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8.12.03 10:58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링크) / 별점 제도는 이상한 제도죠.


누모리 「작별인사」

서사로 보자면 김목경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1990)의 사연을 국악을 베이스로 한 크로스오버 장르로 이식한 듯하다. 일견 들으면 장쾌한 것은 물론이며 흥마저 엿보인다. 어르신들은 장례를 떠나보낸 이들을 위한 축제라고 했다지만, 이것은 무엇인가 재청을 하면 가사에 채 담지 못할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인생을 정준석의 록 기타는 울분을 토하듯 쏟아붓는다. 이야기를 조목조목 짚던 이안나의 피아노는 곡 후반부 오르간으로 옮겨 찌르르 울컥하고, 문상준의 타악기가 헤아릴 수 없는 타인의 비극을 장대하게 움직인다. 이렇게 하나의 삶이 닫히고 짚기 힘든 삶의 원리가 축제의 외연을 가진다. ★★★☆


항가울로 「있어. 너는」

인상적인 울렁거림이 있는 가사는 실은 잘 안 들리고, 리버브로 넘실거리는 기타는 찌릿찌릿한 파열음을 발산한다. 공간감을 강조한 녹음은 불편함을 주거나 청자를 밖으로 밀어 내보지 않으며, 고독의 방으로 초청한다. 철철 내려치는 드럼, 일렁이며 교란 상태의 메시지를 내뱉는 보컬이 듣는 시간을 오래도록 붙잡으며 매혹하다 후반부 명징하게 들리는 멜로딕한 기타는 이제 방의 퇴장을 종용한다. 아쉬운 시간 6분여, 다음 곡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허락하며 중단 버튼을 터치하지 않는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11.2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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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핀 「누구인가」

제주도가 낳은 음악임에도 목소리의 주인공인 이소영과 이기용이 가진 마른 기운은 달라지지 않았고, 이런 스산함은 도시 속의 사람들의 뇌와 움직임을 황량하게 내다보던 그 허클베리핀의 음악 자체다. 이명박 정권 시절 제주행을 결심하고, 박근혜 정권을 지나 문재인 정권 시절부터 음악인들을 만나며 인터뷰를 청하며 이들의 생각을 짚어오던 이기용의 모색이 무엇을 낳을까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고독함은 여전하고, 밤하늘을 짚는 듯한 일렉 기타의 영롱한 리프는 내가 주제넘게 헤아릴 수 없는 막막한 속내 주변을 맴돈다. 새로운 경지가 아닌 어떤 한결같은 자리매김이 이상한 안도와 감상의 작은 한숨을 낳는다. ★★★




묘한나나 「Death Men」

새삼 작금의 포크 씬이 단순히 통기타의 울림과 올곧은 보컬 하나로 차분한 감상과 함께 귀로 전달되는 장르가 아님은 명확한 사실일 것이다. (원래 포크의 역사가 가진 수용과 변덕의 역사도 그랬고) 때론 트립합을 연상케 할 만치 기계 육체의 숲속을 한참을 헤매게 하는 경험도 주고, 때론 포스트록의 아득한 광야를 상상하게 할 만치 포크는 제 작은 목소리로도 묵직한 생명체로 성장해 왔다. 제목을 보고 Jim Jarmusch의 《Dead Man》(1995)이 언뜻 떠올랐다. 실제로도 영화의 흑백 화면이 주는 한없는 적적함이 건반의 주력이 추가된 곡의 앙상한 연출과 여기에 귀의를 보태는 그의 백보컬과 후반의 효과음 등과 만나니 제법 서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이 주는 인상적인 면모와 대비되게, 음반 안의 후반부에선 좀체 이만큼의 성취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도드라지게 아쉬웠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11.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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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얼굴들 「그건 니 생각이고」 

