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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2/05/05 08:20

2012/03/08 - [음악듣고문장나옴] - [음악취향Y]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 베스트 80 개시

2012/03/16 - [음악듣고문장나옴] - [음악취향Y]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 베스트 80 - 2주차

2012/03/29 - [음악듣고문장나옴] - [음악취향Y]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 베스트 80 - 4주차

2012/04/09 - [음악듣고문장나옴] - [음악취향Y]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 베스트 80 - 5주차

2012/04/23 - [음악듣고문장나옴] - [음악취향Y]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 베스트 80 - 7주차

2012/04/27 - [음악듣고문장나옴] - [음악취향Y]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 베스트 80 - 8주차



+ 음악취향Y 링크 : http://cafe.naver.com/musicy/14886


- 80년대 결산이 마무리 되었다. 필자들끼리 속닥하는 장소(게시판)에서는 차트 바깥의 취향, 즉 미처 차트에 등재되지 못한 '자신만의 베스트 1장' 또는 '인생의 목록' 같은 것들을 개인별로 올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머리를 골몰히 굴려보았다. 내 개인의 목록이나 80년대 음반에 대한 편린들은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를 통해 이미 상당히 뱉었다고 생각했다. 즉 덧붙일 말은 2012년 현재 시점에선 없다. 그럼 무얼하면 좋을까. 80년대 결산 차트 바깥의 이야기를 해볼까 싶다. 그 시절엔 하이틴 소설이라는 물건들이 있었다.



- 어제 춘천엘 잠시 다녀왔다. ITX라고 불리는 경춘선엔 '청춘'이란 이름의 열차가 운행하고 있었다. 비교적 젊은 우리들은 요새 자신을 스스로 '청춘'이라고 칭하진 않는다. 청춘이란 단어는 금세기 들어 다소간 회고적 정서, 늙스구레한 단어가 된 듯 하다. 누군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말한 모양인데, 요샌 조소거리가 되었다. 너나 고추 닦으세요. 암튼 80년대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쑥스럽진 않았던 시대였다. 풋풋함과 생동감이라는 기운을 긍정했던 시대였다. 그렇다. 촌스럽긴 하지만.




- 먼저 이규형의 [청춘스케치]가 떠올랐다. 포털의 책 섹션을 검색해보니, 어라? 90년에 1권이 출간되었단다. 내 기억의 문제인가 싶더니, 정작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저자 이규형이 직접 박중훈, 강수연을 캐스팅해 감독하였다)는 87년 개봉작이라고 정보가 나온다. 포털에 등재된 정보는 출판 판권이 다른 곳으로 넘어간 시점의 정보인 모양이다. 책을 처음 접하게 된 당시의 상황은 기억이 없다. 국민학교와 중학교 사이의 일이었던 듯 하고, 친구 누님이 보던 '결혼편'(아마 4권?)까지 빌려서 후다닥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청춘스케치]는 90년대가 아닌 80년대의 기억이 맞다.



내용은... 어찌보면 [엽기적인 그녀] 같은 PC통신 소설류의 원형이랄까. 성격도 외모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그러나 덜렁대는 한 남학생이 예쁘지만 성격은 괄괄한 여학생을 만난다. 그리고 연애한다. 연애사는 소동이 되고, 위기도 찾아오고, 결실은 이뤄진다. 이규형의 이 하이틴 로맨스 소설은 (당연히)평단에서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급기야 영화화의 수순을 밟았다. 영화는 정작 본 적이 없기에 말할 순 없지만 기본 뼈대는 동일하되, 시한부 인생의 '보물섬' 캐릭터 등이 등장하는 등의 다른 디테일이 있는 듯 하다.(내 기억이 잘못될 수 있음을 유념하시길 바란다.)



하이틴 소설의 시대는 잡지 [여학생], TV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의 시대이기도 했다. 이뤄질랑말랑하는 연애와 캠퍼스 생활에 대한 터무니없는 동경, 첫 데이트에 대한 두근두근한 준비, 소방차의 음악 등등 지금 생각하면 피싯하는 웃음이 나올 요소들의 시대였다. 이규형의 소설 [청춘스케치] 역시 그 시대를 스케치할 대표적인 표상 중 하나였다. 다만 캠퍼스 연애편을 넘어 결혼 생활까지 이어진 구성은 지금 생각해도 무리라고 여겨지지만. 게다가 포털에서 다시 검색 버튼을 눌러보니 감독이자 작가 이규형에 관한 가장 최근의 뉴스는 사기혐의 기소... 요샌 어떤지 모르겠다.




