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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그와 SBS 라디오 PD 최다은,배우 임수정과 진행하는 팟캐스트 의 애청자다. 미문으로 정평이 난 사람이라 믿고 읽는 저자이기도 한데, 에어팟으로 팟캐스트를 들을 때 그가 멘트와 해설을 전달할 때 가장 의중과 전달에 부합하는 단어를 선택할 때 마른침을 넘기는 순간이 자주 귀에 포착되곤 했다. 그만큼 신중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여전했었다. 책(및 그간의 연재 코너의 글) 역시 그런 화법이 여실히 살아있는 산물이었다. 여성들의 발언과 메시지가 오롯이 전달되어야 할 시기에 걸맞는 매체 작품의 목록([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레이디 버드] 등), 그 역시 근래의 OTT 중심의 대중적 성공작의 라인업에 대한 관심을 노출하는 부분([캡틴 마블], [블랙 ..
머리에 핑크빛으로 묘사된 소시지 모양의 남근 모자를 쓰거나 썰린 베이글로 남근 모형을 전시하는 멀티 아티스트 이반지하. 황송하게도 그의 라이브 무대를 볼 기회도 있었다. 헤테로들이 수북한 일반 사회 속 LGBT 구성원으로서의 숨 가쁜 자립을 자조적인 유머로 묘사한 가사와 음악이 퍼포먼스의 형태로 플레이되는데, 그것은 누드 코스츔(?)과 심플한 전자음악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다. 이반지하의 이런 노선은 이런 음악적인 형식뿐만 아니라 그동안 팟캐스트 의 게스트 출연, 속 '월간 이반지하' 시리즈 진행 등 뉴미디어의 형식으로도 확장되었다. 이번엔 책이다-.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함유한 그의 이번 에세이는 기대만큼 재밌었다. 그 재미만큼의 솔직함과 토로 역시 한번 감당해 보시길 추천한다. 산업과 예술의 틈바..
입원과 퇴원 과정에서 적지 않은 도서들을 처분했는데, 그 목록 중 한 가지가 책세상문고 시리즈였다. 문고본 도서가 그러하듯 상대적으로 덜한 분량과 무게, 인문학과 역사 등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테마를 다룬 방향성이 좋았다. 박정희라는 이름이 남긴 독재의 잔영, 생명공학과 페미니즘으로 대변되는 현재의 논쟁적 이슈 등 세밀하지는 않되 나름 간명하게 독서 욕구를 채워줬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 시립도서관에서 대여한 본저도 이런 관심사의 연장선에서 자연스레 읽을 수 있었다. 과거의 청산, 향후를 위한 비판적 입장의 견지 등은 비단 1,2차 세계 대전의 당사자였던 독일만의 과제가 아니라 제국주의의 영향권 언저리에서 역시나 현대사의 후유증을 직간접적으로 치르고 있는 우리에게도 남의 과제만은 아니라고 보인다. '한국환상..
사적인 의미가 있다면, 퇴원 후 처음으로 시립도서관에서 대여한 첫 도서라는 점. 듀나의 책은 소설이든 영화 에세이 쪽이든 곧잘 읽었으니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제목에 대한 첫인상은 좀 별나다 싶었는데, 출판사(구픽)에서 발간하는 일련의 시리즈의 일환이니 그렇구나 했다. 콤팩트한 분량과 읽기 부담스럽지 않은 소재 덕에 이번에도 잘 읽었다. 제목에 관련하여할리우드 역사를 통해 인종과 성별을 넘어 이름을 새긴 존재들에 대 한 언급은 물론 경계를 넘어 지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근에도 여러 화두를 남긴 마틴 스코세이지가 말한 '시네마'의 범주, 우리가 그간 드물게 인식했던 인도나 아프리카 영화계 등의 존재, 지금은 방법만 찾는다면 유튜브 등을 통해 접할 수 있을 커먼즈 라이선스의 고전이나 러시아의 작품들을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5937434&start=slayer 모럴컴뱃 미국에서 오랜 기간 게임 유해성 논란의 최전선에 섰던 두 심리학자가 우리의 흔한 우려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과 정직한 답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게임의 유해성 논란을 새로운 미디어에 대해 www.aladin.co.kr 제목은 게임계에 밝은 이들이라면 짐작하겠지만, 미국 게임 제작사 미드웨이의 명성 높은 격투 타이틀 [모탈컴뱃]에서 따온 것이다. 이 게임의 주된 논조에 언급되는, 게임이라는 매체가 품은 폭력성이라는 요소가 실제로 유소년 맟 청년 향유층에게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냐는 오래된 분쟁 덕이다. [모탈컴뱃]과 [GTA] 시리즈는 일찍이 영미권 학부모들의 공..
