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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 특집] 『Invincible』- 지구인의 앨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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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 특집] 『Invincible』- 지구인의 앨범.

trex 2009. 7. 14. 21:57

+ [마이클 잭슨 특집]이라는 말머리는 금번 7월달 음악취향Y 공동 특집 타이틀입니다. 이 점 양지를.
++ 음악취향Y 링크 : http://cafe.naver.com/musicy/9274

마이클 잭슨 『Invincible
Epic / 01년 10월 현지 발매


1. Unbreakable
2. Heartbreaker
3. Invincible
4. Break Of Dawn
5. Heaven Can Wait
6. You Rock My World
7. Butterflies
8. Speechless
9. 2000 Watts
10. You Are My Life
11. Privacy
12. Don't Walk Away
13. Cry
14. The Lost Children
15. Whatever Happens
16. Threatened


『Invincible』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History』발매 이전 공개되었던 요란스러운 티저 영상을 떠올린다. 오와 열을 맞춰 걸어가는 전체주의 국가 분위기의 제복들, 그리고 중앙을 차지한 마이클 잭슨의 위풍당당함. 그들이 군인들이 아닌 도열하는 일사분란한 댄서들임이 밝혀지지만 - 그래서 간신히 불쾌한 전체주의적인 공기에 대한 근심을 누르고 - 이내 화면은 전환되어 나르시시즘의 극단인 거대한 마이클 잭슨 제막식이 시작된다. 동상의 사타구니 사이에 헬기가 날아다니고 수많은 군중들은 환호한다. 가만히 있어도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명할 수 있을 자신을 스스로 드높이는 이 당혹스러운 방식 이후 마이클 잭슨은 일정부분 하향세의 길을 길었다.


그 사이 각종 추문이 잇따랐고, 이미 진의 자체가 중요하지 않게 된 루머들의 포화가 이어졌다. 『History』의 몇몇 수록곡들은 이런 것들에 대한 불편함의 노골적인 피력이었지만 역부족이었다. 『Invincible』의 11번 트랙 「Privacy」에서 강박적으로 반복되는 카메라 셔터 효과음은 꽤나 섬칫한 것이다. 이미 파국의 끝을 보고서야 하는 이야기지만 모든 것은 안 좋은 방향으로 진작에 흘러가는 수순을 따랐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파국은 너무나도 이른 것이다. 억울하게도.


뉴 잭 스윙의 황금기를 장식했던 테디 라일리를 (퀸시 존스와의 결별 이후)파트너로 맞이하였던 전작의 이력에 이어, 마이클 잭슨이 택한 새로운 추가 강화 유닛은 로드니 저킨스였다. 2번 트랙 「Heartbreaker」의 경이로운 사운드 메이킹은 이들의 결합이 보여준 장점을 대표한다. 앨범 초반부 댄스 넘버의 분위기를 3번 트랙 「Invincible」까지 이어가고 난 뒤, 주조를 이루는 넘버들은 편안한 하모니와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결이 잘 살아있는 R&B 넘버들이다.(「Break Of Dawn」, 「Heaven Can Wait」, 「Butterflies」등) 수년간의 공정을 증명하듯 잘 빚어져 있고, 정갈하다. 마치 그가 생전에 좋아한 음식 중 하나였다는 스시 요리처럼. 특히 「Speechless」가 보여주는 경지는 '천상'이라는 단어를 감히 써도 누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그가 80년대 초반과 중반에 보여주는 '그 말도 안되는' 위력적인 성공과 성취도에 비해 『Invincible』의 풍경은 소박해 보인다. 어쩌면 그는 그제서야 '수십억 중의 단 한명이었을 수 밖에 없는' 어떤 전지전능함의 영역에서 내려온 '지구인의 앨범'을 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베이비페이스와의 협업 「You Are My Life」, 알 켈리의 넘버 「Cry」등은 분명히 아름답고 사람을 고양시키는 감동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거기에서만 멈춘다. 「You Rock My World」의 인트로에 나오는 영화 배우 크리스 터커와의 다이얼로그를 들으며, 한참 때의 폴 매카트니와의 다이얼로그를 새삼 상기하지 않기란 또 힘든 일이리라. 다시 돌아오지 않을 추억 속의 그 치기어린 멋쟁이 시절의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의 80년대는 그의 훗날을 모두 잡아먹은 그 자체로 위력적인 괴물이었다.


당연하게도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그 무엇보다 그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카를로스 산타나의 기타가 있는 「Whatever Happens」는 현재 시점에서 '더욱' 쓸쓸한 넘버가 되었고, 마지막 댄스 넘버 「Threatened」는 '굉장히' 예사롭지 않게 되었고, 「Don't Walk Away」는 '새삼' 더 아름다운 넘버가 되어 버렸다.


윌아이앰 등이 참여한 '예정되었던' 신작 트랙들은 이제 유작이니, 발굴이라는 이름으로 앞으로 우리에게 장사질이라는 형태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그 장사질들을 보며 애써 '킹오브팝'이라는 찬사 문구를 들먹이며, 구매 행위를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할 것이다. 걸출한 팝싱어가 펼쳐놓을 앞으로의 행보를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은 닫혀버렸고, 남은 것은 서글픈 되짚기 뿐이다. 살아있는 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이 정도다. [09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