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리쌍 [HEXAGONAL] : 리쌍다운 익숙함, 리쌍다운 초대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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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쌍 [HEXAGONAL] : 리쌍다운 익숙함, 리쌍다운 초대법.

trex 2009. 10. 29. 09:26
+ 네이버 오늘의 뮤직 업데이트 : http://music.naver.com/today.nhn?startdate=20091029

여담 : 네이버 오늘의뮤직 네티즌 선정위 활동 중 리뷰 작성은 일종의 순번제인데, 사실 완전 내가 자신 있는 장르나 앨범에 대해서 할당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 이걸 하면서 제일 곤혹스러운게 이번주처럼 힙합 앨범이 걸리는 경우인데... 하아. 난 힙합에 대해서 뭐 적을게 없다. 아는 것도 없고.


리쌍다운 익숙함, 리쌍다운 초대법.

 

가히 올해 최고의 진용이라고 하겠다. 올 연말 대중음악 결산의 가장 중요한 이름 중 하나가 될 듯한 장기하를 필두로 YB, 말로, 이적, 김바다, 루시드 폴, 캐스커, Enzo.B(박정아) 등 이루 열거하기에도 벌써부터 지면(?) 걱정이 될 정도다. 여전히 무브먼트 진영의 지원세력도 막강하다. 리쌍의 신보를 설명하는데 있어 이처럼 피처링 목록에 대한 놀라움을 표하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잠시 고민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넘버에 이들이 자아낸 물리적 결합은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리쌍의 신보 [HEXAGONAL]상의 게스트 초대는 단순히 양념이나 기능성으로써의 목소리 기용(또는 활용)에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게스트가 가진 개성과 장르적 장치를 온건히 보존함은 물론, 그런 면모들을 자신들과의 배합에 이질감없이 녹여내는 노력에 할애를 한 듯 하다. 덕분에 구성진 장기하의 털털한 보컬이 반복되는 가운데, 리쌍의 ‘애인을 향한 거짓말’이 술술 풀리는 스토리라인이 시트콤 화면처럼 절묘하게 그려진다.(2번 트랙 ‘우리 지금 만나’) 이뿐인가. 루시드 폴의 나즈막하고 여린 톤의 목소리는 리쌍이 짜놓은 이야기 안에서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토로’로 설득력 있게 배치된다.(5번 트랙 ‘부서진 동네’)

 

금년초에 발매된 5집 [伯牙絶絃(백아절현)]이 크루의 협력, 자기고백적인 가사가 포진된 전형적인 외형의 리쌍의 앨범이었다면, 본작은 다소간 작정한 시도가 돋보인다고 하겠다. 마치 앨범 커버의 육각형처럼 완벽한 좌우대칭의 균형이라는 결과물을 얻고픈 욕심은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곡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그 아슬아슬한 성취도에 대한 개별적인 점수를 매길 것이다. 여러분들이 듣기에 일렉트로니카의 얇은 껍질을 쓴 락킹(Rockin') 넘버 9번 ‘Dying Freedom(Feat. 김바다)’이 어떻게 들렸는가? 농담조의 여담이지만 이런 협업 작업은 [무한도전]에 출연한 길의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의 진지한 버전 같다.

 

협업 작업에 멈추지 않고 ‘동물원’의 원곡을 크게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재가공한 5번 트랙 ‘변해가네(Feat. 정인)’은 특히 귀에 밀착한다. 원곡의 출중함 덕이기도 하겠지만, 이 곡에서도 역시나 진가를 발휘하는 ‘제3의 목소리’인 정인의 가세 덕일 것이다. 예의 이번에도 정인은 타이틀곡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에서 그 목소리를 제공함으로써 리쌍의 대표작들 상당수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탄탄히 새기는 이력을 이어갔다. 하기사 정인의 목소리가 아니라면 소외된 마초들의 정서를 읊조리며 탄식하는 리쌍의 음악에 누가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을까 상상할 수 있겠는가.

 

앨범을 마무리하는 넘버인 ‘내 몸은 너를 지웠다’는 이별하는 이들에 대한 스케치이자, ‘몸의 기억’에 대한 노골적인 고백이다. 다소 느닷없어 보이는 내용이지만 이런 거칠고 투박한 면모조차 리쌍다운 면모다. 가사를 좀더 정제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못내 들지만. 어떤 의미에선 대중적인 설득력에 안배한 전반부와 중반부에 이은 마지막 귀결은 이들만의 고집으로 마무리짓고 싶었던게 아니었을까.

 

리쌍의 신보 [HEXAGONAL]를 근사하고 새로운 시도의 힙합 앨범으로 훗날 기억할 가능성은 다소 낮다. 그보단 리쌍이 현재 시점 대중들에게 여전히 설득력 있는 스토리라인을 펼치는 이야기꾼들이라는 증명에 본작의 의미는 가까울 것이다.



네티즌 선정위 차순위 앨범 - 휘성 6집 [Vocolate]


‘Vocal’과 ‘Chocolate’의 합성어라는 발상으로 나온 앨범 제명 [Vocolate]가 의미하는 정서는 명징하다. 휘성 자신이 인지하는 보컬의 강점과 그의 든든한 지지팬층이 오래도록 곱씹을 수 있는 내음을 남기겠다는 야심이 본작에서 분명히 느껴진다. 성공했을까? 특유의 보이스컬러의 장점이 고스란히 재현된 전반부와 오늘도 무대를 수놓는 숱한 트렌드로 장식된 중후반부까지 분명 신경쓰인 흔적이 보인다. 그럼에도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Vocolate]의 맛은 지금 내 입안에 없어도 내내 맴돌게 되는 미각의 아련함을 주지 못한다. 그저 달콤쌉쌀하다. 찰나간의 감흥만을 남기는 이 섭섭함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휘성의 2009년은 ‘Insomnia’로 기대를 머금게 하였다. 굳이 월드스타의 행보가 아니더라도 이 땅에서 값진 가치를 보여주는 휘성의 장점이 총화된 넘버였다. 본작에서 그 순간의 감동은 잠시 유보된다. 숨고르기가 필요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