소로 시작하지만, 이윽고 명사 대명사 등에 이어 '의문사'라는 가사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한국 현대사의 우울한 몇몇 대목을 의도적으로 소환한다. 언어유희가 언어비극으로 자리바꿈하는 셈이다.



하지만 분명 그의 음악의 중요한 한 축은 끝 간데없는 유희와 웃음이므로, '결국' 모든 관객을 EBS 로비로 뛰쳐나가게 만든 「찹쌀송」, 말이 필요없는 시식 넘버 「짜파게티 요리사」 등에선 경직된 관객들을 흐물거리게 하였다. 이 유희 정신과 '깨방정스러운 자본주의 비판' 이 합체한 「돈만 아는 저질」은 마지막 넘버의 자격으로 객석의 댄서들을 불러들임과 동시에 저렴한 게스트 보컬을 기용하는 등 이 관람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급기야 금단의 앵콜곡 「내숭고환 자위행위」에 이르러선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무대에 설치된 봉(지난 토목 정권에 대한 메타포? ㅎㅎ)에 '보호대를 덧댄듯한' 음부를 비벼대며, 불온한 유희의 찬란한 막을 내렸다. 자신의 말에 의하면 확실히 최근의 곡에서 개인의 이야기에서 사회의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듯하다는데, 당분간 이 불온함과 건전함의 '비벼대기'는 앞으로도 지속할 듯하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자립 댄스라고 칭해둬야겠다. [130209]







+ 음악취향Y 게재 : http://cafe.naver.com/musicy/18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