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8.10.15 17:37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링크) / 별점은 참 이상한 제도죠.


동양고주파 「틈」

한때 한국대중음악상 록 분과의 티아라를 획득한 몇몇 이름이었지만, 보컬과 가사 없이 불쑥불쑥 나오는 베이스의 줄기와 타악기의 박동은 메마른 땅 위에 새롭게 그들만의 이름을 새기려는 힘같이 들린다. 그 위에 유려하고 섬세하게 쌓이는 양금만의 선율은 과거를 다시금 회고하기에도 새삼스럽고 새롭게 들린다. 특히나 양금의 사운드는 그 세밀하고 맑은 음색이 이들의 첫인상을 ‘아 이번에도 에스닉하면서도 우리 것 또는 범 동양적인 시도를 하는 팀인가?’ 하는 것을 넘어 그 색감이 서구의 것처럼 들리기도 해 단단한 생각을 교정하게끔 했다. 다만 아직까진 고전 악기와 현대 악기를 배합한 여러 크로스오버 장르의 시도 안에서 동양고주파만의 짙은 인상을 남기는 순간을 확인하기엔 좀 이른 시기인가 싶기도 하다. 시도를 넘어선 발견의 순간이 언젠가 허락되길. ★★1/2


카코포니 「로제타」

일단 플럭서스가 영입한 간만의 새로운 이름이라는 점만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카코포니. 그 내용물이 열어보니 ‘시궁창’이라는 가사와 근친을 먼저 보낸 창작자 자신의 형언하기 힘든 슬픔 등이 여기저기 음울하게 배어있다. 병석 위 회색 낯빛의 근친을 화장터로 보낸 휘청대는 시간대를 보낸 글쓴이로서 이는 공감의 영역이기도 하다. 여기에 창백한 전자 사운드 위에 청명하게 들리는 건반음의 배치는 그 자체로 ‘불협화음’을 의도하면서도 굉장히 온전하게 들리는 음악으로써의 성취를 동시에 들려준다. 여기에 후반으로 갈수록 드러내는 보컬의 역량과 떠난 이를 위한 구원을 희망하는 예우 등은 곡 전반의 음울함과 조우해 성스러움을 연출한다. 실은 이 쓸쓸한 의식에의 초대를 창작자의 의도에 맞게 확인하기 위해선 그와 친구들이 만들었다는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까지 감상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10.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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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미러오브트레지디 「I am the Load OV Shadows」

보컬 M.Pneuma에 의하면 밴드명과 이 컨셉 음반의 마지막 곡에 연관된 구상은 태초부터 존재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바라본 검은 거울 안의 세계관은 어둡고 비극적인 전망으로 가득했고, 이제 노래 속 개별자들은 이 전망이 던져준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 심연인 그림자의 군주로부터 지배당하고 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이렇게 20여 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의 싸움이 벌어진다. 실제 성가대의 성스럽고 벅찬 기운의 목소리가 아닌 것은 아쉽지만 에픽한 분위기를 고조하는 합창 파트와 심포닉한 구성에 힘을 주는 건반과 현악의 장치 등은 이 밴드만의 독자적인 성과를 보여준다. 새드래전드와 문샤인 등의 밴드들이 거친 영토 위에서 어떻게든 이루려던 성취의 결실 비슷한 무엇이자 Emperor, Cradle of Filth 등의 선두들에게 가졌던 부채감의 극복이라 할만하다. 워낙 척박해서 역사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의 장르 씬의 풍경이지만, 곡의 유려함을 듣자면 현실적 무리수를 두고서라도 비 장르 팬들에게도 호소할 구석이 있다고 감히 언질 주고픈 대목들이다. 16여 분의 드라마가 지나간 후 다소 공백이 지나가면 다시금 시작되는 사운드 안엔 여성의 목소리를 다소 변조한 듯한 메시지가 들려온다. 이것은 「Chapter. III – The Annunciation In Lust」에서 그림자 군주의 지배에 패한 콘셉트 음반 속 여성 캐릭터의 것일까. 과연 개별자는 어둠에 휩싸이고, 인간에게 허락된 것은 타락이며 세상을 둘러싼 이런 비극적 전망은 교정되지 않는 것인가. 답은 여러분에게. ★★★★1/2

posted by 렉스 trex 2018.10.02 17:09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이번에 홈페이지 개편해서 검색 기능 등도 넣었어요.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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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앤타임 「잠수교」