 2개의 간략한 건반 악기 편성으로 들려주는 마지막 음반 속 싱글 커트곡이 주는 소회는 적지 않은 이들에게 남다르게 들릴 것이다. 어떤 이에겐 엠넷의 《덕후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편에서 뉴웨이브의 전설, David Byrne(Talking Heads)을 만나기 위해 간 팬보이 청년 장기하의 짧은 여정이 상기될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겐 곡 속에 삽입된 서태지와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92)를 듣고 장기하와얼굴들의 오마주가 짚었던 영토가 이제 70년대, 80년대를 건너 90년대에 당도했다는 실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다음을 향해... 아 이제 끝났지’라는 슬픈 감상을 추가할지도 모르겠는데, 글쎄요. 음악인 장기하의 여정이 끝났다고 단언하기엔 우린 너무 오만한 판단을 하는 것일 테고, 그저 그는 여기서 한 대목을 정리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뾰뾰뿅 사운드 안에서 차분히 관계와 세상살이의 조각을 짚었던 이 곡 다음 챕터의 걸음걸이를 누가 감히 전망하겠는가. 그저 달력만 넘어간다. 뾰뾰뿅. ★★★☆



술탄오브더디스코 「통배권 (feat. 뱃사공)」

신보를 이해하기 위해선 1집 이후 나온 싱글들보단 다큐 《수퍼 디스코》(2018)의 관람이 훨씬 도움이 될 듯하다. 재능있는 밴드 프론트맨의 번아웃과 이를 지켜볼 수밖에(그리고 지켜보기엔 억장이 무너지는) 없는 레이블 대표와의 피하기 힘든 갈등을 보여주는 이 작품의 대목들은 내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서사보다 나아 보였다. 진통 이후 나온 술탄의 음악들은 기계적인 이분법으로 분류하자면 ‘여전함‘과 모색에 의한 분화 또는 심화인데, 이 곡은 첫 감상대로 ‘여전함‘ 쪽으로 들린다. 그 ‘여전함‘은 당연히 태만이 아니라 나잠수의 송메이킹과 홍기의 착착 맞는 기타 등으로 ‘제대로’의 맛을 구현한 완료로 대변된다. 왜 뮤직비디오 속 애니메이션은 만화 《쿵후보이 친미》의 통배권 모션을 구현하지 못했느냐, 왜 밴드 안의 힙합 전사 김간지를 놔두고 굳이 라짓군주의 뱃사공을 초청했냐 하는 문제는 그저 장난으로 걸어보는 심술에 불과하다. 뱃사공은 컨셉을 잘 이해한 가사를 가져왔고, 연주를 비롯한 안무와 컨셉은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밴드의 모습을 잘 지키고 있다. ★★★☆



애리 「없어지는 길」

큰 무대보단 작은 무대가 많은 씬의 특성상 애리는 이 곡을 밴드 편성이 아닌 홀로 기타를 들고나온 무대에서 부를 때가 많다. 덕분에 라이브에서의 이 노래에선 마무리 대목에서 그 적막함이 쓸쓸하게 닿는 기분이 강했다. 스튜디오 밴드 편성으로 듣는 이 노래에선 적막함은 물론이며, 때론 베이스로 인한 절박한 발걸음 같은 박자를 때론 기타로 인한 파장을 때론 드럼으로 인한 역동을 무엇보다 애리의 보컬이 몇 겹을 만들면서 환상성을 배가시킨다. 더욱 치열하게 접근하는 화자의 정서와 사이키델릭한 도취의 기운이 휘감는 후반부는 홀로 선 라이브 무대보다 추가된 런닝 타임을 요구하고, 그만큼 청자의 폐를 쿡 누른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10.1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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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주파 「틈」

한때 한국대중음악상 록 분과의 티아라를 획득한 몇몇 이름이었지만, 보컬과 가사 없이 불쑥불쑥 나오는 베이스의 줄기와 타악기의 박동은 메마른 땅 위에 새롭게 그들만의 이름을 새기려는 힘같이 들린다. 그 위에 유려하고 섬세하게 쌓이는 양금만의 선율은 과거를 다시금 회고하기에도 새삼스럽고 새롭게 들린다. 특히나 양금의 사운드는 그 세밀하고 맑은 음색이 이들의 첫인상을 ‘아 이번에도 에스닉하면서도 우리 것 또는 범 동양적인 시도를 하는 팀인가?’ 하는 것을 넘어 그 색감이 서구의 것처럼 들리기도 해 단단한 생각을 교정하게끔 했다. 다만 아직까진 고전 악기와 현대 악기를 배합한 여러 크로스오버 장르의 시도 안에서 동양고주파만의 짙은 인상을 남기는 순간을 확인하기엔 좀 이른 시기인가 싶기도 하다. 시도를 넘어선 발견의 순간이 언젠가 허락되길. ★★1/2


