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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펀 홈국내도서저자 : 앨리슨 벡델 / 이현역출판 : 움직씨 2017.09.01상세보기그리스 로마의 대목들을 노동에 능숙한 부친의 육체에 투사되며 묘사한다.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 등을 경유해 [율리시스]로 마무리되는 독서광 또는 인문학적 여정을 걷는다. 무슨 이야기일까. 이것은 짧은 가족사 이야기다. 어느 순간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깨달은 화자가 평생 일상과 성정체성의 현실과 불화로 시름하던 게이 부친의 자살을 계기로 생의 단락을 차근히 정리한다. 새삼 생을 되짚은 가장 유효한 매체가 일기라는 교훈을 얻는다. 저자의 인생 대목마다 솔직함 및 상세함과 위장, 훼손의 정도 차이가 확연한 그의 일기장은 부모와 겹치면서 갈라진 삶의 여정 속 디테일을 풍부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에 대한 주석과 해설을 추가한 ..
경건한 흑백 화면 안에서 씬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게 흘러가는 테이크들의 연속. 뚜벅뚜벅 걷는 등장인물의 움직임에 음악 없이 개입하는 주변의 소리와 풍경과 빛들, 그리고 개인과 역사가 다른 레이어를 펼치면서도 간혹 레이어 합치기를 하거나 한 쪽 레이어가 반투명 상태가 된다. 그리고 나즈막히 흐르고 흐른다. 이 경이로움을 넷플릭스로 시청하게 되는 유사 씨네필의 경험. 헌신적인 모성 예찬으로 쉽게 보일 수 있으나 좋은 작품이 그러하듯 복잡한 심사를 부추기면서도 생에의 질문을 던진다. 이상한 표현이지만 좁고 짧은 Adore가 아닌 길고 깊은 adore를 말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엔딩까지. 그 adore는 영화라는 매체에도 해당할 수 있겠다.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링크) / 별점 제도는 이상한 제도죠. 배드램 「The Plague」밴드 까마귀의 블루스함을 주도한 편지효의 새 밴드, 그럼 감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음악은 그 감에서 멀어진 것이다. 강하게 내려앉은 하드록 사운드가 초반을 지배하고, 역병을 일컫는 곡 제목에 인문학적인 보도자료의 나방처럼 펄럭이는 문장을 읽으면 감이라는 것이 날아가 버린다. 감은 안 잡히는데 대신 음악은 확 휘감긴다. 태초에 존재한 Led Zeppelin의 등에서 태어나 Soundgarden과 Alice In Chains 등이 음악팬들을 심란하게 만들던 시대를 거치며, 심지어 Godsmack의 얼터 메탈까지 근접하는가 싶더니 7분여가 넘는 시간대에서 아주 잠시 프로그 메탈의 표피를 어루만지다 극적으로 마무리한..
당연히 제목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Nation일수도 있고, 자신을 지칭한 것일수도 있다. 아무튼 자신에게 익숙한 지형이 아닌 타지며, 여행은 그 타지를 향한 정체모를 설렘을 안고 가는 행위이다. 작가의 전작 중 하나인 [홋카이도 보통 열차]엔 그 설렘이 명료하게 드러나 있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어느정도 이상의 분량과 또렷한 웃음에 대한 욕심이 서려 있었다. 본작엔 확연히 짧아진 분량과 또렷한 웃음 대신에 여전한 작가의 관찰과 혼잣말들, 그럼에도 여전히 부지런하게 누비는 여정들이 있다. 작가의 말대로 우울의 소산일수도 있겠고, 독자의 예상대로 이 여행엔 빛나는 답변이나 명징한 깨달음의 순간이 확 다가오진 않는다. 그럼에도 모색하고 맛있는 것들 맛없는 것들을 먹으며 만나는 사람들간의 차별(인종,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