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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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trex 2010. 3. 22. 15:02



예술을 예술이게끔 하는 설득력 중 하나는 '파격'이 아닐까. 예술 자체에 대한 질문을 위한 파격일수도 있고, 정치적 수단으로 가득찬 세상에 대한 조롱으로 파격을 감행할 수도 있고, 보고 있는 관객의 시선과 감흥에 대한 충격요법을 위한 파격일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이든 파격 요법은 고정화된 법칙과 관행에 대한 전복과 교란을 통해 예술을 예술이게끔 대중들에게 새롭게 각인시키는 것일 것이다.


(지붕뚫고)하이킥의 파격적인 흑백 화면과 소리없는 마무리가 안겨준 충격요법은 예술이 안겨주는 파격에 닿은 것일까. 그것은 대중들에게 새로움을 환기시키거나 세자리 수의 방영편을 지탱시킨 익숙한 시청 경험을 더욱 다른 차원으로 이끄는 효과적인 장치였을까.


그동안 쌓아올린 노년 로맨스와 사회 진입기 청년들의 성장통, 딴 곳을 쳐다보는 가족 개체들의 이야기가 로맨티시즘이라는 이름의 자가용이 한눈 파는 사이에 8중 추돌 사고로 으스러졌다. 연출자가 지키고 싶었던 이야기의 한 떨기. 이게 그렇게 중한 것인가 갸우뚱해지면서 더이상 진지해지려 하다간 나만 우스워져 같을 것 같아 조소만 남긴다.


그토록 만들고픈 정극 로맨스물, 정극 오피스물 꼭 한번 만들어 보시길 바란다. 정극 로맨스물의 결론엔 음독 자살 휘날레, 정극 오피스물의 결론엔 건물 붕괴 휘날레를 넣는거다. 그의 이야기에서 자주 나오는 패턴인 '삶의 예측불허성과 불가항력'의 힘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미니시리즈의 구조 속에서 녹여내고 끝까지 가보는거다. 그리고 계속 인터뷰에서 예의 그 멘트를 잇는거지. '저는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서툴고, 여린 사람이라...'


+ 귀신 좋아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