카코포니 「로제타」

일단 플럭서스가 영입한 간만의 새로운 이름이라는 점만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카코포니. 그 내용물이 열어보니 ‘시궁창’이라는 가사와 근친을 먼저 보낸 창작자 자신의 형언하기 힘든 슬픔 등이 여기저기 음울하게 배어있다. 병석 위 회색 낯빛의 근친을 화장터로 보낸 휘청대는 시간대를 보낸 글쓴이로서 이는 공감의 영역이기도 하다. 여기에 창백한 전자 사운드 위에 청명하게 들리는 건반음의 배치는 그 자체로 ‘불협화음’을 의도하면서도 굉장히 온전하게 들리는 음악으로써의 성취를 동시에 들려준다. 여기에 후반으로 갈수록 드러내는 보컬의 역량과 떠난 이를 위한 구원을 희망하는 예우 등은 곡 전반의 음울함과 조우해 성스러움을 연출한다. 실은 이 쓸쓸한 의식에의 초대를 창작자의 의도에 맞게 확인하기 위해선 그와 친구들이 만들었다는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까지 감상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10.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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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미러오브트레지디 「I am the Load OV Shadows」

보컬 M.Pneuma에 의하면 밴드명과 이 컨셉 음반의 마지막 곡에 연관된 구상은 태초부터 존재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바라본 검은 거울 안의 세계관은 어둡고 비극적인 전망으로 가득했고, 이제 노래 속 개별자들은 이 전망이 던져준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 심연인 그림자의 군주로부터 지배당하고 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이렇게 20여 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의 싸움이 벌어진다. 실제 성가대의 성스럽고 벅찬 기운의 목소리가 아닌 것은 아쉽지만 에픽한 분위기를 고조하는 합창 파트와 심포닉한 구성에 힘을 주는 건반과 현악의 장치 등은 이 밴드만의 독자적인 성과를 보여준다. 새드래전드와 문샤인 등의 밴드들이 거친 영토 위에서 어떻게든 이루려던 성취의 결실 비슷한 무엇이자 Emperor, Cradle of Filth 등의 선두들에게 가졌던 부채감의 극복이라 할만하다. 워낙 척박해서 역사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의 장르 씬의 풍경이지만, 곡의 유려함을 듣자면 현실적 무리수를 두고서라도 비 장르 팬들에게도 호소할 구석이 있다고 감히 언질 주고픈 대목들이다. 16여 분의 드라마가 지나간 후 다소 공백이 지나가면 다시금 시작되는 사운드 안엔 여성의 목소리를 다소 변조한 듯한 메시지가 들려온다. 이것은 「Chapter. III – The Annunciation In Lust」에서 그림자 군주의 지배에 패한 콘셉트 음반 속 여성 캐릭터의 것일까. 과연 개별자는 어둠에 휩싸이고, 인간에게 허락된 것은 타락이며 세상을 둘러싼 이런 비극적 전망은 교정되지 않는 것인가. 답은 여러분에게. ★★★★1/2

posted by 렉스 trex 2018.10.02 17:09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이번에 홈페이지 개편해서 검색 기능 등도 넣었어요.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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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앤타임 「잠수교」

