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0/02 (15)
Rexism : 렉시즘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노래’ 부문의 잠비나이의 곡 에 대해 수상의 변을 적었습니다. http://koreanmusicawards.com/2020/winner/winner_genre/ == 굵직한 거문고와 베이스가 듣는 청자의 심중을 들쑤시다 모든 걸 다스리는 듯한 김보미의 보컬은 입을 연다. 이윽고 휘청이며 교란하는 태평소와 해금, 파열을 만드는 기타는 장대한 공간을 형성한다. 데뷔 음반 [차연(Differance)](2012)으로 프랑스 현대철학의 개념을 빌려왔던 밴드는 이제 ‘모든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기를’이라는 가사로 지식의 개념을 넘어 듣는 이를 넓게 감싼다. 국악과 강철음의 장르가 만나 포스트록은 물론 초월과 포괄의 환상적인 광경을 만들어낸다. == 제 입장에선 (2013)에 이어 (..
스필버그를 굳이 나누자면 진보보다는 보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 보수의 움직임은 그저 정체되거나 되려 뒤로 걸으며 반동하며, (국민의) 생명을 포기하며 시대의 움직임에 동행조차도 하지 않는 그런 발걸음이 아닐 것이다. 보수라는 미명으로 버티는 수구. 우익의 명분이 아닌, 스필버그의 보수는 생명 본연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공정과 공평을 말하는 보수일 것이다. 최근 [더 포스트]도 그렇고 스필버그의 이런 톤은 톰 행크스라는 예상치 못한(?) 페르소나의 힘으로 설득력을 받았는데, 내 입장에선 [스파이 브릿지]가 조금 더 훌륭해 보였다. 실존 인물 제임스 도너반의 '자랑스러운 미국인상' 모습은 경이로울 지경인데, 보다 더 많은 사람을 지키는 기본적인 휴머니즘의 법칙이 극 내내 유연한 격랑을 만들어낸다. 그걸 지켜보..
전쟁은 국가주의의 명분을 안고 야만을 합리화하는 폭력적인 장치다. 여기엔 합리성과 정당성보다는 압도적인 지배와 승리에의 도취만이 있을 뿐이다. 그에 따른 명령 체계와 충성의 필요성으로 뱅글뱅글 돌아가는 군대라는 집단은 부득이한 희생을 요하는데, 여기엔 간혹 휴머니즘이라는 결실도 얻게 된다. 그런데 그게 흔치 않다. 그 길로 가는 여정엔 수많은 구성원들의 죽음과 시스템과 국민들의 시련이 불가피하다. [1917]도 마찬가지다.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게 할 숭고함에 닿는 길까지 그 여정은 쉽지 않다. 명령 하달을 통해 생면부지의 전우들을 구하러 가는 길엔 형제를 만나기 위한 명분 정도가 정신을 버티게 하지만, 현대 영화 테크놀로지의 힘을 실은 원테이크 기법 - 당연히 순수한 원 테이크가 아니다 - 위 병사들의 ..
웹진 음악취향Y( MUSICY.KR ) 의 연말 결산의 일환으로 싱글 결산을 하였습니다. 제가 언급을 적은 곡들에 대한 목록을 정리하였습니다. 장르 명칭은 수석 에디터 기준으로 표기하며 명칭과 분류는 이에 대해 저는 100% 동의한 것은 아님을 밝힙니다. === = ===== ====== 포크/팝 부문 드린지오 (Dringe Augh) 「Breeze」- 올라탄 열차의 진동에도 아랑곳없이, 갈 길을 따라 열어주는 첼로의 굵은 선율은 보이지 않는 여정의 불안을 덮어준다. 방랑하고 고민하는 이에게도 이것은 안식이었을지 알 수는 없다. 그의 기타는 쩔꺽쩔꺽하며 제 주인의 마음을 알듯이. 스텔라장 (Stella Jang) 「일산화탄소」- 음반의 대표 자리를 차지한 「미세먼지」 대신 앞서 자리한 이 곡이 조금 더 ..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999 ) === == == ====== 이달의소녀 「So What」 유튜브에 꾸준히 등록되었던 [불타오르네](2016), [Cherry Bomb](2017), [Eclipse](2019) 댄스 커버 시리즈, 지난 음반의 [Butterfly](2019) 을 통해 ‘루나버스’의 세계관을 현실 속 팬덤 대상으로 구체화했던 일련의 과정이 이렇게 결실을 보인다. 댄스 커버 시리즈의 대상이 된 기획사 배치의 균형 감각(?)은 노골적이었고, 이들의 활동에 지지를 보내는 팬층을 향한 메시지는 더 명료해졌다. 환상과 컨셉에 치중하던 연출은 ‘너의 마..
[글래스]는 히어로물 애호와 히어로물 전통에 대한 재고와 비웃음이 서려있고, 그를 통해 리얼리즘에 입각한 자신만의 히어로물 역사와 해법을 수립하는 M. 나이트 샤말란의 자신감이 가득 찼지만 보는 입장에선 그게 좀 귀엽고 같잖다는 생각이 든다. [언크레이커블] 이후 긴 간격 이후 [23 아이덴티티] 등으로 회생한 샤말란은 3부작 완결의 형태로 [글래스]를 매듭 한다. 이 3번째 작품은 엘라이저를 위한 헌정이다. 특별한 능력치는커녕 현저히 연약한 신체적 한계를 지녔음에도 '마스터 마인드'이자 설계자로서의 입지가 확실한 엘라이저는 언크레이커블의 데이비드와 23 아이덴티티의 케빈을 탄생시킨 가히 창조주인 셈이다. 이 기원이 존재하기에 히어로물의 영웅과 빌런의 탄생이 성립하고, 그 역사적 유례가 장르적 법칙이라..
스칼렛 요한슨을 올해 아카데미상 주연상 후보로 만든 작품은 그야 [결혼 이야기]이긴 하지만, [조조 래빗] 안에서의 역할을 단순히 우정출연의 의미로 축소하기엔 서운하다. 어쨌거나 그의 역할은 남자들이 만들고 견고하게 만든 헛된 역사의 시간에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그에 덧붙여 그 역사를 교정하려는 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비록 실패했지만 이 개인의 역할이 거의 성녀의 수준이라는 점에서 [조조 래빗]의 코미디 안에서 밀도 높은 슬픔을 선사한다. 좋은 역할이었다. 그리고 샘 록웰.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캐릭터의 귀결이 너무나도 훤히 보였다. 아무리 돌려서 생각해도 독일군 장교로 보기엔 이질감이 있는 외양에서 그는 숨을 내쉴 수 있는 통로로 소박하게 마련한다. 자 이렇게 펼쳐놓은 영토..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989 ) === == = ====== = 아웃풋 「Eternal」 2인조 편성 정도야 낯선 구성은 아닌데 그간 개러지를 위시해 울대라도 비칠 듯이 힘있게 부르는 보컬에 익숙했었다. 그간 이야기에 주력했던 선례와 달리 메탈의 서늘함, 동력기관의 힘과 속도를 가미한 연주가 있다. 타격감이 뚜렷한 신동주의 드럼과 7현 기타 튜닝으로 설정의 한정을 넘어 확장하는 조영목의 기타는 귀를 잡는다. 쌓인 발매 목록을 차곡 쌓으니 아쉽지 않다. 이런 밴드가 있다. ★★★☆ 예지 「My Gravity」 페이브엔터테인먼트와의 관계 정리로 해산한 피에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