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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842 ) === 동양고주파 「파도」 동양고주파에 있어 양금의 존재는 단순히 국악기가 있는 크로스오버 성향의 밴드라는 말하기 쉬운 규정을 오히려 벗어나기 위해 존재한다. 그들의 양금은 국악의 형식을 인용하는 것을 넘어선 범 아시아적인 풍경 바깥의 중동, 프로그레시브한 정서가 허락되는 다층적인 글로벌한 지표까지 죄다 흔들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심해의 알 수 없는 사연을 숨기는 베이스와 격랑하는 타악기는 사이렌의 노래와 모비딕의 노기를 오가는 양금과 어우러지며 드라마를 형성한다. 전작 EP를 넘어서 이들이 무엇을 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
"발매일 해보고 제일 후회가 없다고 생각한 게임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이슨 반덴베르크는 10여 년 넘게 구상하고 수년간의 공정을 지닌 타이틀 [포 아너]의 완성 후, 이렇게 뭉클한 고백을 한다. 매번 남들이 만들다가 공정을 놓은 타이틀을 수습하는 것으로 이력을 채우던 이 사람에게 인생의 꿈이 서린 게임이었고, 그의 비유를 빌자면 '대학 입학을 앞둔 자식' 같은 타이틀이었다. 하지만 정식 발매 4주를 앞두고 유비소프트 몬트리올과 프로듀서 스테판 카딘은 그를 이 프로젝트에서 뗀다는 판단을 내리고, 최종적으로 [포 아너]가 발매하는 시점 더 이상 작품은 제이슨의 자식 같은 존재가 되지 못한다. 게임의 역사나 게임 시장의 모습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은 이 작품이 그러하듯, 어제도 오늘도 수면..
단 한 번, 과거의 폭행에도 용납할 수 없는 마음의 균열은 야기된다. 관계의 파국에 대한 결말을 말하기 직전 진정한 파국은 누적된 씽크홀로 인해 극적으로 완결을 보여준다. 씽크홀은 청년 근로환경을 영구적으로 보장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태생적 한계를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언제든 삶의 근거를 야기할 재개발과 성장주도 시스템의 아귀 같은 욕심과 매치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무엇보다도 삶과 환경 전반에서 언젠가 모든 것의 진공을 만들 예견된 재난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이렇게 인권이라는 키워드를 매개로 폭력과 상호 신뢰, 불신 등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초반에 불법 촬영을 말하는 대목에선 나를 좀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직군과 비유를 잘못 만났다는 의구심이 확신이 들었고, 작품 전반의 재기 발랄함(이라고 해두자..
아무튼, 예능 국내도서 저자 : 복길 출판 : 코난북스 2019.09.02 상세보기 저자 복길이 예전에 어떤 잡지에 적었던, ['안양'의 아이돌]에 실렸던 특정 로컬과 아이돌 멤버들의 캐릭터성 등에 대한 글을 좀 불편하게 읽었다. 물론 저자 역시 특정 로컬과 개인의 상관성에 대한 억지 매칭이 아닌 그 함수에 스며든 복잡한 변수와 여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 또한 글 안에 드러나 있었다. 트위터 안에서 시상식 비평가(!) 또는 근사한 입담가로 유명했었고, 크게는 '슬픔의 케이팝 파티'의 기획자인 저자 사이의 간극은 글 하나로 판단할 수 없는 넓은 폭과 여지를 자랑하는 것일 테다. 안양 글 한 편에서 지금의 책 힌권까지의 확장은 마치 예능이라는 TV 매체의 가변성과도 닮아 있다. 저자가 성장한 로컬에서의 사적..
김영하의 원작은 [퀴즈쇼]를 통해 얻은 진한 작가에 대한 불신을 종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기억한다. 알츠하이머로 인해 정황과 사건의 진실과 허위의 경계가 혼미하게 자리할 때, 그것은 내게 세계관을 조성하면서 확신할 수 없는 작가라는 직업군에 대한 다른 형식의 비유 같아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잘 읽히고 좋은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영화화는? 설경구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역시나 90여분을 상회해야 한다는 시간상의 부담으로 인해 부차적인 이야기와 설명이 붙고 그게 만족을 주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붙은 이야기의 정당함이나 영화 매체만의 또 다른 서술 방식, 연출의 묘가 살아있기보다는 그저 부차적으로만 보였다. "내 피 이어받은 아이가 아니라니. 이런 불륜의 혐오스러운 결과여. 아 운명이여...
별로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없었던 [영화는 영화다]에 이어, 분단이라는 현실을 유사 의형제물-BL로 풀었던 [의형제], 분단이라는 역사를 마치 할리우드 작가주의풍으로 풀었던 [고지전] 등 색채 있고 굵은 작품을 만들었던 장훈 감독. 그런데 입을 떼는 순간부터 무게감에 질식할 수밖에 없는 5.18의 기억을 실화 소재로 빚어낸 [택시운전사]는 배우들의 호연과 현실적인 무게를 지닌 디테일로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고 설명하기 쉬운 설정의 우려되던 부분을 실현하는 듯하며 다소 하락하였다. 캐릭터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울컥함이라는 요소를 연기하는 가장 최상의 이 시대의 비스트로 자리매김한 송상호는 이번에도 여전하지만, 정말 객석과 시청자를 눈물짓게 만들지만, 그렇지만... [택시운전사]가 지금 시대의 사람에게 남..
허무가 도처에 쌓인 눈발처럼 자리 잡은 김훈의 문학엔 권력무상이라는 수사도 사치스럽게 들리는 건조한 면이 있다. 문제는 이 바삭 마른 바닥 위엔 그저 남자들의 비장한 허무함이 자리할 뿐이라는 점이겠다. [남한산성]에 자리 잡은 남자들의 사정엔 격노함까지 발산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스며있다. 인조가 되묻는 시간 내내 서로를 단 한 번도 주목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김상헌과 최명길 사이엔 그저 명분과 실리의 충돌, 겨루기만이 존재한다. 둘이 모처럼 자신들만의 입장을 최종 표명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둘은 직선을 그리며 마주하지 않는다. 이 비장함엔 난 오히려 일본 우익들의 서슬 퍼런 공기를 연상케 하는 공기가 있다. 정말 누군가는 할복을 하고, 누군가는 비통하게 운다. 동의를 내릴 수밖에 없는 두 배우의 훌..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review&s=1&gp=1&ob=idx&gbn=viewok&ix=6833 ) == 초현 「신이여」 음반의 도입부에서부터 고딕적인 표현과 세계관을 형성하던 초현의 목소리와 작곡은 이 곡에선 바로크 공간에 유폐된 불온한 마녀의 운명을 묘사하는 듯했다. 그러다 근거 없는 공포의 대상에의 의혹을 저버린 인간의 의지를 닮은 곡의 힘은 오케스트레이션한 방향의 편곡을 만나 극적으로 확장한다. 운명에의 초극과 신에게 되묻는 의지의 힘, 사적 서사와 가사의 일상성이 아무래도 힘을 얻을 수밖에 없는 근간의 움직임과 대비되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희소성이라기보다는 예전엔 이런 게 있었는데, 새삼 싱어송라이터인 그로 인해 이런게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