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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1.03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posted by 렉스 trex 2019. 11. 3. 16:47

리들리 스콧이 1편을 만들고, 제임스 카메론이 1편을 만든 [에일리언]과 [터미네이터]는 공교롭게 비슷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얻어걸린 페미니즘 서브-텍스트'가 된 운명이다. 에일리언의 경우, 미지의 행성에서 괴물체를 조우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차분한 공포의 여정이 수정란 착상과 임신을 비유하게 되었던 점이 그러했다. 여기에 터미네이터의 경우는 성모 만들기 이야기의 비유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공교로움이 있겠다. 보다 더 공교로운 점은 리들리 스콧의 예상하지 못한 이 결과물이 2편에 들어서는 '여성 노출 코스츔' 대목으로 인해 페미니즘의 추락을 보여주고 말았고, 그 원죄의 당사자가 바로 당시 감독을 맡았던 아거 제임스 카메론이었다는 점이겠다. 마치 이 죄목을 사하듯 그는 훗날 '미지의 인연을 통해 만나서 예상치 못한 과정으로 한 여성의 미래를 구원하며 희생하게 된 남자 등장' 이야기를 터미네이터에서 [타이타닉]으로 완성하게 된다. 어쨌거나 이렇게 터미네이터는 제임스 카메론의 본격적인 시작이자 지금도 따라다니는 또 다른 원죄 - 감독 본인이 천착하면서도, 속편을 허락함으로써 표류하는 시리즈를 태생했다는 점 - 로써 역사 속에 진행 중에 있다.

그렇게 당도한 '여섯번째 극장판'(아이고 맙소사) 터미네이터는 이제 그 빌어먹을 성모 테마를 이제야 벗어던질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을 위해 타임라인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존 코너를 총 한 방에 날려버리고(하. 하. 하), 이 시리즈만의 특성 중 하나인 ‘기묘한 형태로 유지되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에 대한 애정’은 차마 버리지 못한 채 그에게 인간다움과 인간과 닮은 관계와 인생을 두 번에 이어 안겨준다. 이 이야기는 '제니시스'에서 반복되는 것 같아 못내 불만스럽지만, 그래도 작품이 택한 다른 하나의 주축 방향 중 하나는 사라 코너의 존재 복권이라 그 의미가 있다 하겠다. 시리즈의 탄생에서 제일 중요했고, 남은 3,4,5편을 통해 시한부 인생-> 언젠가는 만날 카일 리스의 존재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인생->젊은 시절의 모습 등으로 각기 변주하며 존재감을 알렸던 사라 코너는 6편을 통해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다시 주체가 되어 등장하게 되었고 결국은 이야기 속에서 지키고자 한 2명의 대상 중 하나가 된다.

이제 임신을 시켜야 할 '빌어먹을 정자' 따위는 없어도 되니 그 자리를 변주하는 방식으로 차지하는 그레이스에게 주어진 임무는 시리즈 고유의 '굉음 유발 바디 액션'이라 하겠다. 다른 한 축을 맡은 주역 대니에겐 미래 지도자로서의 성장 스토리의 가능성이라 할 수 있겠다.(다만 대니 쪽이 함량상 다소 부족하게 보이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아바타] 시리즈에 남은 인생 전체에 스스로의 발목을 묶은 제임스 카메론을 대신해 자리를 차지한 감독 팀 밀러는 전작 [데드풀]처럼 그의 장기를 반복하는데, 그것은 '영화 초반 10여 분간 집중시키기' 기술이다. 시리즈의 주요 요소에 대한 기시감을 곳곳에 박고, 자기 딴에는 디지털 시대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는데 - 다만 이건 사실 제니시스나 리전이나 표기만 다르지 발상은 크게 다르진 않아서... - 역량상 집중력이 분산되는 중후반부 액션도 아무래도 아쉽고, 역시 2편이 가진 명불허전의 클래식 위치를 역전하진 못한다. 그래도 6편에 이르러 팀 밀러는 3,4,5편이 가지진 못한 '뭉클함'을 유산으로 승계했으니 이 정도라도 일단 선방. 이 정도면 제임스 카메론은 몇 년 간 좀 안도해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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