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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그 이후가 재밌을텐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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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그 이후가 재밌을텐데.

trex 2010. 3. 26. 11:46

'기분좋은 변화'라는 문구는 LG텔레콤 시절에 나온 말이지만, 그 기분좋음은 다른 통신사가 훗날 선취하게 된 듯 하다. 아이폰 발매 자체가 해당 통신사의 큰 즐거움이 되진 못했다. 판매에 따른 수익성 보다는 여전히 가치에 집중하고 있고, 보상 정책을 둘러싼 내/외부 혼선은 여전하다. 이렇다할 후속타도 부재하다. LG의 '안드로원'은 '모토로이' 보다 반응이 조용하고, 삼성의 투덜거림은 여전하다. 아이폰의 발매가 월말 내 50만대 돌파라고는 하지만 자연스러운 판매량 하강세이다.


그럼에도 해당 통신사는 그 가치에 집중하고 있으며 다음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자체 앱스토어는 텅텅 비었고, 개발자 우대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흐릿하다. 재밌는건 외부 상황이다. '타도 아이폰'을 부르짖으며 규합을 하기도 하고, 타계책을 위한 키워드엔 언제나 '앱스토어'와 '개발자'를 거론한다. 장미빛에 근접하는걸까? 아직은 글쎄다. 답은 나온게 없지만 아이폰 발매 이후 충돌하는 여러 상황들은 한국적 현실이랄까, 미처 대비하지 못한 이들을 향한 뭇매 같다.


스마트폰의 범용성과 보안/결제를 위한 솔루션을 둘러싼 충돌, 게임 app 구매 제한을 둘러싼 게임위를 향한 원성들, 앞서 말한 낯선 보상 정책을 둘러싼 통신사의 서투른 대처와 소비자 불만 등 발매 이전부터 충분히 예상되었던 갈등이었는데 역시나 선대처는 커녕 실시간으로 촌극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앱스토어' 갖추고 '개발자' 육성하고 지원한다는 플래카드만 걸어 놓는다고 자연스레 해결이 될까. 여전히 실시간 촌극은 이어질 듯 하다. '우리는 언제부터 근심을 멈추고 와이파이를 사랑하게 되었는가.'


아이폰은 매혹의 기기인가. 이 모든 것을 바꿔놓은 마법 상자인가. 아이폰 발매 이후 흥미로운 문제 제기들이 촉발된 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한 듯 하다. 정작 아이폰과 애플이 가진 정책상의 폐쇄성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서막이라기 보다는 '플랫폼 전쟁'이 이제 우리에게 먼 구경거리가 아닌, 나름 우리 안의 현실이 되었다는 의미에 가까운 듯 하다. 책상(데스크탑)과 거리(모바일), 카페(노트북)을 넘어 '거실'의 영역에서 플랫폼의 격전은 벌어질 모양이다. 과연 TV를 대체하느냐, 아니 TV와 게임기와 서재를 우걱우걱 집어먹고 연동되어 행복하게 돌아가느냐. 누가 빈틈없이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하느냐. 개방과 복종의 아슬아슬한 간극. 철학과 철학이 충돌하고 기술과 기술이 격전을 치르고, 컨텐츠와 수익성이라는 아이들을 줄줄이 낳아댄다. 그러니까 이 성찬 중 뭘 먹어야 할까.


단순히 돌아가는 물레방아 장치로써의 OS가 아닌 연동과 유저경험을 유도하는 플랫폼 시장으로의 확산. 매년 수출탑을 쌓는 하드웨어 시장의 익숙함, 그 갈라파고스 섬 안에 작은 일들이 큰 가능성과 확산의 경험이 주어질지? 아이폰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다음이 정말 재밌어지는거다. 아니 재밌어질려면 즐길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궁금하다. 준비가 되었는지. 흐릿함과 명쾌한 전망 사이에서.



+ 경이로운 속도로 돌아가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보면서 부러워하고 싶단 말이다. 엑스박스 라이브와 연동되는 윈모7폰 보고 싶단 말이다. 세상이 더 재밌어지는데(그러면서 구속은 더 늘어간다는 걸 알면서도!) 누가 그걸 안 보고 싶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