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8.12.10 13:52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링크) / 별점 제도는 이상한 제도죠.


로큰롤라디오 (Rock'n'Roll Radio) - The Mist

먼저 뮤직비디오 이야기. 언제부턴가 싱글아웃에서 다루는 곡들 중 안팎으로 죽음에 대한 테마에 연관된 곡들의 수가 적지 않은 기분이다. 세월호 이후의 한국 대중음악이 앓고 있는 후유증과도 연관 있어 보이고 (물론 이 곡이 그 사건에 대한 언급을 다루는 곡은 아니다) 여러모로 한국 사회가 죽음에 있어선 '이후의 긍정'이나 '내세의 열락'으로 여유있게(?) 다룰 수 있는 폭이 극도로 협소한 사회라는 점도 있는 듯하다. 본작 역시 곡의 서두를 장식한 신시사이저와 베이스 등은 자욱한 안개처럼 묵직하게 보이지 않는 어떤 권능을 묘사하며 진행한다. 여기에 김내현의 마초적인 보컬은 무게를 배가하며 곡을 전체적으로 밴드의 전작들과도 차별화된 감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짧지 않은 러닝 타임 속에 중반에 들어서서 가속을 밟는 곡의 국면 전환은 시종일관 침통한 비극의 어조를 딛고 기이한 활력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고통스러운 수난이라는 궤, 그 단단한 힘을 아이러니하게 들려준다. 밴드의 이력에 기억될 작품 하나가 여기에. ★★★★


posted by 렉스 trex 2018.12.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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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모리 「작별인사」

서사로 보자면 김목경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1990)의 사연을 국악을 베이스로 한 크로스오버 장르로 이식한 듯하다. 일견 들으면 장쾌한 것은 물론이며 흥마저 엿보인다. 어르신들은 장례를 떠나보낸 이들을 위한 축제라고 했다지만, 이것은 무엇인가 재청을 하면 가사에 채 담지 못할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인생을 정준석의 록 기타는 울분을 토하듯 쏟아붓는다. 이야기를 조목조목 짚던 이안나의 피아노는 곡 후반부 오르간으로 옮겨 찌르르 울컥하고, 문상준의 타악기가 헤아릴 수 없는 타인의 비극을 장대하게 움직인다. 이렇게 하나의 삶이 닫히고 짚기 힘든 삶의 원리가 축제의 외연을 가진다. ★★★☆


항가울로 「있어. 너는」

인상적인 울렁거림이 있는 가사는 실은 잘 안 들리고, 리버브로 넘실거리는 기타는 찌릿찌릿한 파열음을 발산한다. 공간감을 강조한 녹음은 불편함을 주거나 청자를 밖으로 밀어 내보지 않으며, 고독의 방으로 초청한다. 철철 내려치는 드럼, 일렁이며 교란 상태의 메시지를 내뱉는 보컬이 듣는 시간을 오래도록 붙잡으며 매혹하다 후반부 명징하게 들리는 멜로딕한 기타는 이제 방의 퇴장을 종용한다. 아쉬운 시간 6분여, 다음 곡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허락하며 중단 버튼을 터치하지 않는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11.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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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얼굴들 「그건 니 생각이고」 

 2개의 간략한 건반 악기 편성으로 들려주는 마지막 음반 속 싱글 커트곡이 주는 소회는 적지 않은 이들에게 남다르게 들릴 것이다. 어떤 이에겐 엠넷의 《덕후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편에서 뉴웨이브의 전설, David Byrne(Talking Heads)을 만나기 위해 간 팬보이 청년 장기하의 짧은 여정이 상기될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겐 곡 속에 삽입된 서태지와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92)를 듣고 장기하와얼굴들의 오마주가 짚었던 영토가 이제 70년대, 80년대를 건너 90년대에 당도했다는 실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다음을 향해... 아 이제 끝났지’라는 슬픈 감상을 추가할지도 모르겠는데, 글쎄요. 음악인 장기하의 여정이 끝났다고 단언하기엔 우린 너무 오만한 판단을 하는 것일 테고, 그저 그는 여기서 한 대목을 정리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뾰뾰뿅 사운드 안에서 차분히 관계와 세상살이의 조각을 짚었던 이 곡 다음 챕터의 걸음걸이를 누가 감히 전망하겠는가. 그저 달력만 넘어간다. 뾰뾰뿅. ★★★☆