신보 음반은 인생의 몇몇 시기를 열거해 담았다고 한다. 이 곡은 어느 시기를 담고 있을까? 총 다섯 번에 걸쳐 공개할 뮤직비디오 중 2화에 해당하는 본작은 아마도 20대까지의 시기를 다룬 듯하다. 방향 없는 지표 위에서 무기력함과 의욕부진, 공허함 중 어느 것이거나 그 어느 것도 아닌 마음으로 걷는 시선의 시절. 한가로운 발걸음을 쫓는 듯한 베이스와 대교의 촘촘한 기둥들을 닮은 드럼, 무엇보다 이 시절을 닮은 산란하나 뚜렷한 기타는 세 음악인의 삼각형이 구현한 이상적인 모델을 들려준다.  ★★★1/2

미스이솝로마템 「트라우마

예의 관능적인 보컬과 글램한 미학, 이로 인해 충실하게 표현한 포스트 비주얼록의 외형은 실은 더욱 복잡한 속사정을 들려준다. 매쓰록을 닮은 촘촘함으로 시작해 일렉트로니카와 메탈이 자극 일변도를 위한 장치로 곡의 진행 동안 구실을 하며, 가사는 특정한 감정선과 장르 법칙에 충실한 단어와 문장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에 간혹 이를 고조하기 위한 심포닉한 장치들이 애상을 더한다. 그리고 잿빛 추상이 곡을 물들일 때 베이스는 산란한 화자의 심상을 닮은 듯 박동하다가 반복되는 장을 여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다 결국 어두워진 터널 안으로 잠입하듯 막판에 보컬을 파열하고 이내 곡은 마무리. 소화가 쉬운 편이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재청의 의사가 있다면 그로 인해 테마가 익숙하게 들리는 경우.  ★★1/2


모즈다이브 「Buran」

곡이 서두를 열자마자 격동하는 신곡의 기조를 들으니 실감한다. 모즈다이브가 젊은 육체와 그 육체를 물을 뚫으면서 비춰주는 햇살 둘 모두를 뮤직비디오에 담아낸 헤일과도 다르며, 사회 안의 개인의 고독과 우주까지 뻗는 아득한 여정의 고독을 영상 안에 담은 이상의날개와도 다른 밴드라는 사실을. 모즈다이브에게 중요한 것은 내부 안에서 끊임없이 역동하는 충돌과 불안의 양상을 까랑까랑하게 바깥으로 내비치는 밴드가 자신이라는 사실 아닐까. 4분 20초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전작에 받은 인상을 비교적 이질감 없이 일단 재현하며, 이어지는 곡들에서 슬슬 본격적인 인상을 내비칠 준비를 하는 역할의 곡.  ★★★1/2



posted by 렉스 trex 2018.09.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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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이스트쿼텟 「이화」

어둠처럼 내려앉은 기타의 흐릿한 숲에 손성제의 색소폰은 안개의 자욱함을 닮아 흐른다. 기타도 색소폰도 베이스도 드럼도 예광탄을 쏘든 탐침봉을 바닥에 푹푹 꽂든 손을 허우적대며 젓든 간에 이 숲 안에서 표류하듯 헤매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무의미하게 들릴 텐데, 이 침묵에 가깝게 들리는 연주의 교차엔 분명히 질서를 관장하는 누군가의 힘이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음울하게 들리지 않고 명료한 붓칠을 더하듯 들리는, 비주류 장르의 장인들이 닿은 또렷한 성취의 결과 중 하나다. ★★★1/2




히치하이커 「Time (feat. 써니, 효연, 태용(엔씨티))」

「Around」(2017) 이후, 히치하이커는 잔뜩 분위기를 까는 태용의 보컬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특히나 효연의 목소리는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마치 90년대 이 나라 혼성그룹 여성 보컬의 종합적인 재래를 듣는 듯한 기운을 준다. 전반적으로 힙하게 들리기보다는 관성적으로 들리는 보컬 운용이다. 당연히 여기서 끝날 리는 없다. 히치하이커는 이들의 보컬을 이용해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천진난만한 분위기와 예의 기괴함에 닿은 직전의 베이스 난무를 싹둑 썰어 부착해 교차하는 구성을 들려준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09.0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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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소녀 「Hi High」

