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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브라더후드의 매혹

trex 2011. 6. 6. 10:11
2차 세계대전은 상흔이었다. 캡틴 아메리카는 그곳에서 탄생하였고, 울버린이 되기 전의 로건이 참전한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 유태인 소년의 힘이 비극적인 장소에서 발현한다. 브라이언 싱어는 진작에 이 장면을 1편에서 보여주었다. [퍼스트 클래스]에서도 이 장면은 반복된다. 브라이언 싱어는 울버린과 로그를 소개하기에도 바빴기 때문에 늙은 매그니토에게 사연 하나 심어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결국 시리즈는 은연중 시리즈의 중심으로 울버린을 상정하였다. 파국에 가까웠던 3부 이후 미련이 남았던 스튜디오와 배우는 첫번째 스핀오프로 [울버린 : 엑스맨의 탄생]을 만들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사람들은 3부와 [울버린] 덕에 브라이언 싱어가 훌륭한 사람임을 뒤늦게 절감하였다. 2부에서 보여준 울버린과 제너럴 스트라이크의 관계로도 사람들은 유사 부자 관계의 애증과 '웨폰X 프로젝트'의 비인간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울버린]은 이 모든 것을 90여분간 풀어서 설명함에도 불구하고 절절하게 닿는 감정선이 없었다. 측은지심의 '불살의 하이랜더' 울버린, 그저 속편에서 제대로 살길 기원할 따름이었다. 브라이언 싱어는 그동안 [슈퍼맨 리턴즈]로 히어로물의 숭고함, 그 극단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각자 살 길을 가는 듯 했다. 

그러다 [퍼스트 클래스]의 제작자로 돌아온 브라이언 싱어. 그가 매그니토의 탄생을 유태인의 사연으로 설정한 것이 [퍼스트 클래스] 내에선 좀더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 일단 전반부가 꽤나 근사해졌다. 나치처럼 인류 역사에서 흉악스러운 악당이 어딨겠는가. 세바스찬 쇼는 근간의 히어로물에 나온 악당 중 가장 순수하게 악하다. 야망은 황당하지만 적어도 매그니토를 탄생하게 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매그니토가 그를 물리친 이후에 내세우는 돌연변이 연합에 대한 철학은 사실상 그의 논리와 큰 차이가 없다. 증오할 특정 대상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인류라는 대상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럼에도 매그니토는 세바스찬 쇼처럼 순수한 악이 아니다. 그것이 그를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실은 그 판단의 어려움이 이 캐릭터에 대한 매력 자체이다. 제작진들 자신이 에릭과 찰스의 전사(前史)를 다뤘음에도 그 균형에 대해서 환상적인 안배를 고려하지 않은건 거의 확실한 듯 하다. [매그니토] 스핀 오프나 다름없는 [퍼스트 클래스]는 매그니토와 일당인 브라더후드의 매혹을 보여준다. 엑스맨 이야기의 캐릭터들이 형성하는 갈등의 골이 선악의 논리를 뛰어넘는 끝나지 않는 드라마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반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브라이언 싱어가 제작자로서 이름은 올린 덕인가. 그가 1과 2로 조성해놓은 세계관에 위배되지 않으려 하는 노력이 보인다. 다만 브라이언 싱어가 타자에 대한 오해와 폭력에 대한 세심함을 시리즈 내내 보여주었다면, 감독 매튜 본은 실제 역사를 빌어 인류에 대한 증오를 차근히 키워나가는 한 남자의 선택에 집중한다. 각 등장인물에 대한 스케치는 나름 배려 이상이지만, 전반적으로 근사한 대결의 합을 만드는 능력치는 부족해 보이고, 어쩔 수 없지만 세계관의 설정과 조립은 조금 어긋나있다. 가령 3편의 세계에서 행크 맥코이와 미스틱은 서로 아는 사이일까? 하지만 조지 루카스처럼 자기가 만들어놓고도 세계관의 아귀가 근사하게 들어맞지 않는 예시도 이미 있다.

이 정도면 나름 선방이지만 후속작이 만들어진다면 세계관의 틈새는 더욱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류의 영화들은 세계관을 봉합하고 궤를 맞추려 노력할수록 또다른 쪽에선 항시 누수가 생겼다. 그럼에도 히어로물이 주는 즐거움은 결국 '한 장면'안에서 '그들'이 대화하고 대립하는 광경의 전시다. 찰스는 결국 휠체어를 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고, 민머리 농담을 2번 뱉는다. 우스꽝스럽고도 억지스럽지만 할 수 없다. 저렇게 어색한 대목도 있지만, 대신 에릭의 인생 중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주는 아픔도 눈으로 확인했잖은가.



캐릭터 관련 야부리는 다음 시간에 -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감독 매튜 본 (2010 / 미국)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마이클 패스벤더,케빈 베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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