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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유년 시절에 우연히 만난 전혀 다른 성향의 두 남녀가 결혼 이후 노년에 이르러 먼저 사별하는 배우자가 생기는 이야기. 일단 여기서 픽사의 [UP]이 떠오르고, 한 사람의 뇌에 들어가 인생 기점의 어떤 판단에 영향력을 끼치는 테크놀러지가 존재한다는 점. 이런 [인셉션]을 연상시킨다. 이런 기시감에도 불구하고 [투 더 문]은 어떤 작품들과도, 어떤 게임들과도 그렇게 닮아있지 않다. 가장 최소한의 조작과 간략한 한정만 주어질 뿐, 게임/서사에 흥미를 잃기 전까진 자체 게임오버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오토배틀과 카드 가챠로 물든 작금의 모바일 타이틀과는 다른 의미로 대척에 서 ’게임이란 무엇일까’라는 짧은 질문을 남기게 하는 타이틀이다. 내게 이 게임은 조금 다른 고민을 주었다. 게임을 막상 마무리..
[미쓰 홍당무]에 대한 갸우뚱을 가졌다가 [비밀을 없다]에서 참 통쾌했다. 고인이 된 배우지만, 그 배우가 맡은 역할이 후반부 당한 일을 생각하면 통쾌했다. 최대한 안 슬프게 느끼려했고 통쾌함을 씹고자 했던 기억이 난다. 아시다시피 책의 제목이 된 [잘돼가? 무엇이든]은 저자의 이름을 세상에 처음 알린(좀 늦게 알린) 단편작의 제목이기도 하다. 아무튼 세 작품 저자/감독 공인 흥행시장에서의 실패작이다. 실패의 푸념과 토로가 문장을 만들었고, 세상 아니 최소한 편집자 한 명 이상의 취향에 맞았고 이렇게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영화를 본 이들보다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잘 읽히고 그래...라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듯하다. 웃음과 유머에서 리듬이 얼마나 중한지 단순히 대화가 아닌 글쓰기에서도 중요함을..
- 마블 데어데블 (Daredevil: Complete Second Season) (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 DVD배급 : 출시 : 2017.08.22상세보기브루스 웨인에게 고담은 지키고 싶은 도시이고, 맷 머독에게 뉴욕 헬스키친 역시 그런 곳이다. 고담이 익히 알려지다시피 뉴욕에 대한 비유인만큼 두 도시는 다르지 않은 곳이다. 범죄는 언제나 살아숨쉬고 있고,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집단이 제각각의 꿍꿍이를 가지고 도시 안에 스며든다. 그래도 히어로들와 그 친구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모두가 히어로라는 잠시간의 정신승리로 그들은 버티고 있는 것이다. 시즌 2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즌 1 당시의 윌슨 피스크 보다 더욱 매력적인 윌슨 피스크를 만들었다. 시즌 3는 그는 아마도 최강이 될 듯하다. 반..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링크) / 별점 제도는 이상한 것이죠. ==장기하와얼굴들 「그건 니 생각이고」 2개의 간략한 건반 악기 편성으로 들려주는 마지막 음반 속 싱글 커트곡이 주는 소회는 적지 않은 이들에게 남다르게 들릴 것이다. 어떤 이에겐 엠넷의 《덕후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편에서 뉴웨이브의 전설, David Byrne(Talking Heads)을 만나기 위해 간 팬보이 청년 장기하의 짧은 여정이 상기될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겐 곡 속에 삽입된 서태지와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92)를 듣고 장기하와얼굴들의 오마주가 짚었던 영토가 이제 70년대, 80년대를 건너 90년대에 당도했다는 실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다음을 향해... 아 이제 끝났지’라는 슬픈 감상을 추가할지도 모르겠는데, 글쎄요. ..
20세기 폭스사 로고를 활용한 재치, 그다지 훌륭하지 않는 CG가 영락없는 브라이언 싱어 영화다. 브라이언 싱어가 프레디 머큐리에게 준 비중과 여러 성적 정체성에 관련한 이슈와 성스러움과 개인사의 덜컹거림을 둘러싼 교차들은 감독이 이 실존인물에서 무엇을 투사하려 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완만한 영화의 흐름이나 평이하게 보이는 연출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의 수훈은 퀸의 음악 자체이며 라이브에이드를 비롯한 중요한 이벤트를 충실하게 재현하려 한 기술적 집착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 향니 「불안지옥」어디서 날아온 존재인가. 라고 적기엔 무안할 정도로 이미 존재했던 향니는 음반의 도입부 하나로도 새소년이 지나간 2017년 이후의 올해엔 바로 향니가 주인공임을 입증한다. 여기엔 삐삐밴드가 예비한 미래가 현실화한 현재의 모습에 덧붙여, 군 복무로 부재중인 실리카겔 이후의 적자임을 증명하는 온갖 것들이 즐비하다. 흐물흐물하다 의표를 찔러대는 키보드와 불안한 징후를 장난스럽게 내뱉는 이지향의 강력한 존재를 좀체 부인하기 힘들며, 이를 지원하는 휘청대는 코러스 등은 사이키델릭 강국 한반도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1집을 못 알아본 몇 년 전 무지한 자신을 새삼 탓하게 만든 귀환작. ★★★☆ 최항석과부기몬스터 「난 뚱뚱해」또 한 ..
[집의 시간들]은 독립잡지 계열에서도 여러 도서를 낸, ‘서울 서민’들에게 의미깊게 다가온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스토리를 담고 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재건축이라는 일 자체보다 이곳에 길게 또는 잠시라도 연을 맺었던 주민들이 집이라는 공간에 담았다 남기고 가는 여러 마음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들려준다. 즉 여기서는 보상금과 이사라는 스트레스 쌓이는 진통, 경제적 가치와 정서의 상관관계들이 끼여들지 않는다. 각각의 톤은 다르지만 둔촌주공으로 대표되는 아파트라는 공간의 특이성, 성장과 삶의 변화를 경험한 이들이 느끼는 감정의 특별함이 이곳을 빌어 토로한다. 특히나 인터뷰 대상자들의 얼굴이 아닌 목소리로만 들리는 여러 사연과 멀리 잡힌 아파트 전반의 스케치는 차분하게 울림을 준다. 드높은 나무 숲으로 유..
[오목소녀]의 전반부를 나눠서 옥수수 서비스에서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백승화 감독의 문체랄까 그런걸 캐치한 듯하다. 굉장히 전형적인 스포츠-히어로물의 공식을 따르는 듯하면서, 싱거운 유머와 승리가 능사가 아닌 패자들의 씩씩한 삶을 응원하는 귀결. 방바닥에서 만화 단행본 제법 읽은 톤이 느껴지는 작품이랄까. 이런 문체의 사촌에 속할 법한 [족구왕]의 안재홍이 안 그래도 목소리 출연을 했다. 심은경의 집에서 키우는 소의 목소리다(...) 여기에 백승화 감독의 엉뚱한 배치가 인상적인데, 소를 맡은 안재홍의 목소리는 작품 내내 해설을 담당하고 주인공인 심은경은 이 소가 수컷임에도 임신하리라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다. 이런 근본없는 설정은 작품의 해피엔딩으로 이 수컷 소가 새끼를 낳는 결과를 제시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