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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2] 또는 마블의 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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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2] 또는 마블의 꿈.

trex 2010. 5. 3. 13:35


[뭘 어떻게 그려도 극장판과도 코믹스판과도 안 닮은 내 아이언맨]


첫 시작은 근사하다. 1편의 '내가 아이언맨입니다'라는 기자회견 멘트에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이와 대비되는 안톤 반코/이반 반코 부자의 초라한 거처, 그리고 이반 반코가 절치부심하여 자신의 '기계 외형'을 만드는 과정이 나온다. 물론 이 장면은 1편의 토니 스타크의 초반과 대구를 이룬다. 이렇게 두근거리는 악역 장면은 [다크 나이트]의 초입부를 연상케 하는데 - [아이언맨2]의 경우는 보다 직접적인 캐릭터 성격 설명이지만 - 이 정도라면 이 2탄을 기대하지 않기란 힘들다. 그런데 막상 뒷 부분 최종 결투 장면에 그만...


모나코까지가 정말 좋다. 새로운 슈트는 갸우뚱하지만, 보기 좋은 구경거리고 긴장감 있는 두 사람의 대결이 있다. 이렇게 적는 것은 그 뒤부터가 별로다라고 적기 위한 전제일까. [아이언맨2]는 기본적으로 재밌는 영화다. 여전히 존 파브로는 (시나리오 작가가 교체 되었더라도)세계관에 짓눌리지 않은 희희낙낙한 토니 스타크 세상을 만드는데, 그걸 보는 재미는 여전하다. 떡밥 투여가 강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1편의 쿠키를 안 본 양반들은 사무엘 잭슨이 낯설수도 있고, 2편 쿠키를 설사 보더라도 뭔 소린지 알 도리는 없겠지만 그건 자기들 팔자일 것이다. '방패'를 그런데서 쓰다니! 즐거웠다.


아쉬운 부분이 1편에 비해 확연한 것이 나름 패착일 것이다. 1편도 그랬고, 2편 역시 액션은 이거다 할 것이 없다. 1편의 즐거움을 지탱한 것은 토니 스타크의 '만드는 과정'이었다. 2편에서 그것을 대체하는 것은 '생명 연장의 꿈 찾기'지만 해결책은 싱겁다. 솔직히 말하자면 뭘 하는건지 끝까지 봐놓고도 모르겠다. 후반부 '최종 보스 결전'이 좀더 길었어도 괜찮을 듯 하고, 블랙 위도우 액션은 배우가 아까웠다. 끝나고 나서 모두들 스칼렛 요한슨이 진리라고 말했지만, 그 장면들은 진리가 아니었다. 아이언맨의 새로운 필살기는 볼만했지만 효과적이라기보다는 확실히 과시였다. 워머신의 '이혼한 마누라'는 좀 웃겼지만.


그런데 아이언맨2에 대해서 독립적인 영화로 평가하는 것은 상당히 주저되는 일이다. 마블 스튜디오는 평론가들의 투덜거림에 코웃음칠 것이다. 그들에게 이것은 트로피 받자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 정확히 머천다이징이고 사업이기 때문에. [아이언맨] 1편과 [인크레더블 헐크]에선 엔딩롤 후 쿠키로 운을 띄운 정도였지만, [아이언맨2]는 굉장히 노골적이다. S.H.I.E.L.D에서 바로 [어벤저스]로 이어지자는 소리고,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가 '워터월드급' 대재앙 정도만 아니라면 이는 무난히 이어질 수순이다. 이거 하고 싶어서 못 견뎠던 마블 간부진들은 지금까지 나온 여타 마블 코믹스 극장판들 보고 그동안 어찌 참았을까.


아이언맨 2
감독 존 파브로 (2010 / 미국)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돈 치들, 스칼렛 요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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