술탄오브더디스코 「통배권 (feat. 뱃사공)」

신보를 이해하기 위해선 1집 이후 나온 싱글들보단 다큐 《수퍼 디스코》(2018)의 관람이 훨씬 도움이 될 듯하다. 재능있는 밴드 프론트맨의 번아웃과 이를 지켜볼 수밖에(그리고 지켜보기엔 억장이 무너지는) 없는 레이블 대표와의 피하기 힘든 갈등을 보여주는 이 작품의 대목들은 내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서사보다 나아 보였다. 진통 이후 나온 술탄의 음악들은 기계적인 이분법으로 분류하자면 ‘여전함‘과 모색에 의한 분화 또는 심화인데, 이 곡은 첫 감상대로 ‘여전함‘ 쪽으로 들린다. 그 ‘여전함‘은 당연히 태만이 아니라 나잠수의 송메이킹과 홍기의 착착 맞는 기타 등으로 ‘제대로’의 맛을 구현한 완료로 대변된다. 왜 뮤직비디오 속 애니메이션은 만화 《쿵후보이 친미》의 통배권 모션을 구현하지 못했느냐, 왜 밴드 안의 힙합 전사 김간지를 놔두고 굳이 라짓군주의 뱃사공을 초청했냐 하는 문제는 그저 장난으로 걸어보는 심술에 불과하다. 뱃사공은 컨셉을 잘 이해한 가사를 가져왔고, 연주를 비롯한 안무와 컨셉은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밴드의 모습을 잘 지키고 있다. ★★★☆



애리 「없어지는 길」

큰 무대보단 작은 무대가 많은 씬의 특성상 애리는 이 곡을 밴드 편성이 아닌 홀로 기타를 들고나온 무대에서 부를 때가 많다. 덕분에 라이브에서의 이 노래에선 마무리 대목에서 그 적막함이 쓸쓸하게 닿는 기분이 강했다. 스튜디오 밴드 편성으로 듣는 이 노래에선 적막함은 물론이며, 때론 베이스로 인한 절박한 발걸음 같은 박자를 때론 기타로 인한 파장을 때론 드럼으로 인한 역동을 무엇보다 애리의 보컬이 몇 겹을 만들면서 환상성을 배가시킨다. 더욱 치열하게 접근하는 화자의 정서와 사이키델릭한 도취의 기운이 휘감는 후반부는 홀로 선 라이브 무대보다 추가된 런닝 타임을 요구하고, 그만큼 청자의 폐를 쿡 누른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11.0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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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니 「불안지옥」

어디서 날아온 존재인가. 라고 적기엔 무안할 정도로 이미 존재했던 향니는 음반의 도입부 하나로도 새소년이 지나간 2017년 이후의 올해엔 바로 향니가 주인공임을 입증한다. 여기엔 삐삐밴드가 예비한 미래가 현실화한 현재의 모습에 덧붙여, 군 복무로 부재중인 실리카겔 이후의 적자임을 증명하는 온갖 것들이 즐비하다. 흐물흐물하다 의표를 찔러대는 키보드와 불안한 징후를 장난스럽게 내뱉는 이지향의 강력한 존재를 좀체 부인하기 힘들며, 이를 지원하는 휘청대는 코러스 등은 사이키델릭 강국 한반도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1집을 못 알아본 몇 년 전 무지한 자신을 새삼 탓하게 만든 귀환작. ★★★☆




최항석과부기몬스터 「난 뚱뚱해」

또 한 명의 블루스맨이 살찐(사실 그렇게 안 쪘어요!) 체구를 내세우며 자신은 살찐 사람이라 토로한다. 이 걸쭉한 목소리를 가진 음악인의 입담은 “살찌면 부자 된다”는 귀여운 궤변과 합리로 똘똘 뭉쳤는데, 그게 싫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그가 뱉는 이야기들이 때론 대화체 같고 때론 실제로 그루브가 잔뜩 먹힌 그 자체로 음악으로 들리는 덕분이다. 후반부엔 그야말로 소울을 영접하여 곡의 가사에도 언급된 ‘레전드’들과 악수하자고 덤비는 형국이라 더욱더 그렇다. 이런 최항석의 보컬을 술 한잔 마시지도 못하는 내가 굳이 대입해 보자면, 예일보다는 라거의 영역이다. 내가 영상으로만 보고 상상만 해보는 그 맛. 그뿐인가. 뚝뚝 떨어지다 같이 호소하며 울컥하는 기타와 더불어 꼭꼭 잘 짚어주는 믿음직한 이진광의 드럼과 최효석의 베이스는 모범이자 발군이다. 물론 이는 이효주가 하몬드 오르간 연주로 깔아놓은 장르적인 공기의 수훈 덕일 테다. ★★★★



