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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973 ) == === = ===== 오니 「December」 재생 직후 반가운 질감들이 몰려온다. 이 나라에서 테크노란 이름으로 전자음악이 클럽 씬에 토착의 과정을 겪고, Chemical Brothers가 영국 음악 씬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로 드러나기 직전과 The Prodigy가 『Experience』(1992) 발매할 당시의 그 질주감이다. 브레이크 비트가 빅 비트로 변이할 때의 그 역사상 순간의 재현. 디제이 오니는 물론 음악인 연합 아키텍츠가 최근의 활동으로 도드라지게 들려주는 회고와 현재 풍경 사이의 구현 등의 움직임과 무관..
시대가 금기한 제도적 장치에 묶여 사랑과 열정이 예고되었으나 닫힐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라는 예정된 진행 외에 작품이 이야기할 수 있는 대목들이 있을까 궁금해질 때, 작품은 대답을 한다. 그것도 풍성한 주제의 제안과 암전이 내려앉은 객석에서도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침묵의 시간을. 예정된 운명의 차원을 넘어선 누군가를 사랑하고 마음을 새긴 후의 항구적인 감정의 영속성. 이 불멸의 문제에서 예술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응시와 창작자와 뮤즈 사이의 권력의 문제, 주체와 객체, 그리고 넓게 보자면 서구 미술사의 한 순간. 무엇보다 여성은 창작사로서의 권능과 입지를 언제쯤 차지할 수 있게 되는가? 그것을 인정하고 허락하는 권력 자체의 온당함을..
귀두 컷과 투 블록 헤어. 역사가 기록한 헨리 5세의 실제 초상을 티모시 살리에의 캐릭터 안에 재현하였다. 티모시 살리에가 그간 작품들을 통해 구현한 캐릭터성을 그 위에 충실히 덮어씌운다. 한 번도 지배와 집권을 꿈꾸지 않으며 자신만의 거처에서 여러 여성들과의 관계를 맺어온 개인주의자. 외형과 캐릭터가 바로 상상되지 않을까. 역사가 기록하듯 그는 불가피든 필요에 의해서든 왕의 자리에 올라갔고, 프랑스와의 전쟁을 치른다. 요즘 영화들이 그러하듯 작품은 이 전쟁의 참상을 극적이고 신화적 방향이 아닌 '표현 그대로의' 진흙탕 개싸움'으로 연출한다. 프랑스 왕세자 역할을 맡은 오만한 표정의 로베트 패틴슨은 비 온 다음날 전장이 오간 진창 위에 폼 잡다가 엉덩방아를 찍으며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훗날 역사가 기..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967 ) == ==== = ====== 오방신과 「허송세월말어라」 씽씽의 행보는 마무리 되었으나 한번 보면 결코 잊기 힘든 무대 매너와 노출을 꺼리지 않는 끼를 덮을 순 없었던 모양. 오방신과에서의 이희문의 목소리와 흥은 이렇듯 아주 건강하게 살아있다. 시작은 아마도 공중파 프로그램 《도올아인 오방간다》(2019)에서의 무대가 계기가 아니었을까. 조선아이돌 놈놈, 노선택과소울소스의 노선택 등 음악동료들과 얼기설기 맺은 인연과 각 영역 꾼으로서의 연대는 일련의 공연에 이어 하나의 음반으로 결실을 보았다. 「허송세월말어라」는 경기민요 「..
내가 말했지. 2018년 최고의 웹툰은 심우도의 [우두커니]이고, 2019년 최고의 출판만화는 심우도의 [우두커니]라고. 듀오 작가 심우도의 작품 [카페 보문을 부탁해요]를 좋은 기회가 되어 출판본으로 볼 수 있었다. 흐린 기억 속에 레진 코믹스를 통해 연재가 시작된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결말까지 읽을 수 있었다. 심우도 작가 특유의 문체인 차분한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고, 그림체 역시 반갑다. [우두커니]가 실제 있었던 가족사를 기반으로 한 극화라면, [카페 보문...]는 몇가지 설정을 제외하고는 온전한 창작물일 것이다. 극 자체가 간혹 가볍게 꿈을 이용한 환상적 장치들이 있고, 연애라는 주제를 가지고 온 편안함이 있다. 그럼 [우두커니]가 가진 필연적 비극의 구조가 없느냐? 그건 아니고, 생..
는 에 이은 블랙 미러식 정치의 대영제국 풍자 같은데, 시즌 1에 비하면 많이 싱겁다. 는 블랙 미러가 어떤 시리즈인지 만방에 알리는 역할을 했지만, 는 싱거운 양념에 인상적인 쓰린 맛이 없다. 좀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소싯적에 김국진이 나온 MBC 예능 드라마 보는 기분. 좀 흔해진 발상 같기는 해도 나름 여운이 있고, 블랙 미러가 잘하는 근미래 묘사에 기술 우려의 장기가 여전히 살아있다. 여기에 는 정말 너무 못된 에피소드이며 사법 체제에 대한 토론을 이끌고 싶어 하는 의도가 환히 보이고 그게 잘 먹힐 작품이다. 당연히 테크놀로지, 생중계 스트리머 방송 및 리얼리티 매체 예능을 빌려온 세대상에 대한 근심이 진하다. 역시나 걸출하고 '과연 어떤 이야길 꺼내려고 저렇게 이야기의 페이스트리를 덮어씌우지?' ..
초반에 왜 이렇게 진행이 바빠보이지 싶을 때부터 우려는 들었다. [깨어난 포스]가 새로운 젊은이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표현하는데 시간을 소비하느라 어쩔 수 없었을 것이고, [라스트 제다이]가 그 가능성을 바탕으로 잠재력을 발현하는데 시간을 소비할 수 밖에 없어서 그런 것일테다 싶었다. 결국은 [새로운 희망](인재를 발견하다), [제국의 역습](수련하고 배우고 복귀하고, 전체적으로 약간의 어두운 암운을 깐다)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셈이다. 우리는 그것을 이미 짐작했고 이미 루카스 본인이 프리퀄에서 반복했음을 학습했다. 그 학습 덕에 밀린 이야기를 쌓아둔 3편에 들어서 진행이 빨라지는 것도 이해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굉장히 조급해 보이고 좀 불안해 보였다. 그냥 그럴 수 있다고..
빌어먹을 세상 따위 국내도서 저자 : 찰스 포스먼(Charles Forsman) / 성기승역 출판 : 프시케의숲 2018.06.12 상세보기 넷플릭스 드라마 버전을 통해 알게 된 타이틀이라 마침 출판본을 볼 기회에 놓치지 않고 바로 완독 하였다. 예상은 했지만 톤이 다르다! 그리고 드라마 시즌 3에 대한 기대감을 떠나서 나오기 힘들겠다 실감했다. 출판의 내용을 바탕으로 시즌 1이 우러나올 수 있었고, 시즌 2의 내용은 제작진과 팬덤의 기대감을 반영한 어떤 서사의 부풀리기가 있을 가능성이 크니 마련이다. 시즌제를 떠나서 독립적인 출판물로서의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황량하다. 드라마 생각했다가는 허무함과 비의의 가벼운 수렁이 빠질지도? 아무튼 책과 비교하자면, 드라마는 일종의 베리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