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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히어로물의 영화화에 대해서 일반 영화팬들이 촉각을 세우게 된 시기는 언제부터였을까. 벤 애플렉의 [맨 오브 스틸] 후속편 캐스팅을 두고 일어난 왈가왈부들을 보아하니 새삼 궁금해졌다. 물론 이런 들썩거림이 작금의 현상만은 아니다.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감독 팀 버튼) 캐스팅도 당시에는 여론의 우려를 낳았고, 니콜라스 케이지판 [수퍼맨](팀 버튼의 프로젝트) 캐스팅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으나 영화의 호평과 더불어 배우의 이미지에 선영향을 끼친 전자의 경우도 있었고 반면에 다행히도(?) 무산되어 역사 속에 사라진 이야기가 된 후자의 경우도 있었다. 이후 헐리우드의 소문난 코믹스 팬이었던 니콜라스 케이지의 게인적 염원(!)이 [고스트 라이더] 시리즈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극장 ..
영화를 보고 계급을 이야기하는건 쉬운 일이다. 너무 쉬운 일이라 거기에 언급하는 것 자체가 감독이 파놓은 쉬운 함정에 빠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조금 축소해서 생각했다. 한 남자가 햇볕을 쬐는 삶을 찾기 위해 심연을 파헤치고 파헤치다 급기야 당도한 마지막 곳이 실은 자신마저 시커멓게 집어삼킬 진정한 심연이었다는 아득한 발견의 이야기라고. 그런데 이 심연을 같이 파헤치며 걸어온 불안한 동행자 - '냄'! -는 주인공이 택한 '직진'의 길이 아닌 다른 쪽 '길'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급기야 이 남자가 못 이룬 다른 길 찾기의 성과는 2세가 성취한게 아닌가 싶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은 누군가에겐 절망으로 보일수도 있겠다 싶다. 막말로 설원에 피칠갑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대지 위, 지구..
로건은 정말 진을 사랑했다. [울버린 : 엑스맨 오리진]은 잊지 못할 첫 사랑(?)에 대한 영화였다. 그런데 결과적으론 - 적어도 이 영화 안에선 - 마지막 사랑이 더 중요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더 울버린]은 [울버린 : 엑스맨 오리진] 이후보다 사람들이 그토록 지탄하는 [엑스맨3 : 라스트 스탠드]의 세계를 애써 저버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로건은 마치 007처럼 새로운 여인도 만나고 연정도 나누지만, 결국 마음 깊은 곳을 누르는 것은 진 뿐이다. 그리고 짓누르는 마음의 돌을 깨부수는 것이 이번 화의 주된 이야기다. 그걸 위하여 일본을 간다. 무리수이긴 하다. 울버린 사가의 중요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일반 영화팬들에겐 생경한 이야기고 이질감이 심한 대목이다. 어떤 패널티를 안고 기껏 야쿠자 ..
두번째 관람을 아이맥스로 하니 보다 압도적이고 전투의 위용도 와닿는다. 하지만 거듭된 관람에도 인물들의 이야기는 개선되어 보이지 않았다. 바깥을 나오면 델 토로가 원래 그런 감독이 아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그런데 있는 것이 아니라 라는 말들이 바글바글하다. 그 이야기에 동의할 생각은 전혀 없다. 퍼시픽 림은 요란했다. 딱 그 정도만.
영화 [멋진 하루]의 지하철과 [피에타]의 쇠락한 청계천 부근을 동시에 품은 '서울 영화' [감시자들]은 일단 근사하다. 벌써부터 후속편을 기대하고픈 팀원들의 배치도 좋고, 다른 횡에 위치한 악역은 저벅저벅 제 갈 길을 가며 묵묵히 일을 치른다. 그리고 후반부에 그들은 대격돌! 리메이크작이긴 하다만 그래도 아직 한국 영화에서 장르물을 기대해도 된다는 예시를 발견하니 기분이 좋다. 야근에 허덕임에도 시들지 않는 기적의 한효주 피부는 [광해]에 이어서도 여전하구나. 설경구 좋고, 정우성 많이 좋고.
영화 초반, 등장인물들을 흝는 대목들은 거의 [투모로우] 당시의 롤랜드 에머리히다. 흡입력이 있고 앞으로 생길 상황들을 미리 짐작케 한다. 얄팍함은 있어도 그래도 나름 뼈대는 갖추고 시작하는 셈이다. 채닝 테이텀은 하얀 런닝을 입으며, 이 영화가 (몰락한 시리즈가 된)[다이하드]의 적자임을 자처하고 제이미 폭스는 오바마 시대의 이상적인 (링컨의 적자임을 희망하는)대통령을 연기한다. 한정된 공간에 배치되는 액션들은 시시각각 벌어지고, 악역들의 기세도 떨어지지 않는데(아 제임스 우즈... 아 제이슨 클락...) 결국엔 막판으로 갈수록 덜컹거림과 민망함의 기세도 강해진다. 허약한 CG도 민망함을 다소 부추기고, 결국엔 스테레오 마무리!
히어로물을 볼 때마다 제일 아쉬운 대목은 결투의 피날레가 대개는 싱겁다는 점이다. [맨 오브 스틸]은 그런 아쉬움을 상쇄시키는 것이 최상의 목표인양 스몰빌에서부터 메트로폴리스까지 배경삼아 힘과 스피드가 자아내는 폭력의 쾌감을 맘껏 전시한다. 집과 빌딩은 무너지고, 열차는 박살이 나고 수천장의 창문들이 유감없이 박살난다. 기술적 제약이 많았던 시대의 리차드 도너판은 물론이고, 소수의 지지만 받은 [수퍼맨 리턴즈]에게도 과시하듯 보여주는 광경들이다. 하지만 [맨 오브 스틸]의 미덕은 격정적인 결투 장면들보다 켄트 부부가 클라크에게 주는 사려깊음이다. 다이안 레인과 케빈 코스트너는 자주 등장히지 않지만, 뱉는 한마디 한마디로 최상의 부모를 묘사해낸다. 잭 스나이더가 이런 대목을 잘해낼 줄은 몰랐다. 그런데 이..
2편이 중요하다. 1편에서 쌓아놓은 기대감의 탑을 무너뜨리지 않고, 안정된 3부로 이어지는 프랜차이즈를 잇는 가교이기 때문이다. 2편에서 연출자는 본심을 드러내기도 하고, 밝은 이야기에 암운을 드리우는 심각함을 주기도 한다. 다크니스는 그런 면에서 충실하게 보이기도 하다. 예고편과 포스터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추락'의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고, 검은 복장의 존 해리슨이라는 새로운 악당을 투입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영화 말미를 장식하는 것은 여전히 진취적인 기운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우주를 탐사하고 경이로움을 발견할거야!라는 프론티어의 자세, 이 시리즈가 미국에서 잘 통하던 프랜차이즈임을 새삼 상기시킨다. 그것만으로는 세계 관객들을 설득하기는 힘들었을텐데, J.J.에이브람스는 눈과 귀를 통한 최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