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시즌 1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서비스 진입 후 제작했던 드라마 라인업엔 시행착오가 분명했고 - 광주에 대한 후유증과 죄책감이 아직도 있는 시대에 로맨스로 풀어가는 서사를 밀어 넣는 등 - 성적도 좋지 않았는데, <카지노>가 보여준 선방은 나름 고무적이다. 대전 출신 막무가내 맨몸 성장형 한남 중년의 필리핀 입성기라는 점에서 깡패, 사기꾼 융합 타입의 최무식 캐릭터는 다름 아닌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속 최익현의 다른 버전으로 보이기도 하다.
아닌 게 아니라 이동휘, 허성태, 김홍파, 임형준, 오달수, 송영규, 김뢰하, 이문식, 최무성, 정웅인 등 영상매체에 잦주 얼굴을 비치던 한남 연기자들의 라인업까지 보면 작품이 어떤 냄새를 품기고 있는지 쉽게 짐작이 가리라. 여기에 최근 한국 영화 서사의 지형도에서 일본과 연변에 이엉 새로운 빌런 원천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동남아시아라는 무대라는 점에서 쓸쓸한 웃음을 뱉게도 한다. 한국 남성들의 원정 성매매, 원정 도박, 총기 소유에 대한 이곳과 다른 제도의 구멍 등이 돈과 투기, 범죄, 무엇보다 이런 픽션의 원천이 된 것으로 보인다.
태국이 무대인 [단지 안에서 구하소서] 같은 작품이 나오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맥락으로 보일 정도. 이런 원천에 최민식, [범죄도시] 1편의 감독, [범죄도시] 2편의 배우 손석구가 투입된 본작도 등장할만한 기획이다. 지금 같이 금전의 가치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은 작금의 퐁토를 반영하는 군상들의 표정엔 의욕과 발산이 넘쳐날 정도. 경쟁사 OTT 애플 TV의 [파친코]에서의 도박과 금전 이면엔 식민지 역사의 그늘이 존재했는데, <카지노>의 도박과 금전엔 서로의 등을 겨눈 호구 관계의 등쳐먹기, 언젠가 발화될 총구가 존재한다.
이 사기와 욕망의 함수는 가히 [범죄의 재구성]과 유사한 공기가 있다. 그렇다. 지역 양아치 사사라는 점에서 본작의 형제 관계엔 이미 [친구]라는 선배가 자리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니가 가라 하와이'는 어느새 '내가 왔다 필리핀'이 되었다. 없이 자란 살림을 욕망으로 발산하며 키워온 최무식의 기이한 '인간극장'엔 부득이한 탈세와 자신보다 위에 자리한 계급에 대한 등쳐먹기가 설계되어 있거니와 자신을 가장 닮은 뒤따라온 욕망 꿈나무들 위에 자신이 가장 위에 군림하겠다는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아마도 피날레로 이어질 시즌 2엔 이 욕망의 극단과 하락세,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차차 오른팔과 왼팔들에게 견제될 차무식의 사정, 사제 총기를 구매한 오승훈의 변모, 차무식 월드를 균열시킬 삼합회와 필리핀 마리아 등의 잡놈들의 두각 둥 변수가 제법 있다. 어쨌거나 결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 같은 서사시의 종극보단 드 팔마의 [칼리토]나 마틴 스코세이지 무비 같은 분위기에 가까울 듯하다. 욕망에 솔직한 날갯짓을 연신 하던 이에게 남을 종결은 뜨거운 햇볕에 녹아든 밀랍 날개의 파국만큼 어울리는 것은 없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