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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트 오브 더 콩코드 : flight of the conchords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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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트 오브 더 콩코드 : flight of the conchords

trex 2009. 4. 21. 09:59


(미국)드라마의 세계는 다양하다. 국가의 존망을 건 요원들의 활약도 있고, 혈흔만 남은 사건 현장에서 과학이니 심령이니를 써서 사건을 해결하는 재주꾼들의 이야기도 있고, 그들 자신의 시스템을 꼬집는 개그의 맛에 탐닉하는 드라마도 있다.


다들 그렇게 치밀한 캐릭터 선정과 영화 못지 않은 물량공세로 까다로운 시청자들의 눈길을 유도하는데... 플라이트 오브 더 콩코드는 헐겁다. 극이 진행되다가 난데없이 포크/락/컨츄리/소울/올드스쿨랩/디스코 등의 헐거운 장르 인용의 창작 넘버들이 나오고, 다시 헐거운 정신 상태의 등장인물들은 제자리에, 갈등도 헐겁고 해결도 헐겁다. 이렇게 헐거운 드라마 플라이트 오브 더 콩코드.


그런데 너무 재밌다. 뉴질랜드에서 건너 온 이 스탠딩 코미디 듀오 - 저메인, 브렛(그러나 뉴질랜드 억양상 항상 '브릿'으로 오인) - 는 노래를 부를때만은 페르몬 과다 상태인양 서글프게 진지해진다. 그런데 되는 일은 없다. 매니저가 잡아주는 공연은 고작 '도서관에서 빙고게임(노래 안 부름)', '뉴욕 센트럴 파크가 아닌 뉴윅 센트럴 파크 공연(관객 없음)', '수족관 공연(아무도 신경 안 씀)' 등등. 팬이라고는 정염(...)이 유부녀 멜 한명, 거기다 매니저라고 자처하는 머레이는 '뉴질랜드 VS 호주'의 관념에 사로잡힌 컴플렉스 덩어리이자 사기꾼들의 밥.


관객 웃음소리 효과음이 일절 없는 이 코미디를 27분간 한편씩 멍하니 보면 마음의 안식을 얻게 된다. 음악 드라마답게(풉) 글로리아 에스테판, 퀸시 존스, 데이빗 보위, ZZ Top 등의 뭔가 묘하게 '물 빠진' 이름들이 거론되고 밴드의 연애 실패담, 계약 성사 실패담은 속절없이 이어진다. 풍자하는 듯 하나 사실은 꼬집을 생각도 없이 무심하게 그냥 그렇다는 문체이며, 인생의 교훈을 들려주는 듯 하나 그냥 얘들은 그렇게 산다는 소릴 한다. 이 무심함과 헐렁함이 최대의 매력이다.


주옥 같은 넘버들이야 너무 많다만 여기서 간략히 링크로 소개한다.


http://www.youtube.com/watch?v=wN0oDnoc3-c
http://www.youtube.com/watch?v=FArZxLj6DLk
http://www.youtube.com/watch?v=hFjrbmj0CU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