한 싱글을 소개할 때 음악 그 자체보다 뮤직비디오 이야기로 서두를 여는 것이 타당할 일일지는 잘 모르겠다.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에서 펄럭이는 광고로 첫 멤버 희진의 등장을 알리는 것으로 포문을 연 이달의소녀(이하 이달소)가 1년 이상을 진작에 훌쩍 넘기며, 개별 멤버 음반과 유닛 결성 등으로 활동을 이어오다 12명의 소위 ‘완전체’란 이름으로 곡을 낸 것이 지금까지의 서사이다. 본 곡의 뮤직비디오는 이 서사의 완결이라는 자축을 담고 있는데, 개별 장면들이 이들의 여정을 지켜본 팬들에겐 각별히 다가올 것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안의 캐릭터들처럼 달리는 소녀의 이미지는 이달의소녀1/3의 멤버 비비와 이달의소녀 오드아이써클 멤버들의 고유 역할이었고, 그들은 이걸 비디오 안에서 재현한다. 마찬가지로 멤버 하슬과 여진이 웹드라마 등에서 보여준 자매 콘셉트는 역시 비디오 안에서 재현되며, 비디오의 중반에는 이달의소녀 YYXY의 콘셉트 안에선 에덴 추방과 소외를 당한 올리비아혜가 이달의소녀 오드아이써클의 3명 사이에서 ‘멤버로 인정’받는 장면이 연출된다. 자- 이 글쓴이가 지금까지 적은 내용에 대해 읽는 모든 이들이 이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 콘셉트에 의한 완전체 서사의 완결은 오직 팬들만이 향유할 즐거움이자 감동이다. 또는 이제 팬질을 시작할 이들을 위한 도입부이자 미리 흡수해도 좋을 스포일러일 것이다. 이는 지극히 제한적이고, 때론 폐쇄적으로 보이는 A&R의 의도와 결과물이다. 이것을 짧지 않은 시간동안 기획하고 진행해 온 기획사는 일정 수준 이상 품질을 유지했고, 비교적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자 그럼 뮤직비디오 바깥을 벗어나 보자. 이달소의 첫 번째 멤버인 희진의 보컬로 시작해 이들의 프로젝트 중 가장 좋은 싱글 중 하나였던 곡을 낸 김립의 목소리로 이어지는 곡은 일단 무난하게 들린다. 프로젝트 기간 중 프로듀싱과 작곡/작사 등에 일부 개입한 모노트리의 역량은 작업의 성격을 잘 이해한 듯하다. 일기당천의 기운이라도 구현하려는 듯 힙한 기운으로 거세게 눌러댄 선행 싱글 「favOriTe」에 비해 러블리즈 등의 곡에서 느껴지는 ‘윤상이 스민 슬픔’이 제거된 전형적인 걸그룹 노래다. 이미 여러 싱글을 통해 걸그룹이 구현할 수 있는 모습 중 메탈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준 팀이 본작의 뮤직비디오 안에선 굳이 멤버들의 하얀 다리에 왜 집착했는지는 새삼 갸우뚱한 일이다. 씬에서 그나마 양질의 작업을 보여준 디지페디의 작업이라 더욱 그렇다. 이것도 전형적인 걸그룹 만들기의 한국식 관행이라고 여긴 것인지? ★★1/2



로켓트아가씨 「Lady Rocket」

이전에 발매되었던 정규반은 사실 재즈와 포크 등을 기조로 한 전체적으론 평범하게 들린 인상이었다. 이에 비한다면 싱글이 던지는 즐거움이 괜찮다. 일렉트로재즈 편성에 곡의 제목, 자신의 음악에 대해 방송 안에서 언급을 한 선우정아 같은 음악인들의 목소리를 샘플링을 따와 뒤섞은 자신감 있는 연출은 곡의 의도를 110% 표현하고 있다. 때론 길고 차분하게 따라오던 그의 피아노도 이번만큼은 탄력받아 주인을 추켜 세워주고 있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08.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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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드키 「Mesmerizer (feat. EB)」

