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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끝나지 않는 비극을 복기해야 한다. 이 비극을 새삼 말하는 것에 때로는 죄스러움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까. 그럼에도 나는 비극의 원천을 감히 제명에 붙었다. 이건 온당한 일일까. 곳곳에 슬픈 소식이 덧붙여지고 시스템이 흉하게 곪은 속을 보여주고 있고, 어떤 일들은 지속해서 은닉되고 있다며 사람들은 탄식한다. 신해철과 넥스트가 만든 들을만한 싱글 몇 곡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실패작, 음반 『개한민국』과 수록곡 「현세지옥」은 옳았다. 적어도 제목에선. 4월 25일 트위터 타임라인이 이 비극적 시국과 연관하여 잠시 들썩였다. 웹진 보다와 웹 저널 등에서 활동해온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씨가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것은 (중략) 음악으로 세상을 노..
한파 없던 겨울 덕에 해동도 빠른지 음반 시장이 중견들의 잇따른 복귀에 설레는 기운이다. 사이버 가수 아닌 분명 생명체인(^^;) 이규호의 두 번째 정규반이 15년 만에 발매되고, 이소라의 신보 8집이 6년 만에 개설된 트위터와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발매 예고를 알리고 있다. 이뿐인가. 한국 대중음악씬의 변방인 헤비메탈씬에서 '아직도 기둥인' 밴드 블랙홀이 9년 만에 신작 [Hope]를 내놓았고, '커피 한 잔'의 여성 음악인 김추자가 33년 만에 신중현의 미발표 신곡까지 담은 신작을 내 LP 세대들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선희의 데뷔 30주년의 의미를 담은 신작, 이승환의 정규 11집 등 발매를 기다리는 음반도 수북하다. 여기에 열성적인 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토이의 신작 역시 이런..
든든한 분량과 10년 단위의 한국 대중음악사 쪼개기의 풍경들, 그리고 산업과 담론에 대한 고민들이 실려있다. 무엇보다 나도원이 아니면 누가 '어 둠'(a doom)이나 '폐허' 같은 뮤지션들에 대해 애정의 문장을 지면에 올리겠는가. 아이돌에서 49몰핀즈까지 음반평, 현장 인터뷰, 통사적 글쓰기가 그득하다. 다만 평단의 글쓰기라는 고민에 있어, 그가 자주 내보이는 문학적 수사와 비유법이 유려하게 읽히기 보다는 오히려 독서의 호흡을 저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되었다. 그런 수사와 비유법에 대해 왜 이 대목에서 이런 '사용'이?하며 갸우뚱한 몇몇 대목들이 보였다. 음악이라는 지평을 넘어선 사회적 고민, 생과 삶의 공기를 담은 감성의 영역에 닿고자하는 의도는 흐릿하게 감지했으나 나로서는 삼키기 힘든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