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7/06 (8)
Rexism : 렉시즘
하우스 오브 카드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지정생존자]에 대한 반감으로 시작했다. 지정생존자의 초반부는 분명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다. 공교로운 정치적 대리만족감과 더불어 극이 가지고 있는 서스펜스가 있었다. 그리고 반복되는 서스펜스와 장치들은 나를 지치게 하였고 급기야 나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네가 이겼다. 지정생존자. 그래서 드라이한 톤, 정치가 욕망의 동물들이 빚어내는 진흙잔치임을 다시금 일깨울 작품이 필요했다. 그래서 하우스 오브 카드로 옮겼는데 말이죠. 재미있는 작품이다. 프로듀서로도 참여한 데이빗 핀처가 직접 연출을 맡은 앞의 2개 에피소드는 걸출하진 않았지만, 극 전체가 아무튼 무게가 있다. 등장인물들은 예민함을 숨기고 자신의 목적을 향해 천천히 저돌적으로 움직인다. 물론 간혹 화면을 쳐다보는 ..
별점은 고통의 제도 / 거의 매주 웹진 음악취향Y에 글을 던집니다. [링크] 더쓰리페이크스 「Gravity」 공명하며 공간과 상상력을 환기하는 보컬이 도입을 연다. 파문을 낳는 리듬 파트가 가세하며 곡이 본격적인 걸음을 걷는다. 여기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중후반부의 기타 위에 아우라처럼 덧씌워진 전자음의 파장이다. 그리고 다시금 공백의 상태로 마무리. 싱글 음반 앞과 뒤에 배치된 짧은 곡들도 본 곡의 분위기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절대 길지 않지만,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구성과 연출이다. 음반 커버와 몇몇 티저 영상들이 합심하여 마음의 저울추를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다. 근간의 몇몇 밴드들이 영상과 디자인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며 자신들의 세계관을 조성하여 피력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
[최후의 기사]에 대해 적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마이클 베이 무비에 대해서 적는 것이 대개 그런 일이 되어버렸다. 사실 몇년 전 적은 [사라진 시대]의 포스팅(http://trex.tistory.com/2013)을 그대로 올려도 사람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이제 개연성은 모르겠고 편집은 무책임하고 광활한 스케일에도 이야기는 장황하다. 왜 아니겠는가. 왜 마크 월버그가 최후의 기사로 전설로 점지되었는지도 모르겠고, 감독은 이번 화를 끝으로 연출에서 퇴장하는데 지구가 유니크론이다!라는 떡밥은 바톤 터치로 넘어가게 된 마당이고, 갈바트론이었던 메가트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도리가 없다. 나도 관심이 사실 크지 않고 당신들도 그러할 것이다. 스탠리 투치와 존 터투로는 마이클 베이에게 무슨 약점..
별점은 고통의 제도 / 거의 매주 웹진 음악취향Y에 글을 던집니다. [링크] 짙은 「Astronaut」 이번엔 우주다. 광활한 대지 위에서 「백야」(2011)의 가슴 저미는 설득력(한국인들은 이토록 가슴 저미는 정서를 얼마나 좋아하냐 말인가!)으로 깊이 인상을 새긴 짙은의 세계가 대기권을 돌파한 것이다. 이젠 별이 촘촘하게 박힌 아득한 공간 위에서 신시사이저와 기타가 로맨틱한 조율을 낳고, 「백야」가 얻은 보편타당한 지지를 다시금 재현하려는 듯한 아련함의 우물을 파기도 한다. 이제 짙은이 이곳의 모던 주자로서 확고히 자리매김 했음을 여기서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완숙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고, 경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때론 그 완강함 다음의 행보를 상상하기 힘들다는 아쉬움을 주기도 하고.★★★ 코드네임..
별점은 고통의 제도 / 거의 매주 웹진 음악취향Y에 글을 던집니다. [링크] 분홍7 「사랑해요 단비씨」 상반기 결산이 5월 31일까지라고 치고, 하반기 결산이 11월 30일까지라고 친다면 5월 말과 11월 말에 발매되는 음반들은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5월 29일 세상에 갑자기 등장한 분홍7의 싱글과 음반은 결산 목록을 다시 손보게 할 만치 매력적이다. 개러지 록의 기조에 각인을 새기는 리프의 아이디어에 사이키델릭을 지향하는 혼미한 콤보는 좀체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모던풍의 애상과 펑크 폭도를 오가는 까랑까랑한 보컬과 응집력 있는 3인 파트의 단합력은 자연히 이들 라이브 무대로의 기대감을 부추긴다.★★★★ 토비노 「Change (feat. 오브코코 with 스틸)」 미세먼지와 초미..
별점은 고통의 제도 / 거의 매주 웹진 음악취향Y에 글을 던집니다. [링크] 몬스터스다이브 「Shade (feat. Appear)」 포스트 하드코어를 표방하는 몬스터스다이브의 신곡은 마치 뉴메탈 조류에 영향받을 당시의 InFlames의 곡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로 빡빡하게 맹진한다. 물론 이 시기는 InFlames에겐 또렷한 하강기의 서두였지만, 이것과 몬스터스다이브가 2015년부터 발매한 일련의 싱글들로 보여주는 상승세와는 구분될 일일 것이다. 이 분위기에 앞뒤로 완강한 외벽을 씌우는 것은 트랜스코어 풍의 기류다. 무엇보다 이렇게 수혈된 요소들이 댄서블이나 청명함의 방향이 아닌, 드리운 그림자의 짙은 색채를 덧칠하는 타격감과 힘의 약동이라 좋았다. 2017년 초중반 몇몇 인상적인 싱글들이 이런 경향을 띠..
갤 가돗은 연기를 못한다. 그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1차 세계대전 현대사의 풍경을 두리번거리는 표정은 차라리 신화 속 인물이 현실 세계예 느끼는 이질감을 잘 표현하는 듯한 착각조차 선사한다. 하지만 분명히 그녀는 연기를 못한다. 지붕 위를 질주하는 스턴트 더블의 건강한 몸매와 여리여리한 갤 가돗 본인의 액션 연기는 편집의 마법 속에 뒤섞이지만, 아무래도 보는 입장에선 튈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너무나도 신경 쓰이는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갤 가돗이 원더우먼으로서 구원한 마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환한 미소는 현실 특정 일화들과 겹치면서 복잡한 심사를 자연히 낳게 하는 것이다. 영화를 지탱하는 것은 능청스러움과 믿음직함을 동시에 겸비한 크리스 파인의 존재다. 세상을 구하는 신화적 히어로의 일이..
도쿄 재너두는 YS 시리즈로 유명한 팔콤의 아마도 최초의 현대 배경 액션RPG이다. 표면적으로 도드라지는 것은 페르소나 근간 시리즈의강력한 영향. 일상 영역의 사건 해결과 배틀 영역의 던전 탐사로 구분되어 있다. JRPG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래픽은 사실상 그렇게 좋지 않다.팔콤 게임을 하는 유저들은 보통 음악이나 다른 요소들에서 보상을 받는데 역시 이번에도 그러하다. 전투 부분은 이스8 생각이 많이 났는데,나는 실제로 플레이하지 않았지만 의견을 보니궤적 시리즈 영향력도 상당한 모양이다. 음악도 왠지 구성도 그렇고, 크리처 디자인도 마친지 얼마되지 않은 YS8 생각이 제법 났다. 게임은 의외로 대지진 등 상흔을 입은 일본인들의 정신에 대한어떤 위로랄까, 씻기지 않는 상처랄까 그런 언급이 많았었다. 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