- [청춘스케치]가 '미리 쓰여진' [엽기적인 그녀]풍의 작품이었다면, 박준형의 작품 [닐리야의 일기], [펑크맨과 지현이] 등의 작품은 '미리 쓰여진' 귀여니 소설이랄까. 그런 츄잉껌 같은 정서가 있었다. 진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중학교 중퇴였던가 고등학교 중퇴였던가하는 젊은(어린?!) 박준형의 이 작품들은 [청춘스케치]처럼 연애사를 다루고 있지만 보다 저연령대 공략 도서였으며 다소간 얄팍하였다. 



[청춘스케치]가 (성적표는 바닥이지만)건전지향성의 캠퍼스 연애를 다루고 있다면, [닐리야의 일기] 1,2권은 성적도 바닥이거니와 가정내의 폭력 등의 환경에 익숙한 문제아의 연애를 어둡지 않되 다소 꿀꿀한 정서로 유머러스하게 묘사하였다. 그럼에도 80년대 답게 언제 첫 키스를 하느니, 상대방 가슴이 풍선 같다느니 묘사하는 등의 순진무구한 애욕은 [청춘스케치]나 [닐리야의 일기] 공히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것이 박준형의 후속작 [펑크맨과 지현이]에 접어들어선, 자기복제와 어쩌자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었던 막가파 문체와 구성 부족으로 인한 흥미반감으로 이어졌다. 고등학교 입학 전에 이런 덕분에 하이틴 소설을 끊을 수 있었다. 어차피 내 개인의 시대는 90년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 80년대엔 이문세의 앨범도 있었고, 변진섭의 데뷔도 있었고, 롤러장을 출입하는 동년배들도 있었던 한편, 이런 도서들도 있었다. 이현세와 김형배의 이름 같이 내 유소년기를 채운 만화가들 역시 80년대의 이름이었다면, 나머지 조각들은 이런 책들이 남은 몸통을 완성하였다. 반질하지도 않고 어여쁘지도 않지만, 못난만큼 딱 80년대다운 표정을 한 채로. [1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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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2/04/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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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미디어에서 드디어 한글판 [디아블로3 : 케인의 기록]을 발간하였습니다. 근사한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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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의 분위기를 살린 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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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데커드 케인이 그의 조카 레아에게 보내는 서신 형식 및 기록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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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의 분위기를 위해 각 장은 뭔가 뜯겨나간 듯한 연출을 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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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악마 친구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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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자신들이 인정하는 디아블로 3부작의 엇나간 이야기 고리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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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당시의 디아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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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구성이 3편 세계관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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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엔 디아블로 세계관 지도가. 당연이 워크래프트 세계관과는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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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저는 덕이 아니빈다.



케인의 기록
국내도서>소설
저자 : 데커드 케인 (Deckard Cain),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 종수역
출판 : 제우미디어 201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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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2/03/09 09:33


[완벽하지 않아] 에이드리언 토미네 : 아시아계 미국인 청년들의 연애담...인데, 만나고 헤어지고 잠을 자고 남에게 눈길을 주는 과정이야 익숙하다. 그럼에도 범상찮게 보이는 것은 코스모폴리탄이라는 미명의 그늘 아래 컴플렉스와 자립의 긴장감이 그들 안에 흐르는 과정을 세세히 보여주는 탓이다. 연애 문제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이방인들의 땅에서 불안정하게 젊음을 지탱하는 20대의 삶에 관한 이야기. 

 
[하나씨의 간단요리 1] 쿠스미 마사유키 원저/미즈사와 에츠코 그림 : 식도락 만화지만 양쪽 성별 독자 모두에게 각기 다른 이유로 불편한 지점이 분명히 있다. 정보성 면에서도, 극화적인 면에서도 훌륭하다기 보다는 나른하고 태만한 일상에 대한 예찬에 가깝다. 그리고 사실상 극중 전반에 노골적으로 흐르는 성적 기류.

