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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웹진 싱글 리뷰 코너 [Single Out]입니다. 각 싱글 리뷰의 경로는 (링크) / 별점은 고통의 제도입니다. 최고은 「Open The Door」 드넓게 펼쳐진 풍광, 여행의 시작, Girl meets Boy 서사의 도입 등 여러 상상의 광경을 떠올릴 수 있겠으나 나는 오히려 이제 갓 문을 열고 주저하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의 화자가 떠올랐다. 이윽고 익숙한 아이리시 풍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바이올린 현이 출렁이듯 기울어지다 말다가 한다. 최고은 음악의 장점이 통합된 듯한 구성에 한 음반의 도입부로 상당한 최적의 모양새다. 물론 새 여정의 두근거림을 자극하는 중간의 드럼 배치도 유효했다.★★★1/2 카우칩스 「歸歌」 최세연 보컬은 고음 처리에선 쾌청하다가 때론 갈라진 머리카락처럼 부산하게 파열하며 긁어대..
웹진 싱글 리뷰 코너 [Single Out]입니다. 각 싱글 리뷰의 경로는 (링크) / 별점은 고통의 제도입니다. 정새난슬 「오르막길」 관조를 부르는 가사, 맑은 톤으로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듯한 피아노, 숨 가쁜 박동을 저편에서 묘사하는 드럼, 무엇보다 옛 된 분위기의 편곡은 『겨레의 노래1』(1990) 시대에서 소환된 현재를 보는 기분이다. 여기에 정새난슬의 목소리는 공교롭게 유전학적 언급의 실례를 감히 범하게도 한다. 박은옥의 목소리에 느껴지는 성령 같은 경지에 닿을라치면, 정태춘의 녹녹한 이끼투성이 나뭇결 같은 질감이 끼어든다. 그게 오히려 균형을 만드는 듯하다. 게다가 그 균형은 최근 몇 년 사이 의미 있는 성취를 보여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지도 위에 하나의 구획을 추가한다. 구획 위에 누군가..
웹진 싱글 리뷰 코너 [Single Out]에 참여하고 있다. 각 싱글 리뷰의 경로는 (링크) / 별점은 고통의 제도... 사비나앤드론즈 「Don't Break Your Heart」 누군가는 기다렸을 순간, 그 목소리다. 침묵을 깨는 소리의 눌림이 파문을 낳고, 공간을 형성해 빛의 줄기를 허락한다. 모든 연주는 위로라는 목적을 향해 조성되어 있고, 보컬은 성심을 다하고 있다. 누군가에겐 3분 19초의 연주겠지만, 누군가에겐 영구히 재생될 시간일 것이다. 느리지만 처지지 않고, 신중히 징검다리를 걷듯 다음 곡의 사르르 떨리는 순간으로 인도한다.★★★1/2 에이틴에이프릴 「Oceans Apart」 부글부글 끓는 그로울링과 샅샅이 벽을 긁는 스크리밍이 교차하고, 브레이크다운이 알알이 박힌 이 메탈코어는 이곳의..
웹진 싱글 리뷰 코너 [Single Out]에 참여하고 있다. 각 싱글 리뷰의 경로는 (링크) / 별점은 고통의 제도... 인더포비아 「Phobia」 Killswitch Engage와 Lamb of God 등 일군의 밴드들을 언뜻 연상케 하지만 전자의 애상적인 멜로딕함이나 후자의 그루비한 출렁임보다는, 진격의 기운이 도드라진다. 메탈코어라고 간단히 명명해야겠지만, 그보다는 근간의 메탈코어 장르의 경향성이 대다수 그렇듯 코어보다는 메탈의 지분이 확 다가오는 팀이다. 전업이 아닌, 4대 보험이 보장되는 직장 생활로 삶을 지탱하며 하고 싶은 메탈 음악을 하고 있다고 답을 하면 바다 밖 음악인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한국에선 자주 마주치는 현실일 것이다. 밴드가 지향하는 방향성 중의 하나인 ‘금속성’의 도드라..