신보 음반은 인생의 몇몇 시기를 열거해 담았다고 한다. 이 곡은 어느 시기를 담고 있을까? 총 다섯 번에 걸쳐 공개할 뮤직비디오 중 2화에 해당하는 본작은 아마도 20대까지의 시기를 다룬 듯하다. 방향 없는 지표 위에서 무기력함과 의욕부진, 공허함 중 어느 것이거나 그 어느 것도 아닌 마음으로 걷는 시선의 시절. 한가로운 발걸음을 쫓는 듯한 베이스와 대교의 촘촘한 기둥들을 닮은 드럼, 무엇보다 이 시절을 닮은 산란하나 뚜렷한 기타는 세 음악인의 삼각형이 구현한 이상적인 모델을 들려준다.  ★★★1/2

미스이솝로마템 「트라우마

예의 관능적인 보컬과 글램한 미학, 이로 인해 충실하게 표현한 포스트 비주얼록의 외형은 실은 더욱 복잡한 속사정을 들려준다. 매쓰록을 닮은 촘촘함으로 시작해 일렉트로니카와 메탈이 자극 일변도를 위한 장치로 곡의 진행 동안 구실을 하며, 가사는 특정한 감정선과 장르 법칙에 충실한 단어와 문장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에 간혹 이를 고조하기 위한 심포닉한 장치들이 애상을 더한다. 그리고 잿빛 추상이 곡을 물들일 때 베이스는 산란한 화자의 심상을 닮은 듯 박동하다가 반복되는 장을 여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다 결국 어두워진 터널 안으로 잠입하듯 막판에 보컬을 파열하고 이내 곡은 마무리. 소화가 쉬운 편이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재청의 의사가 있다면 그로 인해 테마가 익숙하게 들리는 경우.  ★★1/2


모즈다이브 「Buran」

곡이 서두를 열자마자 격동하는 신곡의 기조를 들으니 실감한다. 모즈다이브가 젊은 육체와 그 육체를 물을 뚫으면서 비춰주는 햇살 둘 모두를 뮤직비디오에 담아낸 헤일과도 다르며, 사회 안의 개인의 고독과 우주까지 뻗는 아득한 여정의 고독을 영상 안에 담은 이상의날개와도 다른 밴드라는 사실을. 모즈다이브에게 중요한 것은 내부 안에서 끊임없이 역동하는 충돌과 불안의 양상을 까랑까랑하게 바깥으로 내비치는 밴드가 자신이라는 사실 아닐까. 4분 20초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전작에 받은 인상을 비교적 이질감 없이 일단 재현하며, 이어지는 곡들에서 슬슬 본격적인 인상을 내비칠 준비를 하는 역할의 곡.  ★★★1/2



posted by 렉스 trex 2018.09.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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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이스트쿼텟 「이화」

어둠처럼 내려앉은 기타의 흐릿한 숲에 손성제의 색소폰은 안개의 자욱함을 닮아 흐른다. 기타도 색소폰도 베이스도 드럼도 예광탄을 쏘든 탐침봉을 바닥에 푹푹 꽂든 손을 허우적대며 젓든 간에 이 숲 안에서 표류하듯 헤매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무의미하게 들릴 텐데, 이 침묵에 가깝게 들리는 연주의 교차엔 분명히 질서를 관장하는 누군가의 힘이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음울하게 들리지 않고 명료한 붓칠을 더하듯 들리는, 비주류 장르의 장인들이 닿은 또렷한 성취의 결과 중 하나다. ★★★1/2




히치하이커 「Time (feat. 써니, 효연, 태용(엔씨티))」

「Around」(2017) 이후, 히치하이커는 잔뜩 분위기를 까는 태용의 보컬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특히나 효연의 목소리는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마치 90년대 이 나라 혼성그룹 여성 보컬의 종합적인 재래를 듣는 듯한 기운을 준다. 전반적으로 힙하게 들리기보다는 관성적으로 들리는 보컬 운용이다. 당연히 여기서 끝날 리는 없다. 히치하이커는 이들의 보컬을 이용해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천진난만한 분위기와 예의 기괴함에 닿은 직전의 베이스 난무를 싹둑 썰어 부착해 교차하는 구성을 들려준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09.0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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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소녀 「Hi High」