제이드키의 음악을 설명하기 위해 언니네이발관 초기 멤버란 설명은 굳이 필요 없는 사항 같다. 어차피 언니네의 역사를 기억되게 한 것은 압도적인 프론트맨의 존재감과 한 명의 기타리스트인 듯하니. 그보다는 게임 회사 직원이자 디자인 전공의 그래픽 담당자로서의 이력과 iOS 개러지밴드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작한 음악 만들기의 습작 개시와 서브컬처에 대한 근친성, 현재까지 이른 해당장르 음악 본연의 성취를 보는 것이 정확할 듯하다. 한쪽에선 직장 안에서 밴드 음악의 로망을 접지 못하는 계층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선 직장인 EDM 아티스트가 탄생하기도 한 것이다. 정글 및 레이브의 일부 줄기로부터 이어진 해피하드코어에 닿은 본작은 그 장르의 성격에 맞게 리듬 게임 BGM을 연상케 하는 친숙함은 물론, 그 천진난만함이 극단으로 구현된 언캐니 밸리한 섬뜩함마저도 나름대로 구현하고 있다. 이를 더욱 완화하고 유연하게 들리는 장치로 EB([프로듀스] 시리즈는 해를 더할수록 한국 젊은 싱어 간의 관계도를 빼곡하게 만드는데 일조하는 듯하다)의 보컬은 수훈하는 듯한데, 초청한 EB를 위한 장르 안배인지는 모르나 랩 역시 들어갔으나 그로 인해 창작자 제이드키가 드러내고자 한 욕심은 다소간 희석되어 들리기도 한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08.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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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켄베어 「Grunge Rock Lad」

자기멸시의 가사를 가급적 생목처럼 들리게 전달하는 레코딩, 그리고 얼터너티브와 개러지 사이(또는 합산)의 헐벗음은 아닌 게 아니라 전국비둘기연합을 떠올리게 한다. 연상작용은 그저 연상작용일 뿐, 일종의 콘셉트와 서사를 쫓아가던 전비연과 달리 라켄베어가 당도하고 내디딜 거리는 어디가 될지. 긴말하지 않는 구성이 단조로움이 아닌 봉납 찍듯 인상적이고 선명하다. ★★★


서울상경음악단 「지금 나는」

밴드의 자리를 오래도록 지켜온 임환백의 목소리는 간혹 블루스보단 록의 기백이 씩씩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여기에 강선아의 목소리는 뚝뚝 흐르는 멜랑콜리한 무드를 보탠다. 여기에 쩔쩔 흔들리는 한승현의 기타와 곡 후반부에서 도드라지게 블루스 장르의 힘줄을 도드라지게 들려주는 전광렬의 베이스는 좋은 합을 들려준다. 신촌블루스와 서울전자음악단의 어딘가에 위치한 상상력의 중간지대는 아닐지라도. ★★★


오마르와동방전력 「Healing」

오마르와동방전력은 지난주 장필순의 음반과 함께 내게 문득 날아온 제주도를 발신처로 둔 우편물이었다. (물론 두 팀은 수신처로 나를 딱히 지정하진 않았다) 장필순의 경우는 자신들만의 생활과 사연을 되도록 온전하게 전달하려는, 그들만의 공정으로만 가능할 음악이었다. 제주도는 여기에 일종의 아우라를 보탬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오마르와동방전력의 제주도는 더욱 넓은 품으로 서로 다른 타 대륙을 포용한다. 레게의 붓칠이 가해졌지만, 이미 개별적인 리듬을 가지고 흐르는 오마르의 보컬은 곡이 깊어질수록 나른한 트랜스를 제공한다. 타 국가에서 한국 민속 음악 가창자들의 목소리가 재현 불가할 정도로 들리는 것과 유사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서울살이 글쓴이의 상스러운 연상과 얄팍한 경험치를 굳이 들자면 물담배 음용이 가능한 대학로 카페 바의 경험이 문득 떠올랐다. 흐물흐물한 도취가 안겨주는 고민. 근원과 종교, 경험치들이 다른 창작자들이 로컬의 대중음악과 다른 별도의 영역을 쌓는 이 연대는 언제나 긴장과 안식을 동시에 안겨준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08.0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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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래 「52-1」


음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진공청소기 흡입구 앞에서 녹음한 듯한, 소음이 연상되는 사운드가 감상의 장벽을 올린다. 기지개를 여는 비트와 여러 매체에서 가지고 온 샘플음과 다이얼로그들이 조각조각 조합한다. 그리고 본색을 여는 댄서블함. 그러나 이 댄서블함이 곡 전체의 뚜렷한 근육을 만들진 않는다. 춤을 출 수 있는 사운드 자체에 대한 메타적인 인용 같은데, 학구적인 탐구라기보다는 이것 자체가 쾌락이 아니겠냐 이 쾌락을 미끼로 음반 전체에 대한 초청을 한다는 인상이 뚜렷하다. 지난해부터 도드라진 성취물들을 연속으로 내는 사운드메이커가 올해에도 청자들에게 각인될 순간들을 남기겠다는 언질이렸다. 이를 위해선 기계음부터 황학동 벼룩시장풍 배경음까지 모두 포섭하겠다는, 질료에 대한 관용까지 드러내며. ★★★☆



posted by 렉스 trex 2018.07.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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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재명×이선지 「우리」

