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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768 ) == === = ==== 안정아 「꽃이 있다」 곡의 도입부는 동요풍의 안식과 풋풋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앞선 음반 속 두 곡을 닮았다가 서서히 소리꾼으로서의 구성진 굴곡을 드러낸다. 한 생명의 등장과 성장을 대변하는 듯 성큼성큼 고조하는 조은영의 피아노와 이를 중심으로 생명 예찬의 장식으로 수놓는 바이올린 장수현 등이 맡은 스트링들은 유려하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픈 한 싱어를 다소곳이 응원해 준다. 그리하여 아름답고 청아한 여운을 남기는 곡이 탄생하게 된다. 사연 모를 무수한 일들이 벌어진 깊은 숲속에서 생명 하나가 돋고, ..
데이 오브 솔다도는 필연적으로 1편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를 제치기엔 역부족인 작품이다. 서늘하고 응집력이 좋은 드니 빌뇌브의 연출과 음악, 무엇보다 에밀리 블런트의 지친 표정이 1편의 핵심이다. [제로 다크 서티]에서의 국제 정세의 실리와 조직의 비윤리, 서슬퍼렇고 더러운 남성 위주의 세계관에서 차가운 냉정을 지키던 제시카 차스테인 등이 새삼 떠오르던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와 존재는 1편의 핵이었다. 그런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2편은 결국엔 다른 이야길 할 수 밖에 없었고, 자칫하면 남자들의 뻔한 이야기로 관성으로만 채워질 수 밖에 없을 운명이었다. 그래도 애써 1편의 서슬퍼렇고 비정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총격씬에 자신감이 여전한 연출은 이것이 후속편의 체면을 지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많은 이..
해외 영화계에서의 반응과 좋은 ‘한국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갈증과 별개로 [버닝]이 개봉되던 당시에 흔쾌히 상영관을 찾아갈 결심을 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호의를 가지기 힘든 배우 유아인이 주연이라는 사실과 [오아시스]와 [밀양]이 거둔 성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여성 캐릭터를 대하는 이창동 감독의 기묘하게 불편한 태도는 이미 내게 피곤하게 누적된 상태였고 - 그걸 생각하면 [시]는 힘겹게 예외상황을 허락한 진정한 걸작 인지도 - 이렇게 수년 뒤에 넷플릭스 덕에 마주하게 되었는데, 이게 참 난공불락의 상태였다. 홍상수의 작품 안에서 어떤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 문성근 배우, [자백] 포스터에서 연출을 담당한 자신의 모습을 [스포트라이트]풍으로 새겨 넣은 최승호(현 MBC 문화방송 대표..
범죄조직에 들어가 신분을 속이고 활동하는 언더커버 캅스, 경찰 조직에 스며 들어가 첩자 노릇을 하는 범죄자. 그리고 그 둘의 뒤바뀐 운명은 마치 왕자와 거지 같은... 이런 이야기에 있어 [무간도]는 레퍼런스라고 하기엔 오히려 쑥스러운 면이 있지만, 한국영화에 있어 [무간도]가 조성한 말쑥한 외형과 공기의 영향력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무간도... 그래 무간도를 수년만에 봤다. 처음 방에선 볼 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넷플릭스에 들어온 김에 보니까 다시 인물들과 이야기가 보이더라. 그래서 본편이라 할 수 있을 3부작이나 관련 작품들도 넷플릭스에 들어왔음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없는 게 어떤 의미에선 아쉽지 않기도 하다.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고 묻힌 것들을 파헤치지 않는 그 자체로도 좋은 것 같..
질식을 일으킬 기세로 다가오듯 다가오는 정보량과 텍스트들. 그런데 목을 죄거나 누르지도 않는다. 그렇게 읽히기엔 그 호흡과 리듬이 질식을 의도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야기이되 이야기로 전달되기보다는 정보로 읽히고, 정보라고 거리감을 두기엔 흐름을 타고 독자를 탑승시킨다. 이 기묘한 작가와 독자 사이의 자주 경험하지 못했던 경험. 그렇네. 경험으로써의 독서. 파격이나 치열한 가투보단 흥미로운 제안으로 보인다. 그래도 만만치 않다. 정보성이나 지식형으로 굳은 표현으로 규정할 수 없는 이 문학은 어쩔 수 없이 젊게 와 닿는다. 주석과 인용, 스며드는 논픽션과 근사한 거짓말과 아 그래 무엇보다 한국이라는 지형과 한국이라는 곳의 역사성. 이 괴리의 재미와 그것들에 대한 작가 또는 화자의 개입과 자아는 어쩔 수 없이..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760 ) --- -- - ---- 김오키 「코타르 증후군」 매해 무시무시할 정도의 생산력을 발휘하는 김오키의 이번 음반은 그의 전작들이 대개 그런 경향이 그렇듯, 앞과 뒤의 곡들의 맥락을 들어야 감상의 공감이 높아진다.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오늘의 작가’ 후보였던 당시 백현진의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 전시를 곡의 형식으로 만든 첫 번째 곡과 송경동의 2017년 시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창비)의 내용을 곡의 형식으로 만든 세 번째 곡 사이에 놓인 이 연주곡의 위치는 극명하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사람들을 내몰면서 어..
넷플릭스에서 김지운 버전 [인랑]을 시청했다. 빨간망토 모티브의 비극성과 핏빛 시대, 가상 역사로 비튼 실상 현재 역사적 상황에 대한 변주, 유혈낭자하고 집착 강한 총격씬 등등 오시이 마모루 영상판의 원형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이고 그것을 재현하는데 충실하는 듯하고 그걸 왜 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원 영상판의 비전과는 다른 한국적 정치와 분쟁의 지형도, 김지운 버전에만 있는 새롭고 모호한 캐릭터의 배치 등 모두 유효한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오시이 마모루 버전의 무력하게만 보인 여성 보다는 한반도 여성이 보여주는 세상에 대한 반발력과 저항의 기운은 괜찮은 듯하지만 한효주의 연기가 좋았다고 보기엔 힘들었다. 그냥 [의형제]의 장훈 감독이 그렇듯, 감독들은 강동원에겐 슬프고 무기력한 마무리를 주기 싫어..
블레이드 러너에 대해 뭐 첨언하는 것이 온당한지 자체가 궁금하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그랬듯, 스타워즈가 그랬듯, 터미네이터가 그랬듯 후에 탄생할 수많은 크리에이터들 - 워쇼스키 자매, 코지마 히데오, 피터 잭슨 등등 -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원형들을 만든 작품에 대해 덧붙이는 것은 오히려 게으름 같기까지 하다. 어쨌거나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먼저 극장에서 관람한, 나이에 걸맞지 않은 역순 관객의 입장에서 그 게으름 발휘한다. 상찬을 하겠다는 소리는 아니고, 새삼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주력인 감독 드니 빌뇌브와 음악 한스 짐머들이 오리지널 [블레이드 러너]의 이 원형을 - 리들리 스콧의 연출, 반젤리스의 음악 - 얼마나 디자인 가이드라인 전수받듯 충실히 계승했음을 실감했다. 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