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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취향Y]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 베스트 80 - 5주차

trex 2012. 4. 9. 08:27



- 서문 : http://cafe.naver.com/musicy/14646

- 금일 발표된 4주차 베스트 31~40위 음반 : http://cafe.naver.com/musicy/14797



34위 - 이문세 5집



80년대 중후반의 ‘밀리언셀러’가 갑작스럽게 탄생하였다. 베스트셀러 4집 이후, 이문세를 둘러싼 상황은 완전히 뒤바꼈다. 당대의 DJ 이종환, 김기덕, 이택림과의 공개방송에서 포복절도할 입담을 자랑하던 그는 기실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 사이의 존재였다. 이 교차점에 자리한 이문세의 신보는 레코드사의 ‘폭리’에 의해 1000원 값이 더 붙은 채로 시장에 발매된다. 이 묘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본작의 성공은 의심되지 않았다. LP 뒤편에 각각의 사진이 붙은 두 남자, 이문세와 이영훈의 배합이 이룬 성취는 의미심장해졌다. FM 라디오가 팝보다 ‘믿을만한’ 가요들을 더 틀어대기 시작했고, 앨범의 노래들은 한 시절의 상징이 되었다. 처연함과 세련함 사이에서 아슬하게 균형 잡던 팝 발라드와 클래시컬한 작법의 멜로디가 전작에 못지 않게 듣는 이들을 움직였고, 가사는 흡사 문학에 닿으려는 작사가의 질투심이 한층 상승하였음을 보여주었다.(흩날리는 빗자락에 쌓여 아리운 빗물인 것을 :「안개꽃 추억으로」/ 창밖엔 어둠뿐이야 내 오랜 빈 상자처럼 :「내 오랜 그녀」) 신디사이저가 ‘싼티’로 격하되지 않게 단단하게 편곡을 잡았던 김명곤의 역할이나, 이 앨범 전반을 차지하는 ‘고급형 발라드’의 격을 지탱하던 김동석 오케스트라 같은 세션들의 공도 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글을 쓰는 이의 입장에서 여전히 「붉은 노을」은 튄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이 앨범의 수훈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끝의 시작」같은 곡들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별의 순간을 영겁(永劫)으로 지속시키는 이문세의 목소리와 이영훈식 로맨티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