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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감독의 전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로 인한 미적지근함 덕에 신작을 신용하지 못했던 탓이 컸다. 눈이 한없이 내린 흔적이 남은 일본의 로케 현장에서 맑은 눈과 흐린 의구심을 동시에 가졌다. 그 현장에서 벌어지는 극 중의 일들과 어른을 속인 채 동행길 핑계를 대며 일을 꾸미는 두 젊은 남녀 아이들의 캐릭터를 다소 불신했다. 기본적인 서사는 알고 있지만, 내가 좋아할 수 없는 극의 디테일이라고 생각했다. 고양이가 너무 말쑥하게 연기를 잘하고, 선한 사람들 몇몇이 좋은 기운을 전해주는 극의 진행 속에서 나는 피곤하게 작품을 의심해야 했다. 배경 속 일본의 고장엔 눈이 차곡차곡 쌓이는데 말이지. 그런데 그 순간이 극 중에 벌어지고, 극 선 해 보이던 사람들이 감당해야 했던 삶 속의 에너지와 버거운 가운데서..
드 니로에겐 실례지만 프랭크 시런이 참 송강호식 인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민하기는커녕 또 그렇다고 우직함의 미덕만을 내세운다고 표현하기엔 그저 둔하지 않은 채 성실히 살아온 조직친화적 인간이다. 지가 속한 세계관의 사람들의 이전투구를 보며 "에헤이 와 이라노. 마 자꾸 지들끼리 싸울라고만 크게 각만 세우나 으이-."라고 속으로 뱉을 사람이다. 여기에 한국영화 속 남자들의 항변인 "내가 자식새끼들 먹여 살리고, 가족들 맘 편히 지내라고 이 한 몸 희생하며 살아온 게 아니냐!" 식의 사고방식도 탄탄하다. 문제는 이 투명한 성실함과 한 방향의 사람이라는 미덕(?)으로 인해 러셀 버팔리노에도, 지미 호파에게도 먹힐 매력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원하든 원치 않은 방향이든 역사 속 격랑 안에서 제 앞길도 모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