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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08 [남한산성]
posted by 렉스 trex 2019. 10. 8. 20:41

허무가 도처에 쌓인 눈발처럼 자리 잡은 김훈의 문학엔 권력무상이라는 수사도 사치스럽게 들리는 건조한 면이 있다. 문제는 이 바삭 마른 바닥 위엔 그저 남자들의 비장한 허무함이 자리할 뿐이라는 점이겠다. [남한산성]에 자리 잡은 남자들의 사정엔 격노함까지 발산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스며있다. 인조가 되묻는 시간 내내 서로를 단 한 번도 주목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김상헌과 최명길 사이엔 그저 명분과 실리의 충돌, 겨루기만이 존재한다. 둘이 모처럼 자신들만의 입장을 최종 표명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둘은 직선을 그리며 마주하지 않는다. 이 비장함엔 난 오히려 일본 우익들의 서슬 퍼런 공기를 연상케 하는 공기가 있다. 정말 누군가는 할복을 하고, 누군가는 비통하게 운다. 동의를 내릴 수밖에 없는 두 배우의 훌륭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일견 남을 수 없는 찜찜함은 채 가시지 않는다. 할복을 한쪽이 발견한 참혹한 새로운 세상에의 전망에는 그래도 중세를 떠난 근대의 여명이 감지가 되지만, 이것은 서날쇠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신분과 애국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조선은 실패한 국가였고 이를 증명하는 하나의 장을 남겼을 뿐이다. 그런 이야기다.

- 넷플릭스에서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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