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호빗] 1차 감상기 본문
길고도 상세하다. 게다가 반지 3부작의 영상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피터 잭슨 자신에 대한 경애심마저 묻어나 있다. 거기엔 이야기의 얼개를 맞추려는 '프리퀄 만들기'에 대한 - 조지 루카스 뺨치는 - 집착마저 보인다. 그래서 반지 3부작에서 보여주었던, 톨킨 중간계에 대한 뭉클한 애정과 성실함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야심과 여유다.
여전히 중간계(또는 뉴질랜드)는 아름답고, 더 발전한 기술은 현란하다. 책 속의 고블린 집단은 군단이 되었고, 기술 과시는 동화를 어떻게든 '반지 이전'의 위기감을 강조하기 위한 어둠의 색채로 물들인다. 그럼에도 애써 유머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도 여전하다. 물론 그건 다 시간이 넉넉한 탓이다. 아마도 3부작이 아니라 2부작이며, 편당 3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2시간 남짓으로 줄였다면 무게감 잡는 잘난 체는 줄었을 것이다.
이미 피터 잭슨은 이렇게 일을 벌였다. 되돌릴 수 없다. 그는 '당시의 친구'들을 일부 다시 초대했고, [호빗]이 될 수 있다면 [반지의 제왕]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필연'으로 자리매김케 할 것이다. 2부는 더 화려할 것이고 3부는 처절하고 장중할 것이다. 소박하고 가슴 두근했던 모험담은 연대기의 굵은 줄기가 되려 한다.
이런저런 불평에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은 '늑대의 등에 탄 오크들' 같은 영상에 내가 무진장 약하다는 점이다. 이미 피터 잭슨은 중간계 휘젓기에 능통한 경지에 이르렀고, 적어도 일정 수준의 만족감은 이후에도 계속될 듯 하다.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아무튼 꽤나 거창한 서두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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