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8/11 (16)
Rexism : 렉시즘
도서의 개요와 목차가 바로 겉표지에 바로 명시된 다소 파격적인 편집부터 눈길을 끈다. 얼마부턴가 우리에게 익숙한 독립출판 형식의 도서들, 그중 일부는 솔직히 공허한 속내용과 방만한 편집으로 보기도 민망했지만, 로컬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 편집부 시리즈는 참 출중했다. 그 중 첫번째 작업인 [서울의 3년 이하 빵집들...]을 볼 수 있게 되어 좋은 행운이었다. 3년 이하 기간 동안 운영중(-ing)인 지역 빵집, 소규모 책방,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지역민 등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묶어 일관된 테마 안에서의 다양한 목소리를 채집해 온 이 시리즈는 SNS 안에서 우리가 낭만적으로 인식하던 여러 삶의 풍광들을 현실의 지표로 되짚어보며 직설적인 언어들을 들려준다. 빵집 편에서 계산대 앞에서 침을 뱉은 이른바..
[로보캅] 이후 승승장구하던 폴 베호벤의 시절이라는 것이 있었다. [토탈 리콜]도 그랬고, [스타쉽 트루퍼즈] 당시의 폴 베호벤에겐 블럭버스터라는 대상은 표현 방법론에 있어서 제한의 문제를 따지지 않았던 것 같다. 유혈낭자하게 그가 SF 대가들의 원작들을 그만의 방식으로 재현하던 당시에 그는 세상 무서운 것이 없었던 듯하다. 그러다가 [할로우맨]의 지나친 표현방식으로 평론가는 그들대로 관객은 그들대로 떨어져 나간 것이 아닜었을까 기억에 의존하는 사실엔 일단 그러하다. 어쨌거나 폴 베호벤이 유혈낭자하고 튀어나오는 동공을 거리김 없이 표현하던 [토탈 리콜]의 시각적 세계관은 그 자체로 이미 완결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걸 굳이 건드려서 리메이크하는 사람이 있다. 하긴 오리지널의 샤론 스톤이 맡은 역할은 인상..
김종관의 [더 테이블]처럼 크지 않은 카페에 사람들이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또다른 새로운 사람을 손님으로 들인다. 그럼에도 극의 무대가 제법 활력있게 이동한다. 꼭 카페가 아니어도 좋고, 밥집 및 술도 되는 밥집 등으로 이동한다. 그래도 갑갑하고 한숨을 주는 것은 정갈한 김종관의 공간과는 다른 홍상수 세상의 사람들과 그들이 뱉는 언어들이다. 유사한 문장들의 반복, 새롭게 태어나다/예쁘시다/얼굴이 좋아보인다/어디 여행을 가려 한다/너 때문이다/그리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발악발악. 그 여전함들. 유독 더 짧은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참 꽉 차있어 상대적으로 체감하기엔 더 길게 느껴진다. 이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의 대격전엔 죽음의 기온이 도사란 덕이다. 죽음의 기억이 있고 죽음의 경험치가 있고 그들은 남탓도 하..
원작 단행본을 본 사람이든 어떻게 보면 원작보다 더 전설 취급을 받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등을 그래도 어떻게든 쫓아가긴 한다. 홍콩 도심의 수많은 간판과 기호의 물결을 일본문화를 바탕으로 재현한 미래상, 궂은 날씨, 그리고 인간 신체 본연의 철학적 고민을 극단적으로 넘나드는 기계 신체들의 비주얼 등 아무튼 흉내는 흉내지만 자본 덕에 충실히 재현한다. 그래도 그 무엇도 이길 수 없다. 당장의 블레이드 러너 속편의 쓸쓸함 재현도, 공각기동대 원전들의 흔적 자체도, 무엇보다 스칼렛 요한슨 최고의 SF인 [언더 더 스킨]의 배우 본인의 캐릭터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성 비서 둘이 서있는 집무실에서 일하는 기타노 다케시라는 꼴사나운 광경이나 감당할 관객들. 무슨 죄인가. + 넷플릭스에서 시청했다.