[듄]은 지난해 여름의 목록 중 각별한 의미를 가진 작품이었다. 청취하는 팟캐스트가 프랭크 허버트의 이 원작을 아이작 아시모프가 집필한 작품으로 잘못 소개한 덕에, 단지 도보 산책 중 내 머릿속을 'J.K. 롤린이 [반지의 제왕] 집필했다는 소리 한다..."라는 조소로 채우게 함과 동시에 당시 드니 빌뇌브의 실사판 1편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은 여자 친구에게 작년 12월 생일 선물로 받은 목록 중 하나였고, 나는 퇴원 후 처음으로 네이버 페이로 [듄] 1편을 구매해 시청할 수 있었다. 이렇게 스파이스가 깔린 장대한 사막 행성의 이야기가 늦게나마 내게 몰려 들어왔다. 프랭크 허버트 (지은이),라울 앨런, 파트리샤 마르틴 (그림), 진서희 (옮긴이), 브라이언 허버트, 케빈 J. 앤더슨 (각색..
노랗게 익은 늙은 호박에 원래 저렴하지만 마트에서 행사로 판매한 흔한 오이, 은근히 가격도 적합하고 상태가 양호한 것을 만나기에 운이 따르는 아보카도, 최적의 반숙을 만드는데 나름 심혈을 기울였던 달걀, 여기에 곁들이는 주방에서 간략하게 만든 요거트와 살짝 얹는 치즈. 경기도 텃밭에서 직접 키우고 따온 큼직한 고구마.(얘가 정말 맛이 근사하다. 분명 기대 이상의 작물. 오븐에 넣고 해먹으면 거리 군고구마 보다 훌륭하다!) 이 모든 것을 한데 먹으면 제법 실한 식사가 된다. 이걸 태만하게 방치하지 않고 바로 설거지하면 제일 좋은 하루의 마무리다. 만약 여건과 기분이 허락한다면 로컬 막걸리나 3캔에 1만원 행사를 하는 편의점 맥주를 안주 없이 깔끔히 마시면 더욱 좋다. 이렇게 간략히 언급한 내용은 나름 경험..
의도한 건 아닌데, 김혼비 저자의 책을 따라가는 이력이 되었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시작으로 술 한잔 입에 못 대는 몸을 가지고도 [아무튼 술]로 이어진 독서는 병원 신세 중 읽은 [전국축제자랑](그의 인생 파트너 박태하와의 공저) 으로 매듭을 짓는가 했더니 한 해의 마무리엔 이렇게 [다정다감]으로 독서 인연이 장식하게 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자체가 [... 여자 추구]로부터 시작한 인연의 따스한 온기를 간직하고, 그런 고마움으로 주변과 세상에 답변하는 셈의 결실이라 하겠다. 다 읽고 가면 야속한 내 속은 어찌나 책이 언급한 '진짜 미친 사리곰탕면'이 댕기던지. 사골 넣은 사리곰탕면이 마음이든 몸이든 그가 시들했던 시절 안팎으로 채워주던 약 같은 영험을 발휘한 일상의 보물이었던 모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