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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감빵생활]

trex 2020. 5. 4. 16:13

사람이 컨디션이 안 좋으면 엎드리거나 누워서 별 것을 다 보는 법이다. 이런 일상생활이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좋아할 순 없었다. 넷플릭스에서 나름 목록 챙겨서 제공되는 모양인데 본다는 마음은 안 먹게 되더라. 이문세 4집은 내 추억의 거리가 아니라 그냥 성장과정의 음악이었고, 언제나 그렇게 기록했고 토로한 목록이었다. 추억이라는 낭만의 포장을 굳이 씌우진 않게 되는 목록이었다. 간지럽게 분장한 유명한 연예인의 화사한 포장 같은 것은 애초부터 필요가 없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딱 그 정도 수준이었고, 가뜩이나 로이 엔터테인먼트 관련한 불쾌한 이슈와 엮인 곳이니 소비 대상이 아니라 보이콧 대상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애청자가 된 것은 민망한 일이었고, 민망함에 비례해 솔직히 토로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물론 [응답하라] 시리즈 팀 고유의 단점은 여전히 살아있다. 사랑받은 한국 대중음악의 목록을 소환하는 간지러운 장치와 그것을 살리는 (눈물이 배합한) 감동의 장치는 나와 온도 차이가 확연하다. 그래도 보고 있다. 그 길티함을 인정하는 것도 현재 시점의 나를 설명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이 뿌리를 거쳐 갑자기 [슬기로운 감빵생활] 시청에 이르렀다. 명제는 단순하다. 죄짓지 말자. 죄지으면 골치 아프다. 너무 인생에 손해가 많고, 복원할 일들이 수북하다. 무엇보다 너무 복이 없어진다. 삶이 어려워진다. 쪽팔리는 문제부터 생명 자체의 위협이 되는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 사법 체제에 대한 신의와 근본적인 지탱도 믿어야겠지만, 그 신뢰 회복에 들 시간과 정신의 소요가 더  최종적인 계산에 의하면 손해일 것이다. 애초에 죄를 지을 일을, 감옥에 들어갈 일 자체를 만들지 말자. 드라마로 순화된 형태의 경고이자 현실을 일부만 살린 극화의 형식이 이 정도일진대 정말 감독이라면 아이쿠... 

+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과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들다. 당연히 그쪽의 질감이 조금 더 내 취향이긴 하겠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삽입된 곡들의 분위기와 부모, 우정 등의 문제를 보자면 이건 차라리 극장판 [신과 함께](이것도 관람하지 않았다) 수준이 아닐까 유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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