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Rexism : 렉시즘
[생각의 타래 풀기]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 본문
- 들순이가 나름 이런저런 고민을 안고 블로깅을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결심을 한 후 자주 토로하는 어려움은 별다른게 아니었다. 왜 글을 빨리 작성하지 못할까? 글쓰기가 즐거움이 되어 남에게 흔쾌히 보여줄 수 있는 시절과 어느정도 단절되고 다른 결심을 한 후 글을 쓰면 그때부터 이상한 고통이 시작된다.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가고, 자신과 또는 타인과 약속한 기일 안에 글이 마감이 안 되고, 글만 생각하면 간혹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 전의 나는 이렇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새삼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은 그 때 당시의 글과 지금의 글을 비교하면 당시가 더 자유롭고 나다운 글이었는데 지금의 내 글은 어떤 책임감을 뒤집어 쓴 채로 매끄럽지도 않고 딱딱함이 묻어 있다는 발견이다. 위기가 닥쳐온다. 글쓰기가 나에게 이렇게 고통으로 인식되는 시기는 없었다. 왜 나를 갑자기 괴롭히는 것이냐. 글쓰기여.
- 우리는 웹에서 하루 단위로 숱하게 글을 뿜어낸다. 의도적인 쓰레기도 있고(너가 불행하면 좋겠어 씨발), 무색무취라고 생각하는 가벼운 토로도 있고(나는 노을을 바라보며 연기를 뿜었다), 힘을 기울여 쓴 세공품도 있다.(이소라의 신보가 우리에게 던져준 새로운 상념은 이별 자체의 순간이 아니다. 그녀는 그 시간을 유보시키고 자신과 우리에게 노래라는 음성언어가 어떤 의미인지를 묻고 있다. 어쩌고) 여기에도 저기에도 끼지 못하는 것들도 많다.(ㅋㅋㅋㅋ, ㄳㄳ, 조까센) 우리의 키보드질과 완료 버튼으로 인해 글은 '비공개'라는 장치로 보호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웹 바깥으로 뻗어간다.
그래서 글은 세상 속 나와 신체구조가 비슷한 개체들과 대면하고 때론 대결하게 된다. 나는 자장면이 좋다는 소릴 적었는데, 난데없이 짬뽕이 좋다는 이야기가 끼어들 수도 있고 나와 더불어 자장면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왠지 정신머리가 제대로 안 박힌 듯한 사람의 옹호론을 들을 수도 있다. 여기에 갑자기 자장면 VS 짬뽕 구도의 이야기에서 유산 계급의 핏덩어리가 '유산슬이 최고지. 멍충이들'이라는 야코를 날릴 수도 있다.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자장면의 이야기의 본연의 성격은 흐려진다.
- 미안하지만 글은 세상 바깥에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담탱이와 부모라는 양반들이 내 일기를 감히 검열하려던 일 같은 것은 분명 최악이었지만 일기나 비슷한 성격의 비공개글과 달리 공개된 글은 타인에게 읽힌다. 웹에서의 글들은 바로 읽히는 신속성 덕분에 부작용도 크기 마련인데, 이 역시 미안하게도 바깥에 나가는 순간 평가와 대결, 공감의 여러 순간과 조우하게 마련이다. 본인의 의도와 달리 읽히는 손해는 물론이거니와, 본의 아닌 오해를 입고 부작용이 파생될 수도 있다.
개인 공간인데 이렇게 노출될 줄은 몰랐어요(구글링은 무서운거다), 팀 블로그라서 저희들끼리 의견 조율하고 조정하는 거에요(당신들이 그렇게 만들던 말던건에 아무튼 잘 읽었다), 배설입니다!(글 읽어보니 똥싼 줄 잘 알겠어요) 등등... 미안하게도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 [물론 이 말은 어떤 식으로 적어도 당신이 오해는 물론이거니와 인격모독과 비하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 그래서 글 하나 적기 힘든 시대다. 일단 이런 바깥에 글 던지기가 두렵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서 적었는데 오해의 승냥이떼들이 갈기갈기 찢어먹을거 같다. 또 이런 형국에 내가 글쓰기로 인해 뭘 얻겠다는거지에 대해서 명확해지지 않는다. 명예? 등단욕구? 개인적 만족?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피력? 심심해서? 그러다 결국 문제가 처음으로 돌아간다. 왜 글이 빨리 안 써지지? 골이 빠개진다.
