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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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어그냥올림

[종로구 내수동] 평안도만두집

trex 2010. 3. 12. 11:53

종로구 내수동이라고 적으면 좀 낯설어도, 광화문 부근이다라고 적으면 느낌이 오는 것은 역시 지방 출신이라 그런가. 아무튼 여기에 평안도만두집이 있다. 워낙 리뷰가 많은 곳이라 위치가 어떻구니라고 적을 필요도 없고, 블루 리본 2개짜리 맛집이래요라고 난리 브루스를 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한국의 레스토랑 가이드북이라고 히는데, 돈 많은 도락가들은 리스트 보고 잘 쫓아가길 바란다.


만두를 좋아한다. 어린 시절 구미역 부근에 있던 치과 건물에서 이빨을 하나씩 빼면 어머니가 꼭 1층에 있던 군만두를 사주곤 했다. 그 시절 먹던 군만두가 아직도 최고인데, 나이가 들자 언제부턴가 찐만두/물만두만 좋아하게 되었다. 차후에 할 이야기겠지만 다시 군만두를 찾아 먹기 시작한 것은 화교들이 운영하는 몇몇 중식당 덕인데 암튼 여기선 다른 이야기니 생략하고.


암튼 유명한 곳이라서 사람들이 많이들 찾아온다. 그렇다고 해서 찾아갈 때마다 줄을 설 정도는 아니라 다행(인근 뽀모도로라고 불리는 파스타집에 아해들이 줄 서고 기다리길래 경악). 저녁에 찾아가면 전골이나 보쌈 드시면서 막걸리를 청하는 양반들이 많아 눈치도 보이지만, 식사파라고 빈대떡을 못 시키랴.



전반적으로 강하지 않은 맛, 굉장히 기초적인 맛이 입감과 함께 여운을 남긴다.(라고 적으니 굉장히 쑥스럽다. 뭐야 이 표현) 걸죽하고 오감을 자극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조미료 식단을 추구하는 이들에겐 굉장히 심심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지친 혀가 찾아가기에 좋은 곳이다.



숙주와 두부, 고기가 배합된 만두속이 물컹이 아니라 아삭하게 씹힌다.(아 그이상 묘사하기가 싫다. 간지럽다. 난 맛집 블로거가 될 수 없는 운명인 듯 : 아마도 전에 다니던 직장 중 한곳에서 맛집 기자 노릇하며 말도 안되는 문장을 구사하던 기억을 지우기 위한 안간함인 듯 하다.)



그런데 김치말이국수에서 예상치 못한 감동을 하게 된다. 정말 잔재주를 안 부린 맛이구나라는게 딱 느껴졌다. 시큼하면서도 달짝한 맛을 주기 위한 헛수작을 애초에 부리지 않았다. 말 그대로 김치말이국수다.



만두국 역시 이쪽 지방 음식과 달리 국물용 소고기가 들어간 국 안에 단출한 구성으로, 배고픈 자를 위한(...) 작은 공기밥도 추가된다. 만두를 다 건져 먹고 훌훌 말아먹으면 신촌까지 걸어갈 수 있는 체력이 생긴다(...)


첫술에 '맛있다!'를 뱉어야 직성이 풀리는 조미료 미각파들을 각성시킬 힘을 지닌 곳이다. 여기가 마땅찮으면 아마도 그 사람의 혀는 그냥 그렇게 살다 시들어야 할 운명일지도. 한번쯤 가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