한 싱글을 소개할 때 음악 그 자체보다 뮤직비디오 이야기로 서두를 여는 것이 타당할 일일지는 잘 모르겠다.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에서 펄럭이는 광고로 첫 멤버 희진의 등장을 알리는 것으로 포문을 연 이달의소녀(이하 이달소)가 1년 이상을 진작에 훌쩍 넘기며, 개별 멤버 음반과 유닛 결성 등으로 활동을 이어오다 12명의 소위 ‘완전체’란 이름으로 곡을 낸 것이 지금까지의 서사이다. 본 곡의 뮤직비디오는 이 서사의 완결이라는 자축을 담고 있는데, 개별 장면들이 이들의 여정을 지켜본 팬들에겐 각별히 다가올 것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안의 캐릭터들처럼 달리는 소녀의 이미지는 이달의소녀1/3의 멤버 비비와 이달의소녀 오드아이써클 멤버들의 고유 역할이었고, 그들은 이걸 비디오 안에서 재현한다. 마찬가지로 멤버 하슬과 여진이 웹드라마 등에서 보여준 자매 콘셉트는 역시 비디오 안에서 재현되며, 비디오의 중반에는 이달의소녀 YYXY의 콘셉트 안에선 에덴 추방과 소외를 당한 올리비아혜가 이달의소녀 오드아이써클의 3명 사이에서 ‘멤버로 인정’받는 장면이 연출된다. 자- 이 글쓴이가 지금까지 적은 내용에 대해 읽는 모든 이들이 이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 콘셉트에 의한 완전체 서사의 완결은 오직 팬들만이 향유할 즐거움이자 감동이다. 또는 이제 팬질을 시작할 이들을 위한 도입부이자 미리 흡수해도 좋을 스포일러일 것이다. 이는 지극히 제한적이고, 때론 폐쇄적으로 보이는 A&R의 의도와 결과물이다. 이것을 짧지 않은 시간동안 기획하고 진행해 온 기획사는 일정 수준 이상 품질을 유지했고, 비교적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자 그럼 뮤직비디오 바깥을 벗어나 보자. 이달소의 첫 번째 멤버인 희진의 보컬로 시작해 이들의 프로젝트 중 가장 좋은 싱글 중 하나였던 곡을 낸 김립의 목소리로 이어지는 곡은 일단 무난하게 들린다. 프로젝트 기간 중 프로듀싱과 작곡/작사 등에 일부 개입한 모노트리의 역량은 작업의 성격을 잘 이해한 듯하다. 일기당천의 기운이라도 구현하려는 듯 힙한 기운으로 거세게 눌러댄 선행 싱글 「favOriTe」에 비해 러블리즈 등의 곡에서 느껴지는 ‘윤상이 스민 슬픔’이 제거된 전형적인 걸그룹 노래다. 이미 여러 싱글을 통해 걸그룹이 구현할 수 있는 모습 중 메탈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준 팀이 본작의 뮤직비디오 안에선 굳이 멤버들의 하얀 다리에 왜 집착했는지는 새삼 갸우뚱한 일이다. 씬에서 그나마 양질의 작업을 보여준 디지페디의 작업이라 더욱 그렇다. 이것도 전형적인 걸그룹 만들기의 한국식 관행이라고 여긴 것인지? ★★1/2



로켓트아가씨 「Lady Rocket」

이전에 발매되었던 정규반은 사실 재즈와 포크 등을 기조로 한 전체적으론 평범하게 들린 인상이었다. 이에 비한다면 싱글이 던지는 즐거움이 괜찮다. 일렉트로재즈 편성에 곡의 제목, 자신의 음악에 대해 방송 안에서 언급을 한 선우정아 같은 음악인들의 목소리를 샘플링을 따와 뒤섞은 자신감 있는 연출은 곡의 의도를 110% 표현하고 있다. 때론 길고 차분하게 따라오던 그의 피아노도 이번만큼은 탄력받아 주인을 추켜 세워주고 있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08.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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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드키 「Mesmerizer (feat. EB)」