- 글쓰기에 대한 명확한 욕구가 있는 부류들이 따로 있긴 하다. 뭔가 글쓰기 관련해서 성공하고 싶고 지명도를 얻고... 은둔하여 문장을 연마하는 부류도 있고, 뭐든 열심히 적어서 여기저기 적고 세상과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 부류도 있다. 욕구는 확실한데 그냥 게으르거나 실천이 안되서 신통찮은 빈도로 적고 결과물도 안 좋은 부류도 있다.(재능도 없는데 성실함도 없어서 그냥 빙시라고 개인적으로 부르는 부류다) 이런저런 글들을 보면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열심히 뭔가 내놓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공부가 부족해서 앞으로도 이렇게 적어내봤자 신통찮은 일들만 당하겠다 훤히 보이는 경우,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없다. 나는 내 변변찮음 하나 앞가림하기도 변변찮은 수준이니까.
아무튼 열심히 쓰는 경우, 그러면 문장이 조탁되고 문장력이 신장될까? 그런 경우가 확실히 있긴 하더라. 문장이 빛나고 귀감이 된다의 경지가 아니더라도 어떤 소설가는 데뷔 시절의 '운동권 후일담 소설'의 참담한 수준은 확실히 벗어나 있더라. 계란 노란자 더미를 냄비에 퍽퍽 다져 놓은 듯한 문장력은 지금에 와선 베스트셀러 작가에 어울리는 매끈함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열심히 하면 늘어나는 지점이 있다. 글쓰기도.
- (또)미안하게도 모든 글쓰기 욕구쟁이들이 열심히 한다고 그들 개개별이 바라는 경지에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분명 글쓰기는 기술의 범주와 예술의 범주를 동시에 걸치는 듯 하다. 조련과 연마와 더불어 '쓰고 싶다'의 불씨를 품은 재능의 엔진이 어우러지면 한층 가일층 성장하는 그런 경지. 게다가 글쓰기에 대한 재능을 지닌 모든 이들에게 '시장의 운'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니 이 또한 '낙타 바늘'의 문제가 되더라.
여기서 깊은 한숨 쉬어주고 다시 평범한 문제로 다시 돌아오기로 한다. 왜 글이 쉽게 안 써질까? 자기만족과 타인이 글을 보고 있다는 검열 등이 천성과 어우러져 글을 늦게 생산한다. 나는 여기에 몇가지 제안을 해준 적이 있다. 당장의 문제에 대한 임시방편격 해결책이다.
- 1) 계획성 있게 적자 : 또 쓰고 싶은게 생기면 원래 쓰려던 것이 함몰된다.
2) 그날 적으려 했던 소재는 그날 뱉어내자 : 내일이 되고 모레가 되면 원래 쓰려던 것이 뭔지 모르더라.
3) 재빨리 적고 신중히 퇴고하자 : 일단 웹에서 뽑아낸 문장은 생선처럼 팔딱 댄다. 이놈을 손질하는 일은 일단 건지고나 해보자. 헤엄치는거 빤히 구경만 하지 말고.
- 정답이 어디 있겠나. 글쓰기는 우리를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가벼운 편지에서부터 논문과 자기소개서 등 심호흡과 결단력이 필요한 문장들까지, 그리고 쉽게 뱉어내는 웹에서의 일상들도 마찬가지. 들순이의 고민이 가벼워져도 되는 대목과 무거워져야 하는 대목을 구분해야 하는 글쓰기 본연의 문제와 생각을 촉발시켜 이리저리 적어보았다. 편히 적자꾸나. 일단은.