보이어 「부덕의 소치」

매쓰 록이라는 장르에 대해선 옆 나라 일본 씬에 대해 동경과 유사한 감정이 있었던 터였다. 보이어의 음악을 들을 기회나 결심이 없었다면 괜한 오해 상태로 한 해를 의미 없이 지나칠 뻔했다. 청명한 톤으로 ‘듣기 편함’을 일견 들려주는 듯하지만 실은 정확함과 치밀하게 입장과 퇴장을 반복하는 기타는 물론 능수능란하게 쪼갠 타격감으로 다가오는 드럼 등은 장르를 인식하게 만든다. 여기에 윤형준이 맡은 피아노의 배합이 의외로 데워주는 온기는 장르를 넘어 이들의 음악에 대한 인상을 보다 뚜렷하게 만든다. 제목이 던지는 의기소침한 정서와 달리 후반부 맵싸하게 달리는 기타와 각 파트의 바빠지는 연주는 가사가 없어도 꾸준하게 대화와 대면을 요청하는 생명력 있는 음악이라는 인상을 준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10.29 13:13

매주 웹진에서 글을 올립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



보이모드 「Physically (feat. 예서)」

올해를 기억할 음반 중 하나인 예서의 『Damn Rules』(2018)가 보여준 깊은 인상이 재현된다. 실상 본작이 주는 매력의 상당수는 예서의 목소리에 기인하며, 이에 대해 보이모드를 만든 듀오 역시 이를 굳이 부정하지 않는 듯하다. 그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농염함과 신비한 인상이 도드라질 때 사운드 역시 명징해지고, 예서의 캐릭터가 가진 뿌연 안개 같은 기운이 자욱하게 깔릴 때 곡의 분위기 역시 그럴싸하게 조성한다. 곡 전체가 한 싱어의 역량을 피처링이라는 단어로 퇴색되지 않게 함은 물론 제법 부각해 준다는 인상이다. 그래서 본작의 주인들은 이를 당연히 의도했을 법하나 만족스러웠을지는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게 한다. 과연 이어질 작업에선 여러 협업을 거친 최상의 콜라보를 연작으로 보여줄지, 아니면 진정한 국면과 정체를 드러낼 작업을 할지 물음표를 남기는 대목. ★★☆



페이크유니버스 「A Journey To The Horizon」

이 ‘모조품 은하계’ 안엔 키보드가 거대한 검은 공간 안에 수많은 작은 빛들을 발산하는 우주를 형성한다. 여기에 중력의 단단한 긴장감을 묘사한 베이스가 나지막하게 운동하고, 기타는 순탄한 활력과 비행을 묘사한다. 음악으로 만들어진 스윙바이(Swingby : 우주선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궤도를 조정하는 항법이라고 하네요 – 작성자)인 셈이다. 이리하여 한 밴드의 설렘이 깃든 등장은 청자에게 감정이 전이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비로움을 묘사하는 연주의 연출은 우주의 불가해함을 닮아간다. 전자음이 각각의 별들의 군집을 만드는 이 씬 안에서 얼마나 뚜렷하게 기억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 ★★☆





posted by 렉스 trex 2018.10.1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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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주파 「틈」

한때 한국대중음악상 록 분과의 티아라를 획득한 몇몇 이름이었지만, 보컬과 가사 없이 불쑥불쑥 나오는 베이스의 줄기와 타악기의 박동은 메마른 땅 위에 새롭게 그들만의 이름을 새기려는 힘같이 들린다. 그 위에 유려하고 섬세하게 쌓이는 양금만의 선율은 과거를 다시금 회고하기에도 새삼스럽고 새롭게 들린다. 특히나 양금의 사운드는 그 세밀하고 맑은 음색이 이들의 첫인상을 ‘아 이번에도 에스닉하면서도 우리 것 또는 범 동양적인 시도를 하는 팀인가?’ 하는 것을 넘어 그 색감이 서구의 것처럼 들리기도 해 단단한 생각을 교정하게끔 했다. 다만 아직까진 고전 악기와 현대 악기를 배합한 여러 크로스오버 장르의 시도 안에서 동양고주파만의 짙은 인상을 남기는 순간을 확인하기엔 좀 이른 시기인가 싶기도 하다. 시도를 넘어선 발견의 순간이 언젠가 허락되길. ★★1/2