 
[러브 로마 1] 토요다 미노루 : 으앗 진작에 봤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봤다. 희희낙낙한 연애청춘물. 난 네가 정말 좋아!라는 말로도 모든게 다 되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모든 전교생들의 웃음과 격려 박수를 얻는 낙천성에 두 손 들었다. 주인공들 보다 어째 주변 인물들이 더 맘에 드는 작품. 잘 봤다. 5권 분량이니 마저 읽고 싶다.


[도로로 1~4] 테츠카 오사무 : 고 테츠카 오사무의 안타까운 대표작 중 하나. 초반은 훌륭하다. 요기가 책 전반을 감싸고, 의욕충만하고 슬픈 활극이 예상된다. [이누야샤] 같은 작품은 '기백도 없는 찔찔이 작품'으로 만드는 작가의 패기가 충만하다. 하지만 4권 구성으로 급하강. 미완의 걸작이 되었다. 뎃생은 정말 놀라울 정도. 살아있다. 자연도 인물들도.(여성 인물들은 제외... / 군중 장면은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에 대한 경도 또는 컴플렉스 같은 징후가 보인다.)


[괜찮아요 리락쿠마] 콘도우 아키 : 4컷 만화 자체의 재미보다는 그야말로 리락쿠마 화보니까.


[어제 뭐 먹었어? 5] 요시나가 후미 : 요시나가 후미의 능력은 한 에피소드 안에서 반 이상의 분량을 요리하는 장면에 할애해도 그 에피소드가 이야기가 되게끔 만드는 것에 있다. [오오쿠]도 놀랍지만, [어제 뭐 먹었어?]도 결코 만만하게 볼게 아니다 싶다.


[아즈망가 대왕 신장판 2학년] 아즈마 키요히코 : 새로 그린 분량은 1학년 권보단 아무래도 줄었다. 선후 관계가 잘못된 이야기지만 이제 치요의 눈매만 보면 역으로 요츠바가 떠올라서 큰일이다...


[보노 보노 26] 이가라시 미키오 : 보노보노가 과연 철학적인 만화인지 내겐 여전한 의문이 있다. 게다가 뭔가 피곤한 집요함이 있기도 한, 묘한 재밌는 만화 정도...


[바쿠만 16] 오바 츠구미 글/오바타 타케시 그림 : 다소 끝날 때는 확실히 짚지 못하고 억지로 새로운 적을 투입하는 소년 만화를 보는 듯한 우려가 든다.

완벽하지 않아 (양장)
국내도서>만화
저자 : 에이드리언 토미네(ADRIAN TOMINE) / 이용재역
출판 : 세미콜론 2011.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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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망가 대왕 신장판 2학년
국내도서>만화
저자 : 아즈마 키요히코(Kiyohiko Azuma)
출판 : 대원씨아이(만화/잡지) 201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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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만 BAKUMAN 16
국내도서>만화
저자 : 오바 츠구미(Tsugumi Ohba) / 오경화역
출판 : 대원씨아이(만화/잡지) 201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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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BONO BONO 26
국내도서>만화
저자 : 이가라시 미키오(MIKIO IGARASHI) / 정은역
출판 : 서울문화사(만화/잡지) 201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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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씨의 간단요리 1
국내도서>만화
저자 : 쿠스미 마사유키(Qusumi Masayuki)
출판 : 삼양출판사(만화) 201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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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로마 1
국내도서>만화
저자 : 토요다 미노루 / 김동욱역
출판 : 세미콜론 201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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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뭐 먹었어? 5
국내도서>만화
저자 : 요시나가 후미(Fumi Yoshinaga)
출판 : 삼양출판사(만화) 201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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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리락쿠마
국내도서>만화
저자 : 콘도우 아키 / 이수미역
출판 : 은행나무 201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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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2/02/1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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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세출의 해적 선장에 관한 - 지금으로선 - 가장 풍부한 기록. LSD의 청춘과 채식에 대한 집착으로 엉겨진 인생 중엽, 미니멀리즘에 대한 추구, 무엇보다 기벽과 사람들과의 충돌로 점철된 한 사람의 인생이다. 안타까운 - 그리고 자신과 타인에게 배려가 부족했던 - 암투병의 기록과 주변부 인물들에 대한 육성과 묘사가 지금까지 나온 잡스 저서 중 제일 충실하다. 끝까지 기묘한 거리감과 끊을 수 없는 관계망을 형성한 빌 게이츠 등 실리콘 밸리 주조연들 덕에 풍성한 평전이 되었다. 여러 의미로 일독을 권한다. 그의 장단점을 입체적으로 다루려던 저자는 그럼에도 권 말미의 여운에 들어서는 거리감 보다는 매혹과 애상을 선택한 듯 하다.