그런데 세상이 좆같아서 웹에서의 글쓰기를 단죄하는 국가권력을 비호하고 선전하는 통이라 글쓰기의 문제는 한층 더 두통을 안겨주었다. 이런 존나게 실시간 검색어 같은 세상.
이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은 그 때 당시의 글과 지금의 글을 비교하면 당시가 더 자유롭고 나다운 글이었는데 지금의 내 글은 어떤 책임감을 뒤집어 쓴 채로 매끄럽지도 않고 딱딱함이 묻어 있다는 발견이다. 위기가 닥쳐온다. 글쓰기가 나에게 이렇게 고통으로 인식되는 시기는 없었다. 왜 나를 갑자기 괴롭히는 것이냐. 글쓰기여.
- 우리는 웹에서 하루 단위로 숱하게 글을 뿜어낸다. 의도적인 쓰레기도 있고(너가 불행하면 좋겠어 씨발), 무색무취라고 생각하는 가벼운 토로도 있고(나는 노을을 바라보며 연기를 뿜었다), 힘을 기울여 쓴 세공품도 있다.(이소라의 신보가 우리에게 던져준 새로운 상념은 이별 자체의 순간이 아니다. 그녀는 그 시간을 유보시키고 자신과 우리에게 노래라는 음성언어가 어떤 의미인지를 묻고 있다. 어쩌고) 여기에도 저기에도 끼지 못하는 것들도 많다.(ㅋㅋㅋㅋ, ㄳㄳ, 조까센) 우리의 키보드질과 완료 버튼으로 인해 글은 '비공개'라는 장치로 보호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웹 바깥으로 뻗어간다.
그래서 글은 세상 속 나와 신체구조가 비슷한 개체들과 대면하고 때론 대결하게 된다. 나는 자장면이 좋다는 소릴 적었는데, 난데없이 짬뽕이 좋다는 이야기가 끼어들 수도 있고 나와 더불어 자장면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왠지 정신머리가 제대로 안 박힌 듯한 사람의 옹호론을 들을 수도 있다. 여기에 갑자기 자장면 VS 짬뽕 구도의 이야기에서 유산 계급의 핏덩어리가 '유산슬이 최고지. 멍충이들'이라는 야코를 날릴 수도 있다.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자장면의 이야기의 본연의 성격은 흐려진다.
- 미안하지만 글은 세상 바깥에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담탱이와 부모라는 양반들이 내 일기를 감히 검열하려던 일 같은 것은 분명 최악이었지만 일기나 비슷한 성격의 비공개글과 달리 공개된 글은 타인에게 읽힌다. 웹에서의 글들은 바로 읽히는 신속성 덕분에 부작용도 크기 마련인데, 이 역시 미안하게도 바깥에 나가는 순간 평가와 대결, 공감의 여러 순간과 조우하게 마련이다. 본인의 의도와 달리 읽히는 손해는 물론이거니와, 본의 아닌 오해를 입고 부작용이 파생될 수도 있다.
개인 공간인데 이렇게 노출될 줄은 몰랐어요(구글링은 무서운거다), 팀 블로그라서 저희들끼리 의견 조율하고 조정하는 거에요(당신들이 그렇게 만들던 말던건에 아무튼 잘 읽었다), 배설입니다!(글 읽어보니 똥싼 줄 잘 알겠어요) 등등... 미안하게도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 [물론 이 말은 어떤 식으로 적어도 당신이 오해는 물론이거니와 인격모독과 비하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 그래서 글 하나 적기 힘든 시대다. 일단 이런 바깥에 글 던지기가 두렵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서 적었는데 오해의 승냥이떼들이 갈기갈기 찢어먹을거 같다. 또 이런 형국에 내가 글쓰기로 인해 뭘 얻겠다는거지에 대해서 명확해지지 않는다. 명예? 등단욕구? 개인적 만족?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피력? 심심해서? 그러다 결국 문제가 처음으로 돌아간다. 왜 글이 빨리 안 써지지? 골이 빠개진다.
