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의형제] 헛 웬 닭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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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형제] 헛 웬 닭살...

trex 2010. 2. 8. 10:07



강동원이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는 몇몇 장면이 있다.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볼 때 서늘한 눈빛으로 나와 시선을 마주치는 섬뜩한 청년. 잘 빚은 인간이다. 송강호야 말할 나위가 없고. 궁시렁거리는 대사 처리를 하면서 명확하게 잘 들리는 발성을 지닌 배우가 송강호 말고 누구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영화는 영화다]를 케이블로 본 적이 있긴 하지만 묵음으로 봤다. 묵음으로 보니 대사 잠시 치고 주먹질 하고 대사 잠시 치고 주먹질 또 하고... 그런 구조였는데, 그래도 묵직한 구조가 있겠지려니 했다. 아무튼 장훈 감독은 좋겠다. 이 정도라면 3번째 장편을 찍는데는 거의 아무 무리가 없지 싶다. 특히 이 영화는 초반부가 꽤나 좋다. 이런 호흡이라면 다음 영화도 기대된다.


이념과 분단이라는 배경은 사실 영화를 무겁게 억누르는 무게감을 지니진 않는다. 두 남자를 구분 짓게 하고 두 남자의 관계에서 위기를 야기하는 일종의 장치랄까. '나쁜 사람' 딱 한명 빼고는 이 두 남자가 속한 세계는 좀 구질구질하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래도 살아야지 하게끔 만드는 장치의 세계다. 그 추동력엔 '가족'이 있다. 이거 굉장히 근사한 설날 영화다. 맙소사.


훌륭한 전반부가 지나고 '제사' 장면에서 조금 아니다 싶었는데 결국엔 마지막엔 아파트 광고처럼 화사해진다. 포스코건설의 아파트 CF에 장동건을 기용했던 광고주는 긴장 크리 타셔야 할 듯 하다. 나원 이렇게 뽀사시한 장면을 봤나. 정원이가 차려준 밥상, T.O.P처럼 뜨거운 겨울 보내고 계시나요, 신세경의 눈망울 등이 주는 낯간지러움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극장판 닭잡는 장면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 정말 닭이 한번 나오기도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