스티브잡스
카테고리 시/에세이 > 인물/자전적에세이
지은이 월터 아이작슨 (민음사,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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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1/10/31 10:52



김어준이 [색다른 상담소]를 통해 자주 말하던 무학(無學)의 통찰을 한국 정치현실에 적용하였다. 안타까운 것이 추임새 역할 이상은 하지 못하는 이 책 안에서의 지승호의 위치. 지승호의 상상을 초월한 정력적인 활동력에 지지를 보내는 내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


확실히 김어준'만의' 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나는 꼼수다]를 출퇴근 시간에 들은 나로서는 정리가 잘 안되던 BBK 이야기는 텍스트 덕에 잘 정돈되었다. 그 점에 대해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는 꼼수다] 시작 전후의 채록이라 그가 새로운 매체에 대해 보내는 기대감과 '섣부른'듯한 자신감도 눈에 띈다.


혈압이 높은 진보 진영 지지자들은 뒷목을 잡을 대목이 간간히 있다. 책 곳곳에 박혀 있는 '통합'에 대한 촉구는 그들의 심기를 거스를 공산이 크다. 조국 교수의 책을 열다 지겨워서 시작된 이 저술은 문재인에 대한 '감상적'인 지지로 마무리된다. 물론 설득력은 부족하다. 그는 모든 상황에 있어 쪽집게 도사마냥 자처하고 있지만서도.


닥치고 정치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김어준
출판 : 푸른숲 201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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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1/10/27 10:54

+ 한겨레 웹진 HOOK에 게재 : http://hook.hani.co.kr/archives/34811


혐한의 시대이자 혐중의 시대이자 혐일의 시대이다. K-Pop이라고 불리는 (근심스러운 거품)기류에 대해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 일본 우익단체의 목소리가 있고, 넷 공간엔 교류 대신 소통불능의 언쟁이 오간다. 중국은 불법복제 시장과 지적재산권을 도용한 전자기기 덕에 단골 비웃음거리가 되고, 한중 네티즌들은 일본을 향해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매번 촉구한다. 일본은 반대로 양국의 집요함(?)에 허를 내두르며 진저리를 친다. 이렇듯 넷 공간엔 또다른 형태로 국가간의 첨예한 대립각이 선명히 날서있다. 메뚜기떼처럼 우르르 몰려가 상대의 (넷)진영을 아수라장으로 놓는 폭력적 유희도 연례행사처럼 존재한다.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생각할때마다 문득 다시금 펼쳐드는 책이 있다. 보궐 선거 정국에 묘한 심난함을 안고 펼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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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인터넷 세대가 서로 미워하는 진짜 이유](다카하라 모토야키 지음 / 정호석 옮김). 참으로 매혹적인 제목이다. 내가 떠올린 의문을 단숨에 풀어줄 답변이라도 품은 듯한 제목이다. 원서의 제목은 그렇지 않으며, 사실상 부제인 ‘불안형 내셔널리즘의 시대, 한중일 젊은이들의 갈등 읽기’라는 문장이 이 책에 대한 더 그럴싸한 해설이다. 1976년생 젊은 저자는 한중일 이 3국의 동시성(同時性)에 주목하며, 성장지향적인 경제정책으로 아시아의 중심 국가가 된 각국의 이면 특히, 젊은이들의 사정에 초점을 맞춘다. 각국의 개별적인 환경에 처한 젊은이들의 현실적 곤란함과 첨예한 대립각이 서있는 넷 공간의 내셔널리즘간의 연관에 하나의 답변을 마련코자 한 것이다.