- 글쓰기에 대한 명확한 욕구가 있는 부류들이 따로 있긴 하다. 뭔가 글쓰기 관련해서 성공하고 싶고 지명도를 얻고... 은둔하여 문장을 연마하는 부류도 있고, 뭐든 열심히 적어서 여기저기 적고 세상과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 부류도 있다. 욕구는 확실한데 그냥 게으르거나 실천이 안되서 신통찮은 빈도로 적고 결과물도 안 좋은 부류도 있다.(재능도 없는데 성실함도 없어서 그냥 빙시라고 개인적으로 부르는 부류다) 이런저런 글들을 보면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열심히 뭔가 내놓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공부가 부족해서 앞으로도 이렇게 적어내봤자 신통찮은 일들만 당하겠다 훤히 보이는 경우,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없다. 나는 내 변변찮음 하나 앞가림하기도 변변찮은 수준이니까.
아무튼 열심히 쓰는 경우, 그러면 문장이 조탁되고 문장력이 신장될까? 그런 경우가 확실히 있긴 하더라. 문장이 빛나고 귀감이 된다의 경지가 아니더라도 어떤 소설가는 데뷔 시절의 '운동권 후일담 소설'의 참담한 수준은 확실히 벗어나 있더라. 계란 노란자 더미를 냄비에 퍽퍽 다져 놓은 듯한 문장력은 지금에 와선 베스트셀러 작가에 어울리는 매끈함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열심히 하면 늘어나는 지점이 있다. 글쓰기도.
- (또)미안하게도 모든 글쓰기 욕구쟁이들이 열심히 한다고 그들 개개별이 바라는 경지에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분명 글쓰기는 기술의 범주와 예술의 범주를 동시에 걸치는 듯 하다. 조련과 연마와 더불어 '쓰고 싶다'의 불씨를 품은 재능의 엔진이 어우러지면 한층 가일층 성장하는 그런 경지. 게다가 글쓰기에 대한 재능을 지닌 모든 이들에게 '시장의 운'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니 이 또한 '낙타 바늘'의 문제가 되더라.
여기서 깊은 한숨 쉬어주고 다시 평범한 문제로 다시 돌아오기로 한다. 왜 글이 쉽게 안 써질까? 자기만족과 타인이 글을 보고 있다는 검열 등이 천성과 어우러져 글을 늦게 생산한다. 나는 여기에 몇가지 제안을 해준 적이 있다. 당장의 문제에 대한 임시방편격 해결책이다.
- 1) 계획성 있게 적자 : 또 쓰고 싶은게 생기면 원래 쓰려던 것이 함몰된다.
2) 그날 적으려 했던 소재는 그날 뱉어내자 : 내일이 되고 모레가 되면 원래 쓰려던 것이 뭔지 모르더라.
3) 재빨리 적고 신중히 퇴고하자 : 일단 웹에서 뽑아낸 문장은 생선처럼 팔딱 댄다. 이놈을 손질하는 일은 일단 건지고나 해보자. 헤엄치는거 빤히 구경만 하지 말고.
- 정답이 어디 있겠나. 글쓰기는 우리를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가벼운 편지에서부터 논문과 자기소개서 등 심호흡과 결단력이 필요한 문장들까지, 그리고 쉽게 뱉어내는 웹에서의 일상들도 마찬가지. 들순이의 고민이 가벼워져도 되는 대목과 무거워져야 하는 대목을 구분해야 하는 글쓰기 본연의 문제와 생각을 촉발시켜 이리저리 적어보았다. 편히 적자꾸나. 일단은.
그런데 세상이 좆같아서 웹에서의 글쓰기를 단죄하는 국가권력을 비호하고 선전하는 통이라 글쓰기의 문제는 한층 더 두통을 안겨주었다. 이런 존나게 실시간 검색어 같은 세상.
'생각하고뭐라칸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생 시절 : 그리기와 쓰기는 버릴 수 없던 버릇이었나. (11) | 2009.01.30 |
---|---|
신년입니다. (20) | 2009.01.01 |
2008년 마지막 포스팅 (6) | 2008.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