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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제작자들과 감독들은 김래원을 약간의 회색 영역에 넣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개심하여 밝게 살아보고자 하는 전과자 청년의 유혈 낭자한 동네 복수극 [해바라기]는 한남들의 영웅 서사로 등극했고, 보진 않았고 실패한 영화로 알고 있지만 아무튼 [롱 리드 더 킹 : 목포 영웅]은 선거에 출마해 개심한 조폭 영화로 알고 있다. 능글맞진 않았지만 선행과 악행의 유보 영역에서 김래원을 자리 배치하기 좋아하는 듯. [프리즌] 역시 일종의 언더커버 캅 이야기의 변주 같은 것인데, [불한당]이 살짝 떠오르지만, 악행을 저지른 감옥 안 실세에 대한 매혹이나 브로맨스 코드는 없다. 그렇게 설계하기엔 악행을 저지른 쪽이 표 나게 나쁜 짓과 잔인함을 서슴지 않기 때문. 문제는 한석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엔 그렇게 혹할..
감독과 제작자들은 [미생] 같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는 [불한당]처럼 이 바르고 고와 보이는 외모 뒤의 삐딱함을 임시완에게서 발견하는 모양이다. 하긴 시청하진 않았지만 임시완이 [미생] 이전에 찍은 드라마 중 하나는 악역이었다고 하니 - 물론 그 당시는 조연 포지션이기도 했고 - 그런 이면의 모습을 쉽게 남에게도 보이는 모양이다. 일본계 야쿠자 자본이 덩치를 키워 금융이라는 미명으로 저축은행을 세우고, 대출 장사를 하기 시작하던 초입의 상황을 대변하듯 [원라인]의 배경은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국처럼 부동산의 자본주의적 가치를 중시하는 풍토에서 대출은 실상 필수불가결의 방법론이 아닐까 한다. 한국 기업들을 성장시킨 등장인물들이 시장통 일수 세력가들인 것을 기억한다면 이는 필연의 역사랄까..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의 007에서 M 역할을 맡은 주디 덴치(물론 그마저도 사망 처리되었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선생님 중 하나였던 메기 스미스(여자 친구는 시스터 액트의 수녀님으로 더 강렬하게 기억중), 모두 익숙한 얼굴들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희곡과 그들의 연기 세계, 경력을 헤아리긴 극동의 우리로선 알기 힘든 법. 출연한 4명의 배우 공히 영국 왕실의 자랑스러운 지위를 획득한 것은 잘은 몰랐다. 매운 영국식 입담, 그리고 로렌스 올리비에를 위시한 여러 남성 예술인과의 관계성, 무엇보다 경력과 나이를 얻으며 쌓인 이루 표현하기 힘든 편린들이 담겨 있다. 로렌스 올리비에와 조안 플로라이트가 그들의 결혼 생활을 엮어가던 그 가택에서 차와 위스키들로 긴 담소가 이어진다. 노년의 지혜와 교훈을 얻으려는..
[스타 이즈 본], [시크릿 슈퍼스타]에 이어 일련의 음악 소재 작품들을 보고 오늘 [와일드 로즈]에까지 이르니, 왜 한국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까. 밑바닥에서 위로 상승하는 스타 탄생 이야기와 시한부 인생이 유발하는 눈물, 그리고 부모 관계에 야기되는 천형과 슬픔. 어느 나라에나 통할 정서라 그런 것일까. 그래도 와일드 로즈의 주인공이 가진 개성의 일면은 특기할만하다. 진취적이라기보다는 언제나 성취를 제자리로 돌리게 하는 인간적인 실수가 많았고, 평탄화된 부분보다 충돌하는 성격 덕에 삶의 굴절을 짐작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서사와 종결은 위기를 딛고 슬슬 상승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하나 더 작품만의 개성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스코틀랜드에서 내쉬빌이 융성기를 조성한 컨트리 음악에의 길을 도모하는 ..
영상 만드는 감독 박찬욱, 박찬경 형제는 그 둘을 합쳐 파크찬스라고 호명하는 모양이다. 이 둘의 대표작 [고진감래](2013)를 볼 수 있었다. 이 기묘한 창작물은 당시 서울시가 공모한 UCC 영상물의 수북한 더미에서 건진 내용물을 68여분에 편집한 작품인데, 그 자체가 서울이라는 복잡하고 이야기 많은 도시를 담은 진경이 되었다. 일체의 내레이션이나 자막의 개입이 없는 이 편집의 결과는 그럼에도 연출자와 화자가 느껴지는 대목 순간순간의 연속이다. 시위하는 서울, 여러 인종이 있는 서울, 젊음과 노후함이 공존하는 서울, 성 정체성의 경계와 분열이 여러 시선의 규제에도 나비 같은 몸짓을 감행하는 서울, 화평과 사색이 있는 서울 등 하나로 규정하기 힘든 다양한 도시의 일면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만신]을 연출..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864 ) == 카더가든 「꿈을 꿨어요」 인상파 색채로 필터가 가미된 뮤직비디오 속 영상엔 유년기 시절들을 조심스레 관조적으로 볼 수 있게 된 메이즌더소울의 태도가 스며있다. 이젠 소울과 힙을 벗어나 유려한 곡을 만들 수 있게 된 창작자가 수놓은 이 사운드는 모던록의 외양을 기반으로 얼반을 거쳐 팝에 종착한다. 아름다운 곡이고, 제스처보다 정서를 전달하려는 여러 고민이 감지된다. ★★★ 윤훼이 「What Do You Know About Me」 윤훼이의 특징적인 보이스와 진행은 건재하다. 듣는 입장에선 아무래도 질량감과 각이 닿는 세우의..
리들리 스콧이 1편을 만들고, 제임스 카메론이 1편을 만든 [에일리언]과 [터미네이터]는 공교롭게 비슷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얻어걸린 페미니즘 서브-텍스트'가 된 운명이다. 에일리언의 경우, 미지의 행성에서 괴물체를 조우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차분한 공포의 여정이 수정란 착상과 임신을 비유하게 되었던 점이 그러했다. 여기에 터미네이터의 경우는 성모 만들기 이야기의 비유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공교로움이 있겠다. 보다 더 공교로운 점은 리들리 스콧의 예상하지 못한 이 결과물이 2편에 들어서는 '여성 노출 코스츔' 대목으로 인해 페미니즘의 추락을 보여주고 말았고, 그 원죄의 당사자가 바로 당시 감독을 맡았던 아거 제임스 카메론이었다는 점이겠다. 마치 이 죄목을 사하듯 그는 훗날 '미지의..
[황해]에 등장한 타자이면서도 주체를 압도하는 불가해한 정체성과 힘을 발휘한 살인-폭력 기계 면가의 등장 이후, 한국영화는 난데없이 연변 출신 시민과 불법체류자를 중심으로 잠정적인 범죄자 낙인과 캐릭터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를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움직임 중 하나였던 [범죄도시]는 체포-폭력 기계 마동석을 기용함으로써 범죄자 단죄를 정당화하기 시작했는데... 그는 실로 '강철중의 후계'라 할만하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가벼운 범법을 저질러도 된다고 스스로를 용인하고, 대리만족을 위한 폭행 장면을 전시하고 과시하는데 치중한다. 그건 그럴 수 있는데 이 극 중 소개팅 마니아께선 거리 조직의 청탁을 받아 이른바 매음도 하신 듯한데 이에 대해선 별다른 응징은 당하지 않는다. 폭력으로 빚어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