웹진 싱글 리뷰 코너 [Single Out]에 참여하고 있다. 각 싱글 리뷰의 경로는 (링크) / 별점은 고통의 제도... 과대불판사용금지 「다시, 내일」 2주기가 지났다. 폰부스가 「파도에 꽃들」(2015)을 통해 서정적으로 기렸고, 이승환이 「가만히 있으라」(2015)로 서린 분노를 누르며 호소한 지 또 한해가 지나 이런저런 세월호의 노래들이 들려온다. 이모코어 밴드 과대불판사용금지는 근작 EP 안에 이런저런 내용물을 담더니, 이번에는 절대 가라앉지 않는 역동성을 강조하며 처지지 않는 템포를 들려준다. 곡의 인상이 중반 정도에 일견 평범하게 흘러간다고 생각이 들 때쯤, “진실은 침몰하지 않아.”라는 구절이 계속 반복되는 막바지에 닿으면 어쩔 수 없이 울컥하게 한다. 기리고 추념을 차분히 빌고 싶으나,..
웹진 싱글 리뷰 코너 [Single Out]에 참여하고 있다. 각 싱글 리뷰의 경로는 (링크) / 별점은 고통의 제도... 신세하 「티를 내 : Timeline」 좋아하는 음악인 중 프린스가 있다고 하니 무릎을 칠 일이다. 그렇게 나올법한 음악이란 생각이 들었다. 젠더를 구분치 않는 섹시함과 그 안에 어렴풋하게 숨어있는 소년성 같은 요소들, 무엇보다 저무는 하루의 네온과 같이 빛나는 신스 사운드는 근사하다. 여기에 잘 들리는 한글 가사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지역성에 머물지 않는 어떤 세계관의 지향성이 돋보인다. 이런 음악을 들을 때 어디서 다뤄야 하냐 하는 글 쓰는 이의 위치와 진영을 되묻게 되는 난처함 역시 즐거운 고민의 영역인 듯하다.★★★★ 웨이스티드 쟈니스 「강」 블루지한 분위기에 로커빌리나 개러..
웹진 싱글 리뷰 코너 [Single Out]에 참여하고 있다. 각 싱글 리뷰의 경로는 (링크) / 별점은 고통의 제도... 단편선과 선원들 「연애 (feat. 김사월)」 권지영의 바이올린은 교란과 공격성이 도드라졌었지만, 장수현의 바이올린은 더욱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듯하고 그것이 이 곡의 축제다운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여기에 근사한 캐릭터를 부여하는 김사월의 피처링은 앞뒤 잴 것 없는 연애의 현실초월적인 속성에 실감을 부여한다. 앞뒤 잴 것 없는 연애 예찬은 현실표 격랑을 닮은 후반부의 치닫는 구성과 맞물려 복잡한 심사를 드러낸다. 물론 이 복잡한 심사는 몇 가지 가닥으로 해석할만한 뮤직비디오 감상과 함께한다면 더욱 실감이 나리라. (하하호호만 할 수 있다면 세상 어느 일보다 연애만큼 쉬운게 어딨..
웹진 싱글 리뷰 코너 [Single Out]에 참여하고 있다. 각 싱글 리뷰의 경로는 (링크) / 별점은 고통의 제도... 전범선과 양반들 「아래로부터의 혁명」 철학자 이진경은 이명박 체제 당시 발간한 그의 책 『뻔뻔한 시대, 한 줌의 정치』(2012)에서 지배계층의 가치와 사고방식에 반하는 ‘소소하고 미천한’ 것들의 정치적 존재와 활동을 긍정한 바 있다. 이 곡을 듣자마자 자연히 그 책 안의 몇몇 문장들이 떠올랐다. 칼칼하게 끓는 전범선의 목소리에 실린 항거와 축제 사이에 자리한 서사, 노도 하는 연주, 당대의 상황들, 하드록 장르가 던져주는 고색창연의 즐거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언어 사용을 의도적으로 뒤집은 상황 등이 뒤섞인 이 혼란스런 마당극을 난 그저 망연자실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