카코포니 「로제타」

일단 플럭서스가 영입한 간만의 새로운 이름이라는 점만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카코포니. 그 내용물이 열어보니 ‘시궁창’이라는 가사와 근친을 먼저 보낸 창작자 자신의 형언하기 힘든 슬픔 등이 여기저기 음울하게 배어있다. 병석 위 회색 낯빛의 근친을 화장터로 보낸 휘청대는 시간대를 보낸 글쓴이로서 이는 공감의 영역이기도 하다. 여기에 창백한 전자 사운드 위에 청명하게 들리는 건반음의 배치는 그 자체로 ‘불협화음’을 의도하면서도 굉장히 온전하게 들리는 음악으로써의 성취를 동시에 들려준다. 여기에 후반으로 갈수록 드러내는 보컬의 역량과 떠난 이를 위한 구원을 희망하는 예우 등은 곡 전반의 음울함과 조우해 성스러움을 연출한다. 실은 이 쓸쓸한 의식에의 초대를 창작자의 의도에 맞게 확인하기 위해선 그와 친구들이 만들었다는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까지 감상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10.08 10:51

웹진에서 글 씁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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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미러오브트레지디 「I am the Load OV Shadows」

보컬 M.Pneuma에 의하면 밴드명과 이 컨셉 음반의 마지막 곡에 연관된 구상은 태초부터 존재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바라본 검은 거울 안의 세계관은 어둡고 비극적인 전망으로 가득했고, 이제 노래 속 개별자들은 이 전망이 던져준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 심연인 그림자의 군주로부터 지배당하고 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이렇게 20여 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의 싸움이 벌어진다. 실제 성가대의 성스럽고 벅찬 기운의 목소리가 아닌 것은 아쉽지만 에픽한 분위기를 고조하는 합창 파트와 심포닉한 구성에 힘을 주는 건반과 현악의 장치 등은 이 밴드만의 독자적인 성과를 보여준다. 새드래전드와 문샤인 등의 밴드들이 거친 영토 위에서 어떻게든 이루려던 성취의 결실 비슷한 무엇이자 Emperor, Cradle of Filth 등의 선두들에게 가졌던 부채감의 극복이라 할만하다. 워낙 척박해서 역사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의 장르 씬의 풍경이지만, 곡의 유려함을 듣자면 현실적 무리수를 두고서라도 비 장르 팬들에게도 호소할 구석이 있다고 감히 언질 주고픈 대목들이다. 16여 분의 드라마가 지나간 후 다소 공백이 지나가면 다시금 시작되는 사운드 안엔 여성의 목소리를 다소 변조한 듯한 메시지가 들려온다. 이것은 「Chapter. III – The Annunciation In Lust」에서 그림자 군주의 지배에 패한 콘셉트 음반 속 여성 캐릭터의 것일까. 과연 개별자는 어둠에 휩싸이고, 인간에게 허락된 것은 타락이며 세상을 둘러싼 이런 비극적 전망은 교정되지 않는 것인가. 답은 여러분에게. ★★★★1/2

posted by 렉스 trex 2018.10.02 17:09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이번에 홈페이지 개편해서 검색 기능 등도 넣었어요.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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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앤타임 「잠수교」

신보 음반은 인생의 몇몇 시기를 열거해 담았다고 한다. 이 곡은 어느 시기를 담고 있을까? 총 다섯 번에 걸쳐 공개할 뮤직비디오 중 2화에 해당하는 본작은 아마도 20대까지의 시기를 다룬 듯하다. 방향 없는 지표 위에서 무기력함과 의욕부진, 공허함 중 어느 것이거나 그 어느 것도 아닌 마음으로 걷는 시선의 시절. 한가로운 발걸음을 쫓는 듯한 베이스와 대교의 촘촘한 기둥들을 닮은 드럼, 무엇보다 이 시절을 닮은 산란하나 뚜렷한 기타는 세 음악인의 삼각형이 구현한 이상적인 모델을 들려준다.  ★★★1/2

