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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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뭐라칸다/일기에가까운이야기

1주년 의미의 글 (00)

trex 2022. 1. 21. 09:22

지난 1월 15일을 맞이해 저의 병원행으로 시작한 치료와 재활의 1주년이 되었죠. 물론 저는 현재 고향에서 일상을 지내며, 이렇게 타자도 치고 그림도 그리고, 읽고 보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1년에 대해선 어떤 식으로든 기록을 남기고 싶어 쓰는 행위를 했어요. 

오늘 보여드리는 구간은 제가 쓰러졌을 당시의 초기에 해당하는 분량입니다. 짧거니와 이 글이 앞으로 세상 밖에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기에 대비해 지금도 다듬고 있어요. 이런 분위기라 여기시면 될 듯합니다-. 감사해요.

1) 박병운의 서두

1월 15일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 모든 일엔 서사의 구조가 필요하고 그걸 흔히들 기승전결의 단계로 설명하곤 하지. 이 일도 마찬가지야. 그런 서두 본문 결론의 수순에 의해 우리의 일을 설명할 수 있겠지. 다만 이번 일은 특수했어. 이야기의 앞부분에 해당할 분량이 마치 고장 난 모바일 디바이스처럼 메모리가 훼손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야. 혹시 이 글을 읽을 이름 모를 그대에게 잠깐만 당부할게. 너무 심각하게 읽지 않아도 된다고 전제를 두지만,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말할게.

이건 뇌에 관한 문제고, 당시도 내 입장에선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어. 지금으로부터 수개월 전 2021115. 난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지금 이 글을 같이 올리는 저자 중 한 명인 유 작가가 당시 불러준 구급차에 고스란히 실려 수개월 간의 입원과 치료, 재활이라는 서사 속의 주인공이 되었어. 유 작가는 당시도 지금도 내 여자친구라는 자격으로 내 옆에서 근심과 신뢰를 오가며 가장 최고의 조력자로 존재하고 있어. 이런 그에 비한다면 나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모든 불행의 전조와 이 이야기의 초반을 말하기 위해선 내 부족했던 부분들을 토로해야 할 거 같아. 그래. 이제 이야길 시작해보자. 나의 이런 이야기들이 혹시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거나 형편을 가진 이들에게 행여나 조금이라도 도움 되고 참조가 되길 바라는 그런 마음이야.

2) 내 첫 병원은 지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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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팔자가 어떻게 되려는지 원... 내 병동 생활 타임라인에서 첫 여정에 해당할 병원은 바로 내가 당시 거주했던 자취방에 인접한 위치에 자리한 그 이름, B 병원이야. B 병원 하면 송골매도 그렇고... 이들 맹금류 등에서 당장에 뭐가 따오를 새의 이름에서 따온 명칭이었어. 간략히 설명하자면 여러분도 익숙하게 기억할 구창모, 배철수 등이 재적했던 불세출의 하드 록 밴드명이 송골매라면 다들 대개는 아실거야. 그 밴드가 탄생했던 당시에 배철수가 항국항공대학교라는 출신이라는 점도 그렇고 아무래도 송골매의 날아다니는 활공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투영되었던 것인지도 몰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B 병원 역시 인접했던 B  공원과 동일하게 옛적 공군사관학교 위치에 연관한 이름이야. 그래-그래- 하늘 위에 웅비하게 날아다니던 매의 이름과 공군의 이미지를 동일하게 투영한 거지.. 그렇다고 B  병원과 이름에서 공군에 대한 연상작용을 한답시고 지나치게 딱딱한 이미지로 생각하면 안 돼.. 허허

나름 그 곳은 서울대학교 병원과 위.수탁 계약을 맺어 전문성에 관해 남부끄럽지 않은 곳이거니와 어쨌거나 결과적으론 내가 어떻게 이곳과 연이 되어 이렇게 구급차에 실려 이동해서 누운 곳이기도 하니, 어쨌거나 날 살린 곳이라 불러야겠지?  만약에 내가 차도가 생긴다면 향후 이 병원의 재활의학과 등 외래 등의 일로 나름 자주 방문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듣고 진척을 확인할 깊이 남을 곳이었어.

이런 나는 어찌하여 B 병원과 이 불운한 연을 맺게 되었을까. 이제 이 스토리의 도입부를 적어야겠네. 여기서 미리을 주자면 이야기의 진행을 설명할 때 나의 기본적인 언급과 유작가의 설명이 번갈아가며 맥을 이어갈 거야그래 요약하면 이것은 자기 관리를 못한 한심한 사내가 뇌졸중에 의해 쓰러지고 그걸 발견한 여자친구가 급하게 현명하게 구급차를 호출해 인근 병원으로 싣고 그로 인해 시작한 치유의 여정과 그 매듭을 다루고 있어.

각자 입장에서 기억하는 대목의 시점과 기억은 서로 조금씩 구멍이 나 있는 것 역시 인정하기에 우린 이런 조각들을 차분히 맞춰가며 이야길 풀어갈 것이야. 이 점을 널리 이해해주길 바라. 자 그럼 나의 뇌가 뻥 터진 문제의 그날. 그럴만한 전조나 예견될 기미는 없었을까? 이 대목도 마찬가지고 난 앞으로도 이 지면을 통해 거짓없는 토로를 할 거야. 그런 자세가 이 기록을 읽을 이들을 위한 그나마 적절한 배려가 아닐까?... 그럼 곧장 챕터를 이어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