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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웹진에서 글 씁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 다크미러오브트레지디 「I am the Load OV Shadows」 보컬 M.Pneuma에 의하면 밴드명과 이 컨셉 음반의 마지막 곡에 연관된 구상은 태초부터 존재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바라본 검은 거울 안의 세계관은 어둡고 비극적인 전망으로 가득했고, 이제 노래 속 개별자들은 이 전망이 던져준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 심연인 그림자의 군주로부터 지배당하고 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이렇게 20여 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의 싸움이 벌어진다. 실제 성가대의 성스럽고 벅찬 기운의 목소리가 아닌 것은 아쉽지만 에픽한 분위기를 고조하는 합창 파트와 심포닉한 구성에 힘을 주는 건반과 현악의 장치 등은 이 밴드만의 독자적..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이번에 홈페이지 개편해서 검색 기능 등도 넣었어요.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라이프앤타임 「잠수교」신보 음반은 인생의 몇몇 시기를 열거해 담았다고 한다. 이 곡은 어느 시기를 담고 있을까? 총 다섯 번에 걸쳐 공개할 뮤직비디오 중 2화에 해당하는 본작은 아마도 20대까지의 시기를 다룬 듯하다. 방향 없는 지표 위에서 무기력함과 의욕부진, 공허함 중 어느 것이거나 그 어느 것도 아닌 마음으로 걷는 시선의 시절. 한가로운 발걸음을 쫓는 듯한 베이스와 대교의 촘촘한 기둥들을 닮은 드럼, 무엇보다 이 시절을 닮은 산란하나 뚜렷한 기타는 세 음악인의 삼각형이 구현한 이상적인 모델을 들려준다. ★★★1/2미스이솝로마템 「트라우마」예의 관능적인 보컬과 글램한 미학, 이로..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 니어이스트쿼텟 「이화」 어둠처럼 내려앉은 기타의 흐릿한 숲에 손성제의 색소폰은 안개의 자욱함을 닮아 흐른다. 기타도 색소폰도 베이스도 드럼도 예광탄을 쏘든 탐침봉을 바닥에 푹푹 꽂든 손을 허우적대며 젓든 간에 이 숲 안에서 표류하듯 헤매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무의미하게 들릴 텐데, 이 침묵에 가깝게 들리는 연주의 교차엔 분명히 질서를 관장하는 누군가의 힘이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음울하게 들리지 않고 명료한 붓칠을 더하듯 들리는, 비주류 장르의 장인들이 닿은 또렷한 성취의 결과 중 하나다. ★★★1/2 히치하이커 「Time (feat. 써니, 효연, 태용(엔씨티))」 「Around」(2017) 이후, 히치하이커는 잔뜩 분위..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 이달의소녀 「Hi High」한 싱글을 소개할 때 음악 그 자체보다 뮤직비디오 이야기로 서두를 여는 것이 타당할 일일지는 잘 모르겠다.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에서 펄럭이는 광고로 첫 멤버 희진의 등장을 알리는 것으로 포문을 연 이달의소녀(이하 이달소)가 1년 이상을 진작에 훌쩍 넘기며, 개별 멤버 음반과 유닛 결성 등으로 활동을 이어오다 12명의 소위 ‘완전체’란 이름으로 곡을 낸 것이 지금까지의 서사이다. 본 곡의 뮤직비디오는 이 서사의 완결이라는 자축을 담고 있는데, 개별 장면들이 이들의 여정을 지켜본 팬들에겐 각별히 다가올 것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안의 캐릭터들처럼 달리는 소녀의 이미지는 이달의소녀1/3의 멤버..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제이드키 「Mesmerizer (feat. EB)」제이드키의 음악을 설명하기 위해 언니네이발관 초기 멤버란 설명은 굳이 필요 없는 사항 같다. 어차피 언니네의 역사를 기억되게 한 것은 압도적인 프론트맨의 존재감과 한 명의 기타리스트인 듯하니. 그보다는 게임 회사 직원이자 디자인 전공의 그래픽 담당자로서의 이력과 iOS 개러지밴드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작한 음악 만들기의 습작 개시와 서브컬처에 대한 근친성, 현재까지 이른 해당장르 음악 본연의 성취를 보는 것이 정확할 듯하다. 한쪽에선 직장 안에서 밴드 음악의 로망을 접지 못하는 계층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선 직장인 EDM 아티스트가 탄생하기도 한 것이다. 정글 및 레이브의 일부 줄기로부터 이어진 ..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라켄베어 「Grunge Rock Lad」자기멸시의 가사를 가급적 생목처럼 들리게 전달하는 레코딩, 그리고 얼터너티브와 개러지 사이(또는 합산)의 헐벗음은 아닌 게 아니라 전국비둘기연합을 떠올리게 한다. 연상작용은 그저 연상작용일 뿐, 일종의 콘셉트와 서사를 쫓아가던 전비연과 달리 라켄베어가 당도하고 내디딜 거리는 어디가 될지. 긴말하지 않는 구성이 단조로움이 아닌 봉납 찍듯 인상적이고 선명하다. ★★★ 서울상경음악단 「지금 나는」밴드의 자리를 오래도록 지켜온 임환백의 목소리는 간혹 블루스보단 록의 기백이 씩씩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여기에 강선아의 목소리는 뚝뚝 흐르는 멜랑콜리한 무드를 보탠다. 여기에 쩔쩔 흔들리는 한승현의 기타와 곡 후반..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유래 「52-1」 음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진공청소기 흡입구 앞에서 녹음한 듯한, 소음이 연상되는 사운드가 감상의 장벽을 올린다. 기지개를 여는 비트와 여러 매체에서 가지고 온 샘플음과 다이얼로그들이 조각조각 조합한다. 그리고 본색을 여는 댄서블함. 그러나 이 댄서블함이 곡 전체의 뚜렷한 근육을 만들진 않는다. 춤을 출 수 있는 사운드 자체에 대한 메타적인 인용 같은데, 학구적인 탐구라기보다는 이것 자체가 쾌락이 아니겠냐 이 쾌락을 미끼로 음반 전체에 대한 초청을 한다는 인상이 뚜렷하다. 지난해부터 도드라진 성취물들을 연속으로 내는 사운드메이커가 올해에도 청자들에게 각인될 순간들을 남기겠다는 언질이렸다. 이를 위해선 기계음부터 황학동 벼룩시장풍..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도재명×이선지 「우리」어디든 도재명의 음악을 재생하면 주변의 누군가가 다가와 곡의 주인공을 묻는다. 그의 간결하고 파장을 숨기기 힘든 특유의 울림이 서린 목소리, 곡의 선율 탓일 테다. 이선지는 어떠한가. 4월과 바다를 기억하는 음반 중 중요한 음반 중 하나를 올해 낸 주인공이 그이다. 이 둘이 만났다. 철학과 교양, 개인의 묵상과 외부의 풍경이라는 복잡한 심사를 담아낼 그 어떤 것들이 또 나오리라 기대된다. 보컬리스트로서의 도재명이 사적 경험을 새긴 세계관의 설계도를 내놓으면, 연주자들은 90년대 한국 가요의 융성을 예고하는 듯했던 당시의 어떤 뭉클함을 재현한다. 굳이 말하자면 전람회 같은 그룹의 사운드를 낳았던, 토양과 해류를 닮았다. 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