저자 다카하라 모토야키의 설명에 의하면 일본의 경제성장은 3단계에 의해 이뤄졌다. 책에선 단카이 세대(베이비붐 세세대)에 의해 급소독의 경제성장을 일궈낸 ‘총중간층화’ / 종신고용과 ‘회사주의’의 일단을 확립한 ‘탈공업화’ / 종신고용의 신화가 붕괴된 작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사회유동화’의 3단계로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주의’의 완강한 규칙와 위치를 간신히 견지하려는 단카이 세대 이후의 젊은이들은 회사가 인생을 책임진다는 세대론에 소외됨은 물론, 사회 말단에 몰리게 된다. 이들이 흔히 ‘프리터(freeter)족’이나 ‘니트(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으로 불리며 일본 자국내의 문제로 떠오르게 된다. 저자는 이 지점에 주목한다. 자국내의 (해결되지 않은)세대 갈등 대신 이 자리에 내셔널리즘,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불안형 내셔널리즘’이 발현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내셔널리즘은 역사 의식의 견지가 아닌 네편내편을 가르는 게임의 법칙에 의한 ‘유희’로서의 내셔널리즘이라는 것이다.

자국 사정을 두 챕터에 나눠 설명하던 저자는 한국과 중국의 사정을 한 챕터씩 할애하며 설명한다. 물론 자국의 사정에 비해 덜 밝은지라 연구의 한계점은 명확해 보이지만, 비교적 혜안을 가지고 국가별로 그들의 근현대사를 분석한다. 저자에 의하면 한국의 내셔널리즘은 3가지 층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반일 감정의 뿌리가 일본을 향하고 있다기 보다는, 개발독재 과정의 기득권(또는 친일파의 후예)를 향한 계층 / 가벼운 유희로서의 반일 ‘유희’를 즐기는 계층 / 민주화 운동 세력에 대한 안티테제로서의 반공주의 또는 국가주의에 경도된 계층으로 분류된다는 분석이다. 저자 역시 3번째 계층에 대한 분석의 난감을 토로하고 있으며, 그 고민은 비단 저자가 아닌 우리 자신들의 고민이기도 할 것이다. 한편 중국에 대한 분석 역시 고도성장 과정에서 배금주의의 법칙에 쉽게 손을 들면서도, 한켠엔 수없이 소외될 수 밖에 없었던 젊은층의 고민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저자의 근심은 이렇다. 전지구적인 움직임이었던 신자유주의의 바람과 그로 인해 야기된 개인의 불안과 해결의 소통로가 되지 못한 기성 정치 구조. 그로 인해 상대국을 향한 배타적 언사만 늘여놓을 수 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문제… 이 합당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책은 아쉬운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내셔널리즘간은 단순히 유희로 인해 추동되고 그로 인한 부작용만 있는 것일까. 그 안에는 분명히 내셔널리즘의 한계를 넘은 상대국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묻는 진지한 목소리와 성찰도 의당 있지 않는걸까. 이 책은 그것에 답하지 않는다. 또한 개별 국가 내의 소통과 내부적인 시스템 개선만이 젊은층이 안고 있는 불안형 내셔널리즘에 대한 개선책일까. 이 책이 펼쳐놓은 스케일에 비하면, 이건 다소 소극적인 답변 같아보이기도 하다. 요컨대 ‘첫 시도’이자 ‘첫 물음’이라는 점에서 이 저서의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후 보다 명료하고 집요한 접근들이 ‘넷 전쟁’을 서슴치 않는 3국 젊은이들의 갈등을 보다 가까이 해부할 수 있을 듯 하다.

일본 저자의 책을 덮으면 다시금 떠올리는 것은 이 땅의 젊은이라고 불리는 우리들(무리한 합류인가?)의 문제이다. 대학이라는 질서에 합류하기 위해 유소년기부터 희생을 감내하고, 기다리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학비와 대출상환의 짐. 졸업 후에 기다리는 취업 불황의 기나긴 통로와 잔혹한 시행착오들. 그런 그들에게 정치적 무책임이라고 내몰아세우는 세간의 잔인한 입담들. 20대 개새끼론이라는 폭언(투표하지 않고 정치에 무관심한 너희들은 욕을 먹어도 싸다!라는 언사들), 그리고 완강한 세상사에 합류하고픈 욕구가 만들어낸 우경화의 함정. 유희 대신 주어지는 것은 강제된 유희인 폭주와 회사 조직의 업무 강도 등. 무엇보다 내셔널리즘 이전에 같은 세대간에 야기되는 계급 갈등과 넷의 폭력들은 지금 우리 시대의 근심이다. 외부 이전에 내부를 다시 근심할 수 밖에 없는 시기다. 결국엔 불안형 내셔널리즘의 발현 자체가 이 사회의 건강함에 대한 이상조짐인 탓이리라. 보궐 선거 정국 전후에도 이 우울의 자국이 지워지지 않은 탓이 크다. [111026]

