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2012년 상반기의 앨범 6장.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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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상반기의 앨범 6장.

trex 2012. 5. 30. 11:49

2011년 12월에서부터 2012년 5월까지의 발매작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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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 박은옥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삶의 문화 | 유니버셜 코리아 / 2012-01 


차갑게 식은 서울역 앞 노숙자로 시작해, 언제가 당도할 바이칼 호수의 광대함을 꿈꾸는 물에 관한 꿈들. 여전히 유효할 수 있는 까닭은 이 땅 위의 모든 광장들은 탄압의 장소이기 때문이리라. 여전히 꿈꾸는 듯한 트랙들 보다 다시 부른 '92년 장마, 종로에서' 가진 설득력이 강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참조글] http://cafe.naver.com/musicy/14627 




정차식 [격동하는 현재사]

Capsule Roman | 미러볼뮤직 / 2012-01


'황망한 사내 프리퀄'이자 여전히 악극, 트롯트, 일렉트로니카, 곳곳에 배치한 효과음, 마초들의 허위 깃든 힘찬 추임새의 차용으로 가득한 앨범이다. 보다 노골적인 잠자리 제안과 가래마냥 끓어넘치는 토로들이 가득한데 그 자체로 이야기극인 '삼거리 오뎅탕집' 등은 페이소스 그 자체랄까. 전작의 '마중' 같은 뭉클한 서사보다 끈적함과 회한에 주력한 듯 하다.




글렌 체크 (Glen Check) [Haute Couture]

사운드홀릭 / 2012-03 


소년, 소녀들이 놀 수 있는 음악들. 적절한 시대에 나온 좋은 선물 같다.

[참조글] http://cafe.naver.com/musicy/14896




로다운30 (Lowdown30) [1]

석기시대 | 미러볼뮤직 / 2012-03


결합의 '제로' 지점에서 시작한 1집과 '0.9'로 게이지를 채워간 EP에 이어 나온 2집이자 [1]로 호명되는 본작. "한국에서 블루스 록은 단연 로다운 30이죠"라는 쉬운 호명보다는 재청을 요구하는 작품. 소울과 일렉트로닉, 레트로풍 개러지 락, 심지어 욕심내서 생각하자면 "다음엔 스토너 한번 어떠세요?"라고 요청까지 하고픈 확장된 외연과 그걸 가능케 한 응집력. 로다운에 이르러서 보컬리스트로 완성된 윤병주의 목소리와 기타, 그리고 베이스와 드럼이 쌓아올린 리듬의 집. 즐겁고도 어려운 수작. 




한음파 [Kiss From The Mystic]

미러볼뮤직 / 2012-03


제목에서부터 후반부의 지글대는 기타 위에 흐르는 마두금의 처연함까지, '잠영' 같은 트랙은 영락없는 한음파다. 그럼에도 군데군데 사람들은 고개를 기웃한다. 첫곡 'Damage' 같은 트랙들은 보다 직선적인 방향으로 파고든 변화의 폭을 예고한다. '안개여인의 키스', 'V.L.S(Vampire Love Song)' 같이 영상매체식 상상력을 달라진 분위기로 표현하기도 하며, '머리 위, 사람'은 아예 보컬의 위치를 변경하고 일렉트로니카풍 분위기를 선보인다. 프로그래밍으로 내리찍은 듯한 '화석목'의 분위기엔 결국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내부고발자'와 'Denial' 등은 한때 소위 사이키델릭하였다는 한음파와 직선적이 된 한음파, 양편 모두를 라이브에서 기대하게 만드는 트랙들이다.




회기동 단편선 [백년]

자립음악생산조합 / 2012-04


정성일 평론가의 첫 영화에 대해 영화판이 벼르고 있었듯, 리뷰어였던 단편선에 대해서도 음악씬이 벼르고 있었을까. 이런저런 활동들 모두 통칭하여 그야말로 '행동가'였던 뮤지션 단편선이 첫 정규반을 발매하였다. 고독하고 황량하고 그럼에도 성스러운 '백년'을 필두로, 중반의 통곡소리와 후반의 소독차 소리가 듣는 이를 아연하게 만드는 '소독차' 같은 트랙들은 본작이 기본적인 포크 앨범의 편성 이상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유려하지 않게 의도적으로 박아놓은 신디사이저 음이 아방가르드함을 유도한 '동행'이나, 메탈마냥 앙칼지게 치솟는 중후반부를 자랑하는 '이상한 목'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그가 위치한 무대, 그가 위치한 무대의 토대가 된 이 곳, 이 곳의 정치성들, 이 곳의 음악들, 이 곳의 자립적인 음악 만들기에 대한 것들. 모두.


[12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