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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 비망록

trex 2017. 5. 8. 17:45

(1) 지지난주 결혼식장에서 본 중장년 찐따를 기리며, 이 글을 시작하겠다. 그 식장에 가기 위해선 편하게 제공되는 셔틀버스가 있었다. 나같은 이를 위한 편의성 면에선 최상이라 하겠다. 다만 버스에 탑승을 하니 지정된 시간에 의거해 출발 준비를 하며, 바깥서 기지개를 펴는 기사님께 그는 재촉을 하였다. 그. 그렇다. 오늘의 주인공인 그가 문제였다.



(2) 식 시작은 11시, 당시 시간은 10시 45분. 어지간히도 급해 보인 그는 예상 도착 시간 5분에 대한 답변을 기사님에게 들어도 "빨리 가야 하는데..."를 연신 뇌까리며 재촉의 기운을 숨기지않고 기다렸다. 이윽고 출발한 셔틀 버스가 식장에 도착하자 그는 "2분 38초 걸렸네!"라며 재촉이 무색하게 감탄했다.



(3) "기사님 멋지다!"고 제딴엔 칭찬을 하는게 내 귀엔 그때부터 좀 거슬렸는데, 아무튼 식장에 도착하자 신랑은 나에게 포옹을 하며 나에게 딴 생각 말풍선을 유발시켰다. 그에 대한 생각은 애초부터 휘발되었고, 식사를 혼자 해야 하나하며 작은 걱정을 할 찰나에 등장한 지인이 있어 식사 장소로 곧바로 이동하였다.



(4) 결혼식장에서의 식사가 그렇듯, 진행하는 양반들은 따로 앉을 생각 말고 기존에 식사하는 분들과의 동석을 요구했고 하는 수 없이 우리는 기존 일군에 섞여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불행하게도 그 중장년 찐따는 이미 내 옆 자리에 와있느 셈이 되었었다. - 그는 고작 식사를 서두루려 그렇게나 셔틀 기사를 채족한 것일까가?



(5) 그는 나에게 바로 눈을 마주치며 버스에서 보지 않았냐고 물었으나, 나의 본능적 거부감은 "아뇨 잘 모르겠는대요"라는 답변을 낳았다. 내 입장에선 대뜸 종이 소줏잔을 건네준 그에 대한 성향 파악이 1차적으로 마무리 되었고, 못 마신다고 답을 하니 이 양반 하는 이야기가 말이지...



(6) "못 마신다고? 아니다 마시게 될거다 마시면 안다."라는 둥의 정체불명의 문장을 펼쳐놓기 시작했다. 대뜸 옆에 앉은 지인에게 애인이냐고 묻는 것부터 시작해 찬란한 이 중장년 찐따의 활약은 펼쳐졌고, 나는 하는 수 없이 내 시야 앞에 펼쳐진 한정식 반찬의 진수에 대한 집중에 만전을 기했다. 물론 답변할 가치가 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하면서.



(7) 이 양반은 중간에 같이 먼저 식사를 한 일행들 앞에서 술을 안 마시는(그의 입장에선 거부한) 나에 대한 가벼운 툴툴거림(중장년 주제에 시건방지게 말이지 ㅎㅎ)과 술을 받는 내 옆 지인에 대한 호감을 동시에 표하느라 바빴다. 그에 대한 내 가소로움은 이미 백록담을 찍어 백두산 천지를 향해 가는 상태였다.



(8) 어린 사람이 - 불혹에 대한 과분한 평가 감사하다 - 술을 줘도 안 받는 세태에 대한 가벼운 근심을 표하던 이 중장년 찐따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게 칭찬을 해줬는데, 그건 바로 내가 젊은 사람치고(?) 밥을 잘 먹는다는 사실이었다. 밥을 먹음으로써 그에게 온건히 평가받았다 ㅎㅎ



(9) 결혼식장에 가면 으례히 하는 축의금 대비 식사량을 충분히 채운 나는 자리에 일어났는데, 예의 바르게 나는 그들에게 식사 잘하라고 인사를 했었다. 지나가는 길고양이와 개들에게도 잘 먹으라고 인사는 하니 그 정도는 도리라고 여겼다. 그 시시한 육체는 새우와 고기를 더 삼킬 것이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분뇨를 낳을 것이다.



(10) 신부 측에서 왔다고 한 그의 말의 진의에 대해선 별 관심도 없고, 아무튼 일어나면서 그의 빛나는 이마를 밥풀 묻은 숟가락으로 경쾌하게 때리면서 '여름 수박처럼 잘 익었다'라고 칭찬을 못한 것은 조금 아쉽기는 하다. 



다 그렇게 살지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