한중일 인터넷 세대가 서로 미워하는 진짜 이유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다키하라 모토아키 / 정호석역
출판 : 삼인 2007.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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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1/08/24 18:49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듀나(이영수)
출판 : 자음과모음(구.이룸) 201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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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답답하고 상황 파악 못하는 남자 어른들의 육체는 가볍게 도륙되고, 생명은 개량되고 세계는 리셋된다. 여기에 표제작 속에서 한반도의 정세가 '낯설게' 속살을 드러내면서 작품의 현실에 겹친다. 묘한 통렬함과 아니라고 발뺌하는 듯한 무심함이 동시에 꼬인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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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1/08/08 15:19



귀농은 낭만화가 되었고, 슬로우 라이프는 미덕이 되었다. 자본주의 풍경 안에서 일정 수준의 소득과 학식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면 실천하기 어려운 유행 양식이 된 것이다. 버거운 공존이다. 그래서 귀농을 말하는 이들의 진의를 의심하다기보다 자세히 쳐다볼 생각 자체를 않고 있다.


[리틀 포레스트]의 농경은 귀농을 위한 낭만화 공간이 아닌, 원래 그들이 있어왔고 딱히 특별히 그곳을 떠날 생각이 없는 귀착민들의 공간이다. 그들은 한끼 식사도 주전부리도 땅과 바람과 물로써 모두 수확하고 또 씨를 뿌리고 다음 해를 도모한다. 그들의 말마따나 차가운 겨울 바람조차도 일종의 조미료인 셈이다. 거칠게나마 정리된 레시피가 있지만, 요리만화라기 보다는 생활만화로 보인다.


이야기에 설득을 주기 위해 [리틀 포레스트]의 무대인 코모리에 부착하며 살 것인가, 떠나서 다른 곳에서의 삶을 도모할까 갈등하는 20대 여성의 심경이 그려져 있다. 결코 서두르지도 않지만, 짐짓 적절한 시기를 놓칠까봐 때론 여유있게 반찬을 다듬고 때론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겨울 입김을 흘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해수의 아이]로 경악스러운 뎃생력을 자랑했던 작가의 이력답게 성실하고 자유로운 펜터치가 책 전반을 수놓는다.

리틀포레스트(세트/전2권)LittleForest
카테고리 미분류
지은이 이가라시 다이스케 (세미콜론펴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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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1/07/21 10:27

[트랜스포머 무비 아트워크북]은 2편 폴론의 역습 당시 출간되었던 화보집이었습니다. 현재는 온라인 서점 등에서 50%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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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미리내님의 은혜에 힘입어 책을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ㅁ;) 너무나도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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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전반적으로 아주 간략한 설정 설명과 양 진영 대표 사이버트론 아해들을 다루고 있...으나, 조금 문제가 되는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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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캐릭터들은 나름 페이지를 할애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옵티머스, 범블비, 메가트론 등은 로봇 모드와 변신 모드 합해 6페이지 정도 설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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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어투는 저연령대를 염두해둔 문체입니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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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균형의 문제인데 재즈도 나름 6페이지 짜리 캐릭터인데 스타스크림은 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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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본크러셔, 브라울, 졸트 등의 이름도 제대로 각인 못 시킨 녀석들은 등장도 못하고... 블랙아웃 같은 녀석은 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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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비해 2편 캐릭터들에 대한 대접이 박합니다. 로봇 모드만 설명, 변신 모드는 설명도 없지요. 불쌍한 제트파이어. 아마도 2페이지 캐릭터입니다. 사진은 관계없는 범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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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몇몇 컷씬도 삽입.


