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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1955-2011)

trex 2011. 10. 6. 09:29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 나노를 청바지 주머니에 꺼내들으며 청중들의 환호를 받았던 키노트 당시. 난 밤샘 업무를 하고 있었다. 제안서를 작성하던 중인지, 밀린 스토리보드를 기계처럼 찍고 있었던 것인지 잘 기억도 안 나지만 밤을 새고나니 블로그 스피어는 온통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그 매혹의 순간과 그 순간을 같이 한 미끈하게 잘 빠진 아이팟 나노는, 내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가지고 싶었던 전자 기기'가 되었다. 수년 후 그 미끈한 모델이 아닌, 세대가 다소 지난 후속 모델을 가지게 되었다. 그 몇년 사이와 그 이후 동안에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인상적으로 각인되었고 무관심은 문어발식 관심으로 변하였다.


1년전 1월 2일, 겨울바람을 등지고 아이폰을 개통하던 기억이나 올해 아이패드를 쇼핑백에 담아오던 당시의 미열감은 간혹 상기되곤 한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뭔가를 구매한다는 것, 뭔가를 선물 받는다는 것은 익숙한 감각이지만 그 행위마저도 특별히 탈바꿈 시키던 마법사가 세상엔 존재했다.


그 마법사가 지휘봉을 내려놓고 안식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가 남겨놓은 특별한 장난감에 대해서 지금도 고맙게 여기고 있고, 여전히 자판을 치고 그림을 그리겠다. 앞으로는 없을 기적에 관해서도 미리 슬퍼할 것이고.


명복을 빕니다.


2011/09/29 - [생각하고뭐라칸다/시사/매체/게임등등] - Post-잡스 시대의 애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