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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18 단독공연 [No Human] 간략 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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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18 단독공연 [No Human] 간략 후기.

trex 2010. 5. 30. 11:33

상상마당 29일 저녁 7시 30분 예정. 40분 약간 넘어서 실제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Pause 03'에 배경음악에 실린 멤버 영상이 흐르고, 본격적인 1부 시작. 역시나 1부는 치고박는, 동행자 표현으로는 '제대로 지져버리는' [Blue] 위주의 선곡이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Blue]의 주요 넘버들은 거의 다 나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쇼케이스에선 댄서 에쉐가 춤을 직접 추었던 밴드 대표작 'Orbis', 이번 단독 공연에서는 스카밴드 No.1 Korean의 두 멤버가 힘있고 화려한 브라스 섹션을 넣어주는 시도로 참신하게 바뀌었다.


동행자는 드럼치는 상윤씨 보고 귀엽다고 코멘트, 허허. 너구리라는 별도의 애칭을 가지게 되었다. 1부에선 사실 뒷편에서 보고 있었는데 서로 인사를 나누시며 흐뭇하게 지켜보시는 밴드 멤버 어머님들(추정)과 적당히 술을 자신듯한 아버님들(추정)의 7080 댄스도 더불어 감상(?)할 수 있었다. [Viloet]에선 'Lucy'가 [Blue]의 분위기와 섞여 들어가 배합을 이루었다. 현석씨의 기타와 보컬(이라기 보다는 으워워)야 그렇다 치더라도 대인씨의 베이스와 무대 모습을 보자면, 저 분이 저런걸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참고 해파리소년으로 살았는지 지금도 잘 모를 지경이다. 한편 현석씨는 자주 들어도 절대 기분 안 나쁜 '씨발씨발' 멘트로 관객들과 친화력을 다졌다.


중간 시간 무대는 '전국비둘기연합'. 아마도 6월부터 있을 전국 투어를 아폴로18과 공동으로 뛸 듯 하다. 예의 주력 넘버인 'Carnival', '쓰레기'(좋아하는 트랙), 'Delete' 등을 사정없이 연주하였다. 아폴로18의 넘버인 'Pause'도 커버하는 센스도 가미. 앨범과 공연 모두 조금씩 허기를 주는 밴드이지만, 그 완성을 보는 재미로 응원하겠다.


2부가 시작되었다. 'Bomb&Tree'의 키보디스트 성록의 연주로 '606'이 나즈막히 포문을 열고, 이어 파스텔 소속이라는 '도나 웨일'의 기타 '윤성훈'이 세션으로 참여한 'Dischrge'-(Lame)-'Emit'-'Time'으로 광활한 분위기를 지속시켰다. 2부는 역시 1부와 다소 다른 분위기의 넘버들을 선보이는데 주력하였다.


...라고 생각했지만 '13Steps'의 동경씨가 게스트로 등장해 진품 그로울링을 선사하니 쉴틈이란 없었다. 흐 즐거웠다. 현석씨는 앉아서 기타를 연주하며 'Song A'가 실은 여자친구의 이름이라는 사연까지 소개해주며 알찬 연주를 들려주었다.(동행자가 제일 좋아한 연주 : 역시 오늘 언니네 공연을 보러 가는 취향 다운...) 간간히 대인씨가 멘트를 이었지만 현석씨의 '공연 하다 십자인대가 끊어졌는데 군대 제대하고 난뒤라 아까웠다 / 하지만 예비군은 면제 받았다' 풍의 천연덕스러운 멘트가 우세를 보인...


어떤 공연이던지 '그 순간'을 확인하러 가는 이유로 가는 셈이다. 이승환의 공연을 가는 이유는 '천일동안/변해가는 그대'를 들으러 가는 것이고, 오지은의 공연을 보러 가는 이유는 '화'를 듣기 위해 가는 것 아니겠는감. 아폴로18의 공연을 보러 갔으면 'Warm'을 들어야 한다. 다시 등장한 'No.1 Korean' 멤버들의 브라스가 가미된 새로운 'Warm'을 들을 수 있었다. 공연 제목이 'No Human'이지만 실상 음악친구들과의 흐뭇한 유대가 맘껏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현석씨의 단호한 멘트 "하석이 형에게 그래요. 빨리 외국 보내달라고." 안드로메다는 이미 밟고 지나간 사운드의 아폴로18. 그러게, 이 좁고 답답한 곳을 벗어나 마음껏 부딪혀보시길 바란다. 올해가 그 원년이 되길, 같이 기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