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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웹진에서 글 씁니다 / 별점은 어렵고 이상한 제도입니다 [링크] 그랜케일 「Treadmill (feat. 드린지오)」 『Disgrace And Victory』(2012) 당시에도 그랬지만 음반 커버가 간혹 밴드를 설명하는 경우다. 이번 음반 『Treadmill』 EP에서도 뭔가 단단하게 고색창연함을 부각한 커버 디자인의 분위기는 음악 곳곳에 묻어나 있다. 한국의 밴드 일부는 자신의 로컬과 먹고 자란 자양분의 흔적을 어떻게든 입증하는 방향성을 보이는데, 반면 그랜케일 같은 밴드들의 경우는 원류의 재현에 더욱 힘을 기울인다. 하드록과 루츠록, 블루지한 포크 등의 요소를 이번 음반에선 보다 어쿠스틱 하게 부각하는데, 가히 Alice in Chains의 『MTV Unplugged』 (1996) 음반이 방 안 어..
- 스포일러로 인한 피해, 신경쓰지 않습니다 - 하비에르 바르뎀이 만연한 미소를 짓고, 출산을 마친 제니퍼 로렌스에게 "이것봐. 그들이 선물을 우리게 줬어"라고 하는 대목을 보고 아 이게 예수에 대한 뒤틀린 이야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감독은 여기서 더 나가서 아기의 목을 부러지고 그 피와 살을 물어 뜯어 나눠먹는 추종자들을 보여주고야 만다. 파라마운트가 배급한 영화, 배짱도 참 좋다. 카메라가 시종일관 제니퍼 로렌스의 시선을 따라가거나 제니퍼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가기 바쁘다. 관객은 나는 초조해진다. 제니퍼 로렌스가 꺼내는 말에 따라 남편이 보이는 반응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이고, 나빠져가는 상황을 보면서 내 머리도 쭈볏쭈볏 솟는다. 그래서 집이 피를 흘리고 심장 고동을 쿵쾅 흔들며 상황이 엉망진창이 ..
3편에서도 여전히 토르와 로키의 관계의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든 문제는 이 얇은 이야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왜 채택했는지 알 수 없는 뿅뿅 사운드와 그 사운드에 걸맞는 여러 컨셉 아트들은 실상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와 나란히 MCU 우주 세계관에 자리잡기 위한 것 외엔 별 답을 찾을 수 없다. 시리즈와 함께 한 조역들을 쉽게 퇴장시키기 위한 편리한 연출, 관객들이 웃을 준비를 하게 만드는 나사가 헐렁한 개그들, 코믹스 팬들을 환호하게 하면서도 제법 심난하게 만드는 외적 차용과 변주들, 인피니티-워를 향해 가는 사다리의 역할 등 MCU의 작품들이 그렇지만 영화 매체 자체가 주는 무게가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는 작품.
아이돌 산업의 융성의 속도와 급진적인 방향성의 키는 이제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듯하다.(긍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본 아이돌 산업의 퀘퀘한 사정은 흥미를 자극하는 구석이 있다. 마치 프로듀스 101의 원형 같은 AKB 총선의 장관이나 중학생 마이너 아이돌을 응원하는 지긋한 장년층의 모습은 서구 관객은 물론 이웃나라 나같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구석이 있다. 감독 정보를 찾아보니 여성 감독인 것도 그렇고, 작품 중반마다 나오는 페미니즘 연구가의 언급들도 그렇고 작품이 제기하는 문제들은 희망과 착취, 소비라는 아이돌 산업 전반이 민낯들을 건드리고 있다. 그런데 아주 본격적으로 깊이 들어가지는 못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이들의 유사 AV 산업으로의 흡수나 가해자로 돌변하는 ..
영화음악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여기선 집시 음악을 접목한 영화 음악이 나온다거나 이병우 같은 사람들이 나오진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영화의 세계는 철저하게 헐리우드 역사 안의 영화들입니다. 잘 봐줘야 영국 영화 산업도 조금 포섭하는 정도? 그래도 주옥같은 이름들이 나옵니다. 사실상 중반의 하일라이트를 차지한 존 윌리암스의 [ET] 대목은 뭉클하기 그지 없습니다. 또 눈물이 나올 뻔 했습니다. 여기에 오케스트레이션 스타일을 락킹한 전자 음악과 샘플링을 접목한 한스 짐머를 필두로 정키 XL, 트렌트 레즈너까지 다루면 배리어스 아티스트 모음집 수준이죠. 작품 자체가 한스 짐머를 특히나 푸쉬하는게 느껴질 정도니까요. 그럼에도 대니 엘프먼을 다소 소흘히 다뤘다는 것은 좀 서운한 일..
웹진에서 글 씁니다 / 별점은 어렵고 이상한 제도입니다 [링크] 곰치 「Kiss On Your Skin」 침상 옆 자리의 상대의 등을 손가락으로 흝듯, 연주는 조심스럽지만 사려있게 흘러가는 듯도 하다 박자를 세기도 한다. 섹스를 말하는 보컬은 열망을 숨기지 않고 말하다가 행여 천박함이 상대에게 들킬새라 상대를 예찬하는 능숙함을 발휘한다. 밴드 연주의 형태로 등장인물들의 지난 밤과 다음날 아침을 서사하는 이 슬로우잼이 주는 안락함이 노리는 것은 당연히 청자들의 공감일 것이다. 사랑을 하는 이들이 참다 못해 뱉어내는 상대에 대한 찬미와 사랑, 그 열락의 순간, 그 진심들. ★★★ F.W.D 「사자」 리버브를 먹여 감싼 권월의 목소리에 피아노가 깔린다. 피아노는 홀로 남아 흐트러진 갈기를 옛 훈장처럼 달고 있..
[블레이드 러너]는 [공각기동대]에 영향을 끼쳤지만, [공각기동대]는 [매트릭스]에 영향을 끼치는 바람에 지금 영화를 보는 젊은 세대에겐 [공각기동대]가 [블레이드 러너] 보다 더 유명한 선생님이 되었다. 좀 웃기는 역사다. 아무튼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관은 2049년이 되어도 여전히 빗줄기 좀 다발로 맞아줘야 고찰도 되고 자기정체성에 대한 회한도 느끼고 그렇게 되는 모양이다. 소니와 코카콜라 광고판과 지구에 남은 사람들끼리 뭘 그렇게 소비행위를 열심히 하겠냐만은, 그래도 여전히 잘 팔리는 모양인 여성의 웃음이 서린 홀로그램 광고의 징그러움도 여전하다. 그래도 한가지 의의를 달 수 있는 것은 정작 리들리 스콧 본인이 총괄이 아닌 연출을 맡았다면, 이거보다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