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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넷플릭스를 통해 완료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서 본작의 진도를 실시간으로 밟았는데, 사람들이 좋아하겠다 싶더라. 제작진은 최근 의학 드라마의 분위기보다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의학계 유튜버들의 리뷰는 제일 많은 듯? 거대 병원 안이나 교수-의학도 사이의 위계 묘사나 의학상식 전달에 관해서도 제법 오류가 적은 모양이다. 최근 의학 드라마들은 정치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소위 '사이다 맛'에 집중하는 등의 기조가 강한데, 본작에서의 캐릭터 살리기의 맛과 휴머니즘에 집중한 방향성은 전작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감빵생활]의 정경호, [응답하라 1994]의 유연석 등을 재기용한 것은 이른바 신원호 사단의 자연스러운 선..
음악인이자 책방 주인 요조의 책. 참 자연스럽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길 녹여낸다. 자신을 개체로 빚어낸 부모, 학생 시절 고난의 가해자에서 노원구의 떡볶이집 동행자가 된 친구, 언제나 그의 책에서 중요한 기억의 원천으로 살아남아있는 동생 '자이언트', 출판계 사람들 모두가 알뜰하게 이야기를 수놓는다. '소림사'에서 '스넥집'까지 일상과 떡볶이를 둘러싼 풍경과 정물들은 짧지만 짙은 인상을 남기고 때론 말을 건넨다. 이중 스넥집 사장님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내겐 깊게 남을 수 밖에 없었다.책의 서사는 채식주의를 택한 저자의 결단부터는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 떡볶이는 세상을 보며 소박하지만 즐겁게 살고자하는 욕심을 지닌 저자의 태도를 대변하는 요체이기도 하다. 작고 아담한 판형 안에 그 욕심과 시선, 다..
지난 시즌들보다 볼륨을 늘었고, 이야기의 완성도도 다소 상향되었다. 사람들에게 평가가 좋았던 에피소드가 내겐 그저 태만하고 평이했던 현실 비판 에피소드였는데, 이젠 블랙 미러 특유의 근미래 배경 비관론의 톤은 각각 완성도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 톤을 가장 잘 지킨 에피소드가 평이한 수준이었고, 는 이 프로그램을 지지할 세대들이 제일 호응했을 이야기였다. 레트로 취향 자극에 퀴어 서사, 그리고 블랙 미러가 고집스럽게 가지고 있는 비관의 톤을 탈색하게 해주는 색채를 가진 덕이다. 물론 이 희망적인 이야기에도 현대 기술이 가지고 있는 윤리적 딜레마가 숨지 않고 스며들어 있다. 각 에피소드 별로 인스타그램, 정부 백도어 프로그램, 난민 차별, 성윤리 등을 두루두루 비판한 블랙 미러의 폭넓은 모두 까기 정신답..
부부의 세계를 절반 분량만 시청하였다. 잔잔한 정도라 아니라 '매운맛' 덕에 여러 시청자를 끌어 들었을 시기를 이미 지난 후 7화 이후가 나의 시청 시점이라고 기억한다. 치정극은 SBS가 잘 나간 시절부터 시청자들의 속된 욕구를 채워주는 효자 드라마 소재였는데, JTBC는 아예 영국 드라마의 판권을 구매 후 가져와 씨 육수 잘 쓴 국밥처럼 잘 끓여 출시했다. 흔히들 영드 하면 가지고 있을 고정 이미지, 냉소와 쓴맛 유머의 맛을 깬 것도 인상적이었다. [부부의 세계]엔 비정함과 냉기만큼이나 높은 고열과 매화 펄펄 데운 가마솥 온도가 공존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요. 치정 이야기하는데 차분하고 낮은 온도의 이성보다는 의 얼음 깨기용 송곳과 식기 직전의 피의 온도가 차라리 어울리지도요. 아무튼 부부의 세계는 시..
인문대학 야외 민주광장에서 심야 상영하던 5.18 다큐는 열화 된 VHS 영상, 외신 자료, 당시 흑백 자료들이 편집되어 시대의 거친 질감이 살아있던 작품이었다. 21세기에도 우리는 여전히 똑같이 518에 대해 질문해야 하는가. 그리고 진실을 위한 규명 노력과 풀리지 않은 채 생생하게 숨 쉬는 질문은 유효한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그렇다. 서로의 이름과 얼굴을 확인할 새도 없이 살아야 한다는 명제를 안고 의기투합한 시민군을 북에서 날아온 괴뢰로 규정하는 지만원 교수 같은 이들이 버티고 있다면 더더욱. 광주 곳곳에 남아있는 메모리얼을 미처 둘러보지 못한 세대가 새삼 5,18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모든 것을 파악하고 정의 내리지 못했기에 역으로 질문지의 목록과 진실 규명에 대한 노력은 더욱 생생하고 힘이 있..
셀린 시아마 감독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만든 적지 않은 반향이 그의 2011년 작품을 코로나 정국 한국영화 시장 안에서의 의미 있는 호출을 만든 듯하다. 그의 대표작보다 작은 작품이지만 의미는 여전하고, 성별에 의거한 양립 기준의 고정성에 질문을 던지는 뚜렷한 자세는 그 뿌리를 짐작케 한다. [타오르는...]이 예술사 안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한 심줄 뚜렷한 문제제기였다면, [톰보이]의 자세 역시 그 씩씩함의 근원을 살펴보게 만든다. 배경음악이 초대한 배제한 - 그것을 대신 채우는 것은 연정을 노래하는 경쾌한 프렌치 팝 한 곡의 존재 - 가운데, 내려앉는 햇살과 계급을 짐작케 하는 생활 소음 위에 지속적으로 불어오는 저편 일상의 바람들. 그 컬러와 질감이 두렷하다. 당혹감과 심지 굵은 어린 시기..
하이라이트 순간에 소연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네가 좋다고 고백한 강백호의 [슬램덩크] 이후, 일본 스포츠 만화는 각자 쿨의 계보와 가난과 고생 역경의 계보의 흔적들이 크게 양 갈래를 이어온 듯도 하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거칠게 정리하니, 연애 감정 경향의 아다치 미츠로 동어 반복들이 여전히 생명을 잇고 있고, 또 한편으론 슈퍼 히어로 배틀물 모드의 [테네 프리] 엄연히 공존하고 있다. 이후의 이런 갈래들은 캐릭터 팬덤을 장려하는 풍의 [Free!], [슬램덩크] 풍의 배구식 계보 같아 보이는 [하이큐]로 변형하여 꾸준히 파생하고 있구나 싶다. 살펴보니 이외에 구기 도구 없이 그저 달리는 목적에 충실한 작품도 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여성 문인의 소설 2권을 원작으로 멀티 유즈로 만들어진..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링크 : www.musicy.kr/?c=zine&s=1&gp=1&ob=idx&gbn=viewok&ix=7105 / www.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7114 ) == ===== = ===== 에이프릴 「Lalalilala」 「꿈사탕」(2015), 「팅커벨」(2016)로 이어지던 에이프릴이 제일 우태 위태 했고 때론 누군가에겐 비웃기에 십상이었을지 모르나 그때가 제일 좋았던 나 같은 사람에게 모든 멤버가 20대에 들어선 지금은 새롭게 바라보는 시기다. 「예쁜게 죄」(2018)가 들려줬던 인상에 대해선 유성은 필자의 표현을 빌자면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생소함이 높은 진입장벽‘을 당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