미스이솝로마템 「트라우마

예의 관능적인 보컬과 글램한 미학, 이로 인해 충실하게 표현한 포스트 비주얼록의 외형은 실은 더욱 복잡한 속사정을 들려준다. 매쓰록을 닮은 촘촘함으로 시작해 일렉트로니카와 메탈이 자극 일변도를 위한 장치로 곡의 진행 동안 구실을 하며, 가사는 특정한 감정선과 장르 법칙에 충실한 단어와 문장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에 간혹 이를 고조하기 위한 심포닉한 장치들이 애상을 더한다. 그리고 잿빛 추상이 곡을 물들일 때 베이스는 산란한 화자의 심상을 닮은 듯 박동하다가 반복되는 장을 여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다 결국 어두워진 터널 안으로 잠입하듯 막판에 보컬을 파열하고 이내 곡은 마무리. 소화가 쉬운 편이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재청의 의사가 있다면 그로 인해 테마가 익숙하게 들리는 경우.  ★★1/2


모즈다이브 「Buran」

곡이 서두를 열자마자 격동하는 신곡의 기조를 들으니 실감한다. 모즈다이브가 젊은 육체와 그 육체를 물을 뚫으면서 비춰주는 햇살 둘 모두를 뮤직비디오에 담아낸 헤일과도 다르며, 사회 안의 개인의 고독과 우주까지 뻗는 아득한 여정의 고독을 영상 안에 담은 이상의날개와도 다른 밴드라는 사실을. 모즈다이브에게 중요한 것은 내부 안에서 끊임없이 역동하는 충돌과 불안의 양상을 까랑까랑하게 바깥으로 내비치는 밴드가 자신이라는 사실 아닐까. 4분 20초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전작에 받은 인상을 비교적 이질감 없이 일단 재현하며, 이어지는 곡들에서 슬슬 본격적인 인상을 내비칠 준비를 하는 역할의 곡.  ★★★1/2



posted by 렉스 trex 2018.09.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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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서울 「이게 뭐야」

《썬데이서울》은 기억하는 이들은 다 기억할, 그 문제의 80년대를 상징한 황색 언론 잡지의 대표적인 이름이기도 했다. 올해의 여름을 사람들은 폭염으로 기억하지만, 가령 《썬데이서울》이 매년 여름을 기억하는 방식은 수영복 입은 여배우의 화보와 ‘불륜‘의 이름으로 미화(?)된 성범죄를 ‘추억’으로 회상하는 가명 수필 코너 같은 것들이 그러했다. 물론 밴드 썬데이서울은 황색을 미화하는 것이 아닌 유장하게 흐르고 있던 한국 대중음악의 어떤 장르 일부의 물줄기를 기억하고 재현한다. 가장 직접 떠오르는 사랑과평화 외에도 나는 퓨전재즈 밴드 빛과소금의 「샴푸의 요정」(1990), 「오래된 친구」(1994) 같은 곡들이 떠올랐다. 그 낙천적이고 맑은 기운들 말이다. 아마도 보컬리스트 한국의 목소리에서 이런 양념 같은 가미가 느껴진 탓이다. 여기에 복작복작하는 각 파트의 재미있는 부분들, 융단 펴듯 펼치기를 보여주는 정모세의 키보드, 관록과 유연을 보여주는 김준오의 기타, 말을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신석철과 김정욱의 파트가 합일하니 록의 배양을 또 하나 보여준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09.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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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이스트쿼텟 「이화」

어둠처럼 내려앉은 기타의 흐릿한 숲에 손성제의 색소폰은 안개의 자욱함을 닮아 흐른다. 기타도 색소폰도 베이스도 드럼도 예광탄을 쏘든 탐침봉을 바닥에 푹푹 꽂든 손을 허우적대며 젓든 간에 이 숲 안에서 표류하듯 헤매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무의미하게 들릴 텐데, 이 침묵에 가깝게 들리는 연주의 교차엔 분명히 질서를 관장하는 누군가의 힘이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음울하게 들리지 않고 명료한 붓칠을 더하듯 들리는, 비주류 장르의 장인들이 닿은 또렷한 성취의 결과 중 하나다. ★★★1/2




히치하이커 「Time (feat. 써니, 효연, 태용(엔씨티))」

「Around」(2017) 이후, 히치하이커는 잔뜩 분위기를 까는 태용의 보컬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특히나 효연의 목소리는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마치 90년대 이 나라 혼성그룹 여성 보컬의 종합적인 재래를 듣는 듯한 기운을 준다. 전반적으로 힙하게 들리기보다는 관성적으로 들리는 보컬 운용이다. 당연히 여기서 끝날 리는 없다. 히치하이커는 이들의 보컬을 이용해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천진난만한 분위기와 예의 기괴함에 닿은 직전의 베이스 난무를 싹둑 썰어 부착해 교차하는 구성을 들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