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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국내도서저자 : 이다혜출판 : 현암사 2017.04.30상세보기 이다혜 기자하면 잡지 씨네21 또는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라는 몇몇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짧지만 핵심이 또렷하게 현재의 어린 세태들을 위해 남긴 이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부제다)라는 가이드는 발간 이후 1년 뒤에도 유효하다. 남들보다는 보다 자식의 선택에 개방성을 열어둔 가풍 속에 지냈음에도 기자 역시 글쓰기라는 직업군을 택한 이후에도 그전보다 더 마음 다스리기 어렵게 만드는 남자들의 언어와 시선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 완강한 외벽 속의 삶엔 고민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고전부터 영원한 베스트셀러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에 이르기까지 그가 예시를 드는 고민의 원천과 진행중인 과제들은 ..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올라소울 「Back To Back」Johnnie Taylor의 LP를 들고 거리를 누비는 김신일의 발걸음은 리듬감에 실리고 그는 도심 안에서 홀로 훵키한 소울 넘버의 전도사가 된다. 공식 뮤직비디오 이야기다. 이 유튜브 비디오엔 이 곡의 영문 가사에 바탕을 둔 한글 번역 내용도 하단에 정보가 노출되는데, 그가 추구해 온 장르에 대한 진지함과 태도에 대한 설파가 기분 나쁘지 않게 담겨있다. 그게 제법 계도성과 교조적이라 올라소울이 ‘퓨처’라는 수식어까지 달린 작금의 흑인 음악 시장에서 그들이 차지하고자 하는 본류에 대한 추구가 진하게 유추된다. (어떻게 듣기엔 김신일과 표절 시비가 붙었던 한 음악인과의 시비에 대한 화답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키우는 개가 있다고 예상되는 고립된 '개들만의 섬'에 찾아가는 소년의 이야기. 굳이 일본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네 있지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생선의 살을 가르고 스시로 만드는 섬세한 과정을 보여주기엔 일본이라는 기호가 주는 근사함에 걸맞는 곳이 드무니까요. 게다가 전체주의적 권력의 비유로 일본이라는 역사성을 포기하기엔 아깝잖아요. 게다가 이 외형과 언어적 기호를 사용하는 유혹을 웨스 앤더슨은 포기하거나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아주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도입부와 마지막의 북치는 소년들의 벗은 상체와 생쥐를 연상케하는 외모의 '컴퓨터를 잘 다루는 안경 일본 남자애', 그리고 숱한 여성에 대한 묘사 등 뻔뻔한 스트레오성조차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테크놀러지와 성실함, 원래 잘..
메데인 카르텔의 정신적 영혼이었던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죽음 이후 대다수의 무게의 추는 칼리 카르텔로 옮겨간다. 무자비하고 도덕심 없는 테러를 자행하던 메데인 카르텔과 달리 칼리 카르텔은 겉으로는 합법적이고 정부 친화적인 줄기, 무엇보다 안정적인 은퇴까지 꾀한다는 점에서 '잠수타기' 면에서 더 강하다 할만했다. 무엇보다 시즌 1, 2 성공의 견인을 보장한 것은 역시나 파블로 에스코바르라는 캐릭터의 스타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무래도 매력도가 떨어지는 시즌 3의 마약왕과 '신사'들, 시카리오들로는 다소 벅차 보이는게 사실이다. 그래도 호르헤 살세도 같은 밝은 세상으로 나가려는 '선의 영역'에 속한 캐릭터들에게 닥친 위기들은 나름 서스펜스를 매회 선사한다. 이만하면 선방했고, 시즌 컴플릿을 마치는데 설득력이 ..
제목에서 예상했겠지만, 결코 일상성과 범상함을 강조하는 작품이 아님을 위장한 타이틀이다. 언뜻 시장이 낳은 공전의 히트작이었던 [아즈망가 대왕]을 연상케하는 그림체와 유사한 학교라는 배경을 삼고 있어 오해할만 하나, [일상]이 추구하는 것은 작금의 움직임 중 하나인 '슈르한 분위기'다. 갑작스럽게 출중한 연출을 자랑하는 운동성을 부각한 액션 컷이나 장르 팬들이 아니라면 쉽게 익숙하기 힘든 서사와 결말, 거창하게 만화라는 프레임 에술에 질문을 던지는 도전적인 에피소들이 나른하게(!) 담겨있다. 추천이라기 보다는 익숙할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 보시길... 일상 10국내도서저자 : 아라이 케이이치출판 : 대원씨아이(만화/잡지) 2018.06.14상세보기일상 1~9권 세트국내도서저자 : 아라이 케이이치출판 : 대..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노셸터 「No Shelter」모던 헤비니스와 뉴스쿨 하드코어의 시대지만, 본작에서 도드라지게 들리는 것은 올드스쿨과 그루브 메탈의 조류와 흔적이다. 그럼에도 2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을 충실히 채우는 것은 헐벗은 진노다. 머쉬룸 스튜디오가 뿌린 포자의 확산, 이토록 한국 코어씬의 질긴 잉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 혹시몰라 「공항에서」공항은 소싯적 항구에 이어 싱어송라이터 하림을 필두로 창작자들이 새롭게 발견한 ‘이별의 명소’다. 새 갈림길에 들어선 두 사람의 마음을 건반음이 무게 있게 짓누르며 사연은 시작한다. 비슷한 듯 달리 들리는 두 보컬의 목소리가 서로의 길을 오가며 겹치다, 현악 프로그래밍은 등을 쓸며 고조한 마음을 추..
시즌 2에 접어드니 테러와 만연하는 수사 진척의 부진함 덕으로 지쳐가는 진영과 마지막까지 기를 쓰며 악에 바친 채로 버티는 파블로 에스코바르 진영의 대비가 더욱 선명해졌다. 회심의 카드를 쥐었다가 꼭 직전에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쪽도 안쓰럽고, 명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존감으로 버티는 희대의 마약왕의 좁아가는 입지도 딱하긴 매한가지다. 특히나 시즌 2에 접어들며 파블로는 이 극의 주인공임을 여러모로 입증시키는데, 그게 참 아슬아슬해서 미화에 닿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다. 정말 그는 자신의 민중의 영웅 출신이자 제국주의 지배 하 삶에 희망을 재기할 정계의 기린아임을 의심치 않은 모양이다. 그 자신감만큼이나 현실은 그를 최저까지 눌러버린다. 이런 그 옆에서 여전히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여성들의 존재..
영화 타이틀 자막이 나오는 도입부엔 여성과 딸들의 자리가 애초부터 개입하지 않는다. 육체의 수련을 진행중인 남성들의 근육에 대한 경의와 연령대와 무관하게 건강을 유지하는 이들에 대한 박수 같은 도입부가 지나가야 본론의 위치가 옮겨진다. 아버지의 대사를 빌어 페미니즘적 함의가 심어지나, [당갈]은 국가 체육 시스템에 대한 발언과 다종교 사회를 통합하는 민족적 자긍을 환기시키기도 동시에 바쁘기에 2시간 40분은 빼곡하게 지나간다. 여기에 아버지의 훈육이 정답이라는 보수적 답변을 발견하면 어느정도 한숨까지 나오는 것이다. 물론 하나의 방향으로만 보자면 [당갈]은 부족하기 그지없는 작품이지만, 다양한 관객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중적 성취를 보자면 참으로 유려한 작품이다. 한때 주성치의 [소림축구]와 [쿵후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