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윤하 『Supersonic』 본문

음악듣고문장나옴

윤하 『Supersonic』

trex 2012. 7. 10. 18:25



윤하 『Supersonic

wealive, A&G Modes | 12.07 발매



01. Supersonic 

02. People 

03. Rock Like Stars (feat. Tiger JK) 

04. Run

05. No Limit 

06. 소나기

07. 우린 달라졌을까 (feat. John Park) 

08. Set Me Free 

09. 크림소스 파스타 

10. 기다려줘 

11. Driver (feat. 박재범) 

12. Hope 



한국 대중음악 씬에서 1년여 넘는 휴지기는 아득하게 긴 공백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나 젊은 뮤지션의 경우엔 1년에 한번 이상은 어떤 식으로든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의무감서린 환경이 주어진다. 덕분에 그룹형 아이돌들은 하다못해 독립 활동 또는 유닛 활동으로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윤하 역시 그런 환경에서 벗어나 있다고는 보기 힘든 자장 안에 있지만, 다난한 소속사 분쟁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공백이 길었다. 어느새 4집이라는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랬는데, 그게 도무지 좋은 기억은 아니었던 절반 형태의 앨범 2개가 연속으로 발매되었던 3집 탓이 컸다. 윤하의 음악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는 사람들에겐 울퉁불퉁하지만 '어쨌거나' 1집과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근거였던 2집 정도가 좋은 기억이 아니었을까.



그 덕분에 4집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온전히 발매된 풀렝쓰 음반이며, 법적 분쟁을 마치고 소위 '음악에 집중했다'는 음반이라는 마케팅적 언사를 휘감고 나왔으니 말이다. 보도자료가 앞세우는 Tiger JK나 존 박, 박재범 등의 이름은 내겐 차라리 사소해 보인다. 여전히 윤하의 보컬이 건강하다는 발견 앞에선 말이다. 윤하의 앨범이나 곡들에게 적을 때마다 언급하는 그이 특유의 '건강함'은 언제나 특기할만 하다. (가볍지 않게)곡을 합체로봇 주제가마냥 상승시키는 긍정의 기운, 가라앉는 곡에서도 처연하지 않게 파릇함을 빛내는 그 기운. 적어도 남의 곡들을 부르며 자신에게 있는 밑천 없는 밑천 드러내야 하는 TV 서바이벌쇼에서 함몰되지 않는 한, 이런 강점을 살리는 곡들이 4집엔 가득하다.(물론 윤하 역시 최근엔 [불후의 명곡]에 참가했다)



전작의 「Black Out」등의 곡에서도 지속적으로 기미가 보였지만, 본작의 「Supersonic」, 「No Limit」, 「Rock Like Stars」등의 곡은 '피아노락'이라는 갸우뚱한 초기 마케팅과는 다른 근간의 윤하의 관심을 보여준다. 이들 곡은 밴드음악 지향이라기 보다는 '스테이지 위의 락보컬리스트'라는 광경 자체를 욕망하는 듯한 순간순간들이다. 「Set Me Free」같이 6분 30초를 상회하는 자작곡들 역시 극적인 연출들에 대한 의도를 보이고 있지 않는걸까. 그 욕심과 역량이 행복하게 만난다면, 그이가 기대하는 공연 스테이지의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그 광경이 궁금하다. 



언제나 느끼지만, 좋은 곡들의 조합이 바로 좋은 음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목소리가 있는 곡들의 음반이지만, 지금은 일단 좋은 음반으로 가기 위한 선조건을 갖췄다 정도로 매듭짓겠다. 그래도 일단 「비밀번호 486」같은 괴상한 곡도 없고, 무엇보다 전작들처럼 의도를 알 수 없었던 타이틀곡의 '연주곡 넘버' 같은 군더더기들도 없잖은가! 그런 의미에서「Hope」는 적절한 마지막 곡이다. [12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