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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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철의 꿈]

trex 2015. 1. 25. 11:00

여러 스님들의 승무와 함께 천도제(영산제)가 시작되며, 작중 나래이션(감독의 것)이 신을 쫓아 내림을 받은 옛 연인을 떠올리는 것으로 서간체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신을 묻던 질문은 이어 수몰된 농경시대의 암각화 이야기로 옮기다 어느새 산업화의 정점에 수천명의 육체를 앞세운 조선소의 자료화면으로 옮겨간다. 신성함, 인간의 발전, 도구의 변화, 자연과 인공의 대칭을 작품은 숱하게 질문한다.



자연과 인공을 동시에 품은 바다, 인간들은 끓이고 식히면서 철을 주조하여 거대한 배를 세우고 바다 밑엔 고래는 고요한 유영을 계속한다. 국가 발전을 앞세운 목소리에 수많은 사람들의 활기로 공간과 면적은 우뚝 서고 탄탄해졌으나, 갈등은 야기되어 현대사(노동사)의 한 풍경이 만들어지고 이 역사 이야기를 작품은 끝까지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함몰된 정치성이라기보다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문명과 역사의 시원이라는 근본적인 것에 초점이 맞춰진 탓이 아닌가 한다.



작품은 내내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집하다기 보다는 나래이션과 롱테이크, IDM과 클래식이 오가는 느릿한 호흡의 음악, 무엇보다 인간이 한때 조성한 산업문명의 장관을 신화처럼 제시하는데 주력한다. 암각화에 새겨진 농경문화 시대의 기록을 계승하듯 이 영상매체는 자신의 방법으로 묵묵히 담아낸 셈이다. 고발과 책임감을 앞세운 다큐보다 명상에 가까울 정도로 자신이 던진 질문을 되짚는 답을 찾아가는 묵직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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