인간 캐릭터 설명도 잠시.(1편 한정) / 이러한 저연령 눈높이 서적임을 감안하시고... / 그래도 저는 득템이라 좋'')>

트랜스포머 무비 아트워크북 (양장)
국내도서>만화
저자 : 사이먼 폴맨
출판 : 서울비주얼웍스 200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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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1/06/29 10:23
+ 한겨레 웹진 HOOK 게재 : http://hook.hani.co.kr/archives/29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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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 만화계에도 슬슬 괄목할만한 작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요리만화나 맛집만화는 장르 세분화가 확실한 일본 만화계의 주효한 장기 중 하나였다. 최근 [고독한 미식가](구스미 마사유키 원저/다니구치 지로 그림)을 인상깊게 읽었다. 요리만화나 맛집만화는 음식을 빌어 인생의 교훈을 이야기하거나, 유랑과 체험 자체를 레벨업의 개념으로 삼아 성장만화와 접점을 이루기도 한다. 때론 요식업계 산업 전체에 대한 피력 같은 사회적 역할도 수행하는 면도 있다. 그런데 [고독한 미식가]는 다소 사변적이고 이채로운 면이 있었다. 일단 [고독한 미식가]는 지향하는 목표치도, 점층적으로 쌓이는 이야기의 구조도 흐릿하다. 에피소드별로 잘게 썰어진 이 작품의 이야기들은 서로 이어지지 않고, 그저 ‘식당에 들려 먹는다’는 행위에 정성을 쌓는다. 심지어 어떤 에피소드는 다음 주문을 하는 장면에서 탁 끊어지고(그리고 다음 에피소드에 이 행위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어떤 에피소드는 ‘맛에 대한 찬미’를 굳이 늘어놓지도 않는다.(한 여름의 야구장에서 먹은 테이크아웃 카레가 너무 매운 나머지 더웠다는 불평만 늘어놓는다)

    정점을 이루는 것은 후반부에 실린 에피소드들인데, 어느 날은 주인공이 근무 중 철야 작업 중에 야식을 먹는다. 편의점에서만 구매한 음식이 10가지가 넘어 결국 모두 먹어치우기 곤란해 하며 이윽고 에피소드가 조용히 마무리된다. 마지막 보너스 에피소드가 별다른 이야기없이 입원한 병원의 음식에 대한 탐식이니 말 다했다. 영업 사원이라는 이점(?) 덕에 주변 지역을 돌며 후회없는 한끼를 위해 식당을 고민하는 주인공. 대체로 그는 음식을 탐닉하고, 주변의 낯선 환경과 사람에 대해 ‘내가 이 사람들과 섞일 일은 없겠지.’라며 되뇌인다.  두어번 정독을 하면 그때서야 깨우친다. 그가 에피소드별로 벌이는 탐식의 기원이 ‘고독’이었음을. 파편화된 개별 에피소드에서 드러나는 주인공의 나른하고 피곤한 표정이 언제 어디서든 우물거릴 메뉴들을 원했음을 그제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권말에 실린 작가 대담 부분에 이런 고독한 주인공의 모습이 옛 무사를 연상케한다는 대목도 있지만, 빌딩숲과 중화학 단지가 들어서는 현대에서는 무사의 낭만이 현대인의 울적한 고독으로 대체되고 만다.

    [고독한 미식가]를 보며 우리 주변의 맛집을 떠올려 보았다. 소셜 커머스의 반값 할인 행사와 방송 3사 소개 액자, 유력 일간지 또는 소위 파워블로거 언급 프린트물과 연예인 싸인으로로 벽지가 더덕더덕 도배가 된 서대문구와 종로구와 서초구와 강동구와 일산과… 이 숱한 곳들의 맛집들을. 이곳엔 고독의 미식가가 들어설 곳은 거의 없어 보인다. 소문난 맛집들은 문정성시이며, 비집고 들어간 자리엔 주문을 재촉하는 아르바이트생들, 인증이라는 임무를 수행하기에 여념이 없는 디지털카메라족들의 찰칵대는 셔터음, 맛집에 깃발을 꽂았다는 안도감을 나누는 동지들과 한입두입 나누다보면 어느새 훌쩍 시간이 간다. [고독한 미식가]라는 만화가 나올 수 있는 배경 자체가 1인 손님에 대해 낯설지 않(아 한다)는 그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 그가 발딛을 안락한 맛집은 내 머리속에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첨언하자면 1인 손님에 대해서도 관대한 그 사회 분위기를 칭송하고, 우리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라는 나발 부는 소릴 하자고 적은 글은 아니다.)

