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iPad 본문



0. 나노가 첫 발표되던 날의 새벽엔 회사에서 철야를 했었다. 블로그스피어를 뒤덮는 나노 이슈와 흥분의 기운들. 그때 처음으로 애플사 제품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노는 5세대에 이르렀다. 와.


1. 지금도 구글을 뒤덮은 루머샷들의 이미지들. 유력한 이름 중의 하나였던 i-Slate는 결국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슬레이트'라는 이름이 지닌 이상한 슬픔의 기운. 아닌게 다행일려나. iPad이 부르기 편하고 친숙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곤혹스럽긴 하다.


2. 당신은 아이튠즈에서 받은 아이언맨2 최종 예고편을 방금 보고 난 뒤에 요요마의 음악을 재생하고 화면상의 서재에서 터치 후 새로운 일러스트로 갱신한 [호빗]을 읽는다. 물론 모든 것을 iPad로. 그런데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나를 보고 강아지가 '푸췽~' 재채기를 한다. 연거푸 할 기세다. 어서 찍어서 트윗픽에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앗 그러나 iPad엔 카메라 기능이 없군.


3. iPad의 발표 이후의 분위기는 혁신과 흥분의 기운보다는 예상(또는 예상 이하)선의 차분함이 지배적인 듯 하다. 특히나 환경적인 여러 문제로 그나마의 열기도 한국에선 온도를 체감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어느 회사가 팔 걷어 나설까? 한국에서 e-북 시장이? 이거 얼마야?


4. 잡스는 iPad의 위치를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라고 잡았다. 나같은 넷북 유저들은 잡스가 보기에 '노트북 보다 달리는 도구를 변통할 돈이 부족해서 임시방편으로 구매한 불쌍한 인간들 + 그거 들고 다니면 이쁠 줄 알았지? 쯧쯧'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iPad는 어떤 맥락에서의 혁신을 도모할 첫 발자국일까. 1세대 구매자들은 혁신을 위한 행보 안에서 눈물 흘릴 희생자들일까.


5. '애플의 새벽'이 지나면 이 나라엔 웅성웅성의 '아침'이 도래한다. 그런데 이번 분위기는 완전한 화색과 논란의 도가니탕이라기 보다는 갸우뚱과 반신반의인 듯 하다. 사실 전자 쪽이 내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한 구경거리인데, 이번엔 후자라서 조금 맹탕맹탕하다. 그래도 시장은 머리를 굴릴 것이고, 손과 발을 뻗을 것이다. 이 나라 시장은 고무고무 열매를 먹고 죽 뻗을까. 재밌는 관망거리라는 보장은 좀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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