제이드키의 음악을 설명하기 위해 언니네이발관 초기 멤버란 설명은 굳이 필요 없는 사항 같다. 어차피 언니네의 역사를 기억되게 한 것은 압도적인 프론트맨의 존재감과 한 명의 기타리스트인 듯하니. 그보다는 게임 회사 직원이자 디자인 전공의 그래픽 담당자로서의 이력과 iOS 개러지밴드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작한 음악 만들기의 습작 개시와 서브컬처에 대한 근친성, 현재까지 이른 해당장르 음악 본연의 성취를 보는 것이 정확할 듯하다. 한쪽에선 직장 안에서 밴드 음악의 로망을 접지 못하는 계층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선 직장인 EDM 아티스트가 탄생하기도 한 것이다. 정글 및 레이브의 일부 줄기로부터 이어진 해피하드코어에 닿은 본작은 그 장르의 성격에 맞게 리듬 게임 BGM을 연상케 하는 친숙함은 물론, 그 천진난만함이 극단으로 구현된 언캐니 밸리한 섬뜩함마저도 나름대로 구현하고 있다. 이를 더욱 완화하고 유연하게 들리는 장치로 EB([프로듀스] 시리즈는 해를 더할수록 한국 젊은 싱어 간의 관계도를 빼곡하게 만드는데 일조하는 듯하다)의 보컬은 수훈하는 듯한데, 초청한 EB를 위한 장르 안배인지는 모르나 랩 역시 들어갔으나 그로 인해 창작자 제이드키가 드러내고자 한 욕심은 다소간 희석되어 들리기도 한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08.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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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켄베어 「Grunge Rock Lad」

자기멸시의 가사를 가급적 생목처럼 들리게 전달하는 레코딩, 그리고 얼터너티브와 개러지 사이(또는 합산)의 헐벗음은 아닌 게 아니라 전국비둘기연합을 떠올리게 한다. 연상작용은 그저 연상작용일 뿐, 일종의 콘셉트와 서사를 쫓아가던 전비연과 달리 라켄베어가 당도하고 내디딜 거리는 어디가 될지. 긴말하지 않는 구성이 단조로움이 아닌 봉납 찍듯 인상적이고 선명하다. ★★★


서울상경음악단 「지금 나는」

밴드의 자리를 오래도록 지켜온 임환백의 목소리는 간혹 블루스보단 록의 기백이 씩씩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여기에 강선아의 목소리는 뚝뚝 흐르는 멜랑콜리한 무드를 보탠다. 여기에 쩔쩔 흔들리는 한승현의 기타와 곡 후반부에서 도드라지게 블루스 장르의 힘줄을 도드라지게 들려주는 전광렬의 베이스는 좋은 합을 들려준다. 신촌블루스와 서울전자음악단의 어딘가에 위치한 상상력의 중간지대는 아닐지라도. ★★★


오마르와동방전력 「Healing」

오마르와동방전력은 지난주 장필순의 음반과 함께 내게 문득 날아온 제주도를 발신처로 둔 우편물이었다. (물론 두 팀은 수신처로 나를 딱히 지정하진 않았다) 장필순의 경우는 자신들만의 생활과 사연을 되도록 온전하게 전달하려는, 그들만의 공정으로만 가능할 음악이었다. 제주도는 여기에 일종의 아우라를 보탬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오마르와동방전력의 제주도는 더욱 넓은 품으로 서로 다른 타 대륙을 포용한다. 레게의 붓칠이 가해졌지만, 이미 개별적인 리듬을 가지고 흐르는 오마르의 보컬은 곡이 깊어질수록 나른한 트랜스를 제공한다. 타 국가에서 한국 민속 음악 가창자들의 목소리가 재현 불가할 정도로 들리는 것과 유사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서울살이 글쓴이의 상스러운 연상과 얄팍한 경험치를 굳이 들자면 물담배 음용이 가능한 대학로 카페 바의 경험이 문득 떠올랐다. 흐물흐물한 도취가 안겨주는 고민. 근원과 종교, 경험치들이 다른 창작자들이 로컬의 대중음악과 다른 별도의 영역을 쌓는 이 연대는 언제나 긴장과 안식을 동시에 안겨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