어디든 도재명의 음악을 재생하면 주변의 누군가가 다가와 곡의 주인공을 묻는다. 그의 간결하고 파장을 숨기기 힘든 특유의 울림이 서린 목소리, 곡의 선율 탓일 테다. 이선지는 어떠한가. 4월과 바다를 기억하는 음반 중 중요한 음반 중 하나를 올해 낸 주인공이 그이다. 이 둘이 만났다. 철학과 교양, 개인의 묵상과 외부의 풍경이라는 복잡한 심사를 담아낼 그 어떤 것들이 또 나오리라 기대된다. 보컬리스트로서의 도재명이 사적 경험을 새긴 세계관의 설계도를 내놓으면, 연주자들은 90년대 한국 가요의 융성을 예고하는 듯했던 당시의 어떤 뭉클함을 재현한다. 굳이 말하자면 전람회 같은 그룹의 사운드를 낳았던, 토양과 해류를 닮았다. 즉 기계적인 예상이었던 슈게이징과 재즈의 만남 이런 게 아니라 익숙함과 반가움이다. 그러나 이선지의 오르간이 흐르고, 도재명의 마지막 가사가 이러지는 말미엔 흑백 톤의 가라앉은 숭고가 완성된다. 뜻밖이었으나 알았던 것이었고, 그 아는 것 이상의 원경이 조성되었다. ★★★☆


챠챠 「Momo」

The Beach Boys 르네상스기 사운드라. 하긴 청년폭도맹진 선두였던 차승우의 음악 이력 자체가 그럴싸한 파도 찾기가 쉽지 않은 한국 해변을 누비는 외로운 서퍼 같아 보였다. 기타의 쟁쟁함보다 웅장하고 거대하게 몰려오는 파도 같은 관악은 홀로 선 이 음악인을 위한 지원이다. 작렬하는 햇볕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육체적 씩씩함과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그의 맨 목소리는 실은 “사실 모든 걸 헤쳐나갈 지혜가 어차피 나에게는 없어“ 같은 쓰린 가사도 담고 있다. 그래서 음악 자체 보다 그의 이력에 결부해 더욱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아우라라면 아우라일 텐데, 그래도 달라진 환경에서 실현한 장르 본연의 탐구와 결실은 단순히 쉬어가는 호흡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07.1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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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트리플엑스 「Piss On Me (feat. 딘, 페노메코)」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에서 ‘한 밤의 재즈카페’로 이 도시에 대한 음악인들의 사유는 20세기 후반 동안 꾸준하게 공리에서 개인으로 변모하였다. 21세기에 들어서 젊은 음악인들은 모멸과 경멸의 어조와 멜랑콜리함을 조우해 까맣다 못해 불그스름하고 누런 시간대를 그려낸다. 이런 Chill 한 정조를 드러낼 적자 중의 하나인 클럽 에스키모, 특히나 프로듀서 투트리플엑스에겐 적절한 테마일 것이다. 곡 전반부를 채우는 사람들의 자글자글한 대화와 후반부에 잡음들을 덮는 재지한 무드 등은 공감각적 인상을 남긴다. 무엇보다 7년간 같이 해온 딘의 목소리는 이 예리한 알앤비 넘버에 유효하게 화자의 문장을 새겨놓는다. ★★★


모노디즘 「Gloom」

사전적 의미로도 일신교라는 의미를 달고 있는 이 밴드는 보도자료 상에서도 종교적 테마를 거론할 정도로 그 음악적 의도가 뚜렷한 편인데, 내 감상은 엉뚱하게도 여타 아득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포스트록 밴드들이 보여준 영원불멸과 열반에의 추구보다 직접적인 육체성이 강하게 와닿았다. 편의상의 호칭이지만 ‘진격의 포스트록’이랄까. 당장이라도 청자들을 무저갱에 초대하는 큼직하고 폭력적인 크레바스의 입벌림을 목도케하는 곳곳의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8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초중반의 서정적인 무드는 물론, 트레몰로의 포말로 장르적인 쾌감도 불어넣는 중후반부가 제 역할을 하며 교차한다. 무엇보다 출력과 압력으로 직접 와닿게 하는 이들의 연주는 ‘밴드의 힘’을 과시하는데, 이는 청자들을 정서적 공감과 사유에 앞서 즉각 설득케 하는 주된 무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