왕좌의 게임 시즌 4 [일반판]- 블루레이배급 : 데이비드 베니오프 / 피터 딘클리지,레나 헤디(LENA HEADY),에밀리아 클락,찰스 댄스(CHARLES DANCE)역출시 : 2016.09.09상세보기시즌 1이 시작할 땐 실상 분위기 파악하랴 인물 파악하랴 정신도 없고, 핵심 사건이 없어 뭐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다. 분명 ‘피의 결혼식’이 잔인해서가 아니라 어떤 분수령이었던 것은 사실인 듯하다. 왕좌의 게임 세계관이 어떤 법칙이 수렴되는 곳이며, 이곳의 논리가 가혹하기 그지 없음을 알리는 신호탄. 그리하여 3시즌의 조프리의 죽음 이후 여기까지 따라왔다. 시즌 4가 가장 훌륭하다. 이제 소년, 소녀, 청년들이 성장하고 있다. 존 스노우는 자신도 모르는 새 지휘관으로서 성장했고(그리고 가혹한 대가를 치른..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링크) / 별점 제도는 이상한 제도죠. == 허클베리핀 「누구인가」제주도가 낳은 음악임에도 목소리의 주인공인 이소영과 이기용이 가진 마른 기운은 달라지지 않았고, 이런 스산함은 도시 속의 사람들의 뇌와 움직임을 황량하게 내다보던 그 허클베리핀의 음악 자체다. 이명박 정권 시절 제주행을 결심하고, 박근혜 정권을 지나 문재인 정권 시절부터 음악인들을 만나며 인터뷰를 청하며 이들의 생각을 짚어오던 이기용의 모색이 무엇을 낳을까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고독함은 여전하고, 밤하늘을 짚는 듯한 일렉 기타의 영롱한 리프는 내가 주제넘게 헤아릴 수 없는 막막한 속내 주변을 맴돈다. 새로운 경지가 아닌 어떤 한결같은 자리매김이 이상한 안도와 감상의 작은 한숨을 낳는다. ★★★ 묘한나나 「Death ..
서부란 무대는 무엇인가. 작금의 젊은 사람들에겐 게임 타이틀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무대이자, [오버워치] 에피소드 중 하나의 원형으로 더 익숙할 듯하다. 주로 이들은 게임 안에서 총을 들고 비정한 삶의 파국 안에서 휘감기고 있지만, 코엔 형제에게도 작품 [브레이브]에서 이미 짚어 오며 경험한 영토이기도 하다. 그래도 좀 부족했을까? 자료와 이야기 수집의 재주꾼들 답게 조금 더 이야기들을 푼다. 코엔 형제의 이 옴니버스 신작이 넷플릭스 코리아에도 올라와 덕분에 볼 수 있었다. 전반적인 평은 코엔 작품치고는 실망이라는게 우세인 분위기인데, 코엔 형제가 무슨 매번 걸작 생산기도 아니고 원래 코엔 작품은 이처럼 들쑥날쑥하다. 덕분에 이런저런 반응들이 순진해 보이고 내겐 좀 이상했다. 총 6개의 에피 중 에..
두기봉의 원작을 바탕으로, 이해영 감독의 달라진 경향 및 한 배우의 타계로 화제가 되었던 [독전]을 얼마전 네이버를 통해 (관람이 아닌)시청을 하였다. 영화가 마약계를 둘러싼 묵직함과 배우들의 독기서린 연기를 내세운 덕에 초반부에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분위기와 음악으로 누른다는 기운이 강하다. 그런데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배우들의 역량보다 타이밍상 조금 앞서는 이 분위기 몰이가 무리수로 보이는 것이 참 공교로웠다. 사람들이 이래서 전작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의 톤과 맞지 않아 고개를 저은 것인지도. [불한당]과 닮았다는 사람들은 영상매체에 대한 접촉이 낮은 것을 왜 그렇게 민망하게 내세우는지 알 수 없다. 서로 다른 성격의 개체들이 뜻하지 않게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서의 시간 후 형언하기 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