    조금 생각을 보태자면 우리에게 맛집이라는 곳은 ‘고독’을 위로해주는 곳이라기보단, – 술이라도 마신다면 조용한 사케집 하나 찜해 놓겠지만 - 한국식 교류에 있어 ‘힘을 실어주는 촉진’의 공간 같다는 생각이다. 왁자지껄함과 그에 어울리는 맛집 소개 TV프로그램의 징그럽게 잡아주는 우적우적거리는 입매들. 주방의 달인들이 가열찬 속도로 양파와 감자를 썰고, 맨손으로 파전을 뒤집는 장관이 미디어를 통해 전파된다. 그렇다. 한국에서 대개의 맛집들은 미디어를 통해 부각되고 목록화된다. 허영만의 종료 연재만화 [식객]이 테마별로 다시 편집되어 출간되고, 방송 3사는 앞다투어 전국을 헤집고 여기가 손맛이네 저기가 손맛이네를 보도한다. 하루의 피곤을 씻어내기 위해 몇몇 직장인들은 약속을 잡고 소셜 커머스에서 결제한 51% 할인 쿠폰을 출력해 약속 장소로 뛰쳐나간다. 맛집이 아닌 곳이 없고, 제각각 정갈한 접시 위에 뽀얗게 담긴 후 하얀 김을 내며 손님의 입속으로 타고 넘어간다. 먹는 행위의 가치가 이토록 부각된 때는 없었던 듯 싶다.

    먹는 행위의 가치가 이처럼 부각된 때는 없었으나, 그만큼의 대중화 덕에 훼손된 가치도 많은 듯 하다. 미디어의 힘을 등에 입은 것인지, 포털에서 나눠준 온라인 뱃지가 그토록 훈장인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소위 파워 블로거라는 일군의 집단들이 ‘소개’를 권력으로 삼아 맛집에 횡포를 부린다는 흉흉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일부 목소리 큰 블로거들이 생활인들의 일부 소비 행위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사실인 듯 하다.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의 시간표 상당 부분에 ‘웹서핑’을 할당한 생활인들에게 블로거들이 가진 영향력은 정보성 면에선 긍정적이라고 하겠다. 다만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는 근래의 험상궂은 이야기들은 이런 영향력의 어두운 면을 짐작케 한다. 감시와 서비스 개선이라는 대표 소비자로서의 역할 모델을 자처하는 블로거들이 언론의 역할까지 자임한 탓에 소비자 본연의 자아를 상실한 것일까. 파워 블로거 = ‘DSRL을 들고 있는 무전취식 집단’이라는 비아냥은 스스로 자처한게 아닌가하는 재고가 필요한 시점 같다.

    맛집의 가치를 스스로 생성하기 보다는 조장한 상당수 맛집들 역시 비난은 피하기 힘든 듯 하다. 최근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김재환 감독)는 몰래 카메라 형식을 통해 하나의 식당이 협찬이라는 미명으로 미디어에 의해 맛집으로 탄생하는 과정 자체를 폭로한다. 맛있다고 호들갑을 떠는 손님은 가짜이며, 브로커의 도움으로 1천만원의 뒷돈이 오가는 거래 덕에 다큐 속 식당 ‘테이스트’는 방송에 맛집으로 송출되는 과정을 밟으며… 이 신랄한 다큐멘터리는 우리가 우리 일상과 사회망 안에서 흔히들 맛집이라고 부르는 장소를 빌어 언론과 윤리의 문제를 되묻고 있다. 단순히 미식 소비자들이 미디어에 의해 농락 당했다는 가벼운 ‘한끼’의 억울함를 넘어, 한진중공업에 대한 호도된 정보만을 송출하는 기성 언론들이라는 현실까지 상기한다면 진실이라는 화두는 묵직한 허기를 안겨준다. 여전히 미디어는 깔끔한 맛집, 뒷밭 유기농 재료를 썼다는 맛집, 현지 조리사를 초빙하였다는 주방의 맛집들을 끊임없이 소개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진실보다는 야합의 논리가 완강하게 반죽된 세태론의 모습에 가까워진 것이다.

    그리하여 당신의 한끼는 덕분에 흡족하였는가? [고독한 미식가]를 읽으며 느낀 허기가 의문형 부호의 가지로 뻗은 오후였다. [110628]


고독한 미식가
국내도서>만화
저자 : 다니구치 지로,구스미 마사유키 / 박